택배 365일 배송 불가피 VS 또 다른 편에선 ‘휴식’ 절실

쿠팡택배의 365일 연중무휴 배송 서비스가 국내 생활물류시장의 전반을 뒤 흔들고 있다.  한때 조만간 이뤄질 것 같던 택배 주 5일 근무는 이제 논의조차 꺼내지 못하고, 연중 무휴 배송 서비스 경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엔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넘어선 거대 이커머스 고객들이 자리한다.

한편에선 ‘365일 배송서비스가 필수고, 고객 편의를 위해선 불가피한 서비스’이라며, “연중무휴 서비스를 지속 하겠다”고 말한다. 반면 또 다른 편에선 ‘올해처럼 무더운 혹서기간의 경우 강제라도 일정부문 휴무시간을 전체 택배산업 근로자 모두에게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논쟁으로 매년 택배서비스 현장은 가장 무더운 8월 15일을 전후해 ‘택배 없는 날’을 기점으로 시끄럽다. 한쪽은 고작 2~3일에 그치는 ‘택배 없는 날’이야 말로 유일한 휴무인 만큼 제도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편에선 365일 서비스를 당연시 한다. 누구 주장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택배물류업계도 고민이다. 

쿠팡택배의 365일 서비스에 이어 최근 국내 1위 택배회사 CJ대한통운이 일요배송을 적극 고려, 365일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30년을 넘긴 택배배송 현장은 휴일 없는 배송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계 적정 휴무 대세, 주 4일 근무제 고려 기업도 확산  
지난 2004년 7월 대한민국 산업시장에 주 5일 근무제를 부분 도입하자 경영계는 큰 우려를 밝히고 위기를 맞을 것이란 경고를 지속적으로 보냈었다. 일부에선 ‘대한민국이 망할 것’이란 악담을 내 놓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과도한 우려였고, 휴식이 필요한 산업현장에서 경영계만을 대변하는 논리였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현재, 주 5일 근무는 이제 안 지키면 이상한 제도로 정착했고 선진국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잘 쉰 사람이 일의 효율도 높인다는 정설을 증명한 제도가 바로 주 5일 근무제임을 증명된 셈이다.

이렇게 산업현장에 연착륙한 주 5일 근무제는 최근 들어 4.5일 근무를 시작으로 주 4일 근무제로 확산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 산업계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의 주 4.5일, 혹은 4일 근무제 시행에 따라 실적도 좋아지고 직원들의 근로 만족도도 높아지자 이를 검토하는 기업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주 4일 근무 기업의 성공사례 기업으로 꼽힌다. 휴넷은 지난 7월 1일부터 매주 금요일이 휴무인 주 4일 근무제를 도입, 본격적인 주 32시간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IT업계는 카카오, SK, 우아한형제들 등이 격주 주 4일 근무, 32시간 근무제 등 근무시간 단축 실험에 들어갔다. 대기업 중에는 SK그룹이 유연 근무제 도입 등 일하는 방식 개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SK그룹은 개편 작업에 앞서 8개 계열사 직원 200명을 대상으로 시간, 장소, 근무일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실험을 진행하는 한편 결과에도 만족하고 있다. 근무일수를 줄였더니 생산성, 소통·협업, 행복, 소속감 지수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는 관련 실험 결과를 전 계열사에 공유해 각각에 맞는 근무 방식을 검토할 방침이다. 

반면 택배 배송산업에서의 적정 휴식 논란의 경우 여타 산업계에서의 4일 근무제 확산세와 실질적 결은 조금 다르다. 이는 택배 배송이 서비스업이란 특성 때문이다. 통상 서비스업은 자영업을 제외하곤 365일 서비스가 맞다. 항공 산업을 비롯해 철도 및 여객 운송 산업시장의 경우 24시간 근로가 기본이고, 365일 쉼 없는 운영이야 말로 업의 근간을 이룬다.

자영업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카페와 커피숍 등도 일부를 제외하곤 365일 운영되며, 편의점 업종 역시 365일 24시간 영업이 원칙이다. 일부 식음료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휴무일을 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혹서기의 경우 3~4일 간 여름휴가도 누리지만 휴무 시 수익을 포기하고 쉬는 셈이다. 또 서비스 기업들에게 어느 날은 쉬고, 어느 날은 근무하는 것은 경쟁력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만약 항공사가 휴일엔 쉬고 평일만 운영한다면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항공사 쪽으로 고객쏠림은 불가피 하다. 택배시장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당연히 365일 서비스 기업으로 고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만큼 택배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고민 깊어지는 택배업계, 365일 서비스에 추가 비용 해결해야
택배산업 후발주자인 쿠팡택배가 365일 택배배송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면서 여타 택배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통기업이면서 물류서비스도 제공하는 쿠팡의 대항마 격인 네이버는 결국 물류 협력사인 CJ대한통운에게 ‘일요배송’ 도입을 요청, 네이버의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와 물량 확대 등의 회복에 나설 요량이다.
렇게 되면 이커머스 시장은 365일 택배배송 서비스는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네이버와 쿠팡의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은 양쪽의 택배기업 뿐 아니라 택배시장 전반에 암묵적으로 주 5일 근무는 고사하고, 휴무 없는 배송서비스 경쟁체제로 치닫게 할 전망이다.

문제는 추가 비용이다. 이미 쿠팡택배의 경우 유통 물류비가 서비스 전반에 녹여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고 있는데 반해, 365일 배송서비스 시스템이 준비 안 된 택배업계는 추가 365일 배송에 따른 추가 물류비용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고객에게 택배비 인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고충은 당분간 해결의 실마리 찾기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국내 대기업 택배회사 관계자는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배송의 경우, 별도 배송조직을 갖춰야 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가 커지고 있다”며 “추가 인건비를 포함해 하드웨어 갖추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당장 배송인력 수급도 녹녹치 않아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기존 배송체제를 그대로 연장해 일요배송에 나설 수는 없는 관계로 별도의 토요일과 일요일 배송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이에 따른 추가 비용 산출이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경쟁사들이 365일 배송체계를 갖춰 점진적인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이를 수수방관만 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밝혔다.

이렇게 연중무휴 배송에 또 다른 문제는 센터운영과 일요 휴무를 누렸던 간선 운송업계 역시 추가되는 인력과 차량수배에 있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기존 택배회사들의 경우 지금까지 일요일 휴무에 맞춰 인력과 하드웨어 시스템을 갖춰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단위의 365일 배송에 나설 경우 전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일요배송이야 말로 단 하루 추가 배송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존 택배 서비스의 전면 개편작업이 뒤따라야 하는 후속 공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과연 일요배송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량 수급도 관건이다. 어렵게 일요배송 인력과 장비, 터미널 운영과 간선운송을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했는데 반해 배송 물량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자폭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365일 배송시스템을 갖추려면 현 대리점 체제로는 무리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본사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365일 택배서비스는 택배업계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산업계 전반에서 주 4일 근무를 확산하고 있는데 반해, 택배업계는 연중무휴의 서비스 경쟁으로 치닫게 된 만큼 시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면 어렵게 사회적 합의로 택배서비스를 선보인지 30년이 돼서야 겨우 정착한 ‘택배 없는 날’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택배현장의 이유 있는 휴식은 간절한데 반해 물류현실은 더욱 치열한 경쟁 속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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