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의 스타트업 - 스피드플로어 홍현진, 홍석민 대표

올해 여름, 유난히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물류의 근간을 지키는 화물기사, 택배기사들은 오늘도 땡볕 하늘 아래 땀 흘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제는 사회 전반에서 이들의 노고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당연시한다는 데 있다. 하루라도 배송이 늦으면 컴플레인이 생기는 시대에서 현장의 기사들을 위한 솔루션이 드디어 시장에 등장해 주목된다. 기사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인 상하차 업무를 대폭 쉽게 만들어줄 수 있는 스피드플로어가 그 주인공이다.

약 20년 가까이 운송업체를 이끌어 온 물류업계 전문가 홍현진 대표. 그리고 물류를 전공으로 선택해 물류인으로의 길을 선택한 홍석민 대표. 이 부자가 물류업계에 내디딘 첫걸음은 어쩌면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스피드플로어라는 솔루션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물류의 중심에 있는 화물기사들을 위한 새로운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어가고 있는 홍현진, 홍석민 대표를 스피드플로어 본사에서 만났다.

아버지의 새로운 도전, 아들이 아이디어를 더하다
홍현진 대표는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운송업체를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운영해오면서 기존 운송업체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RFID 시스템이나 자동덮개 개발 등 다양한 신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그에게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2016년, 현장에서 덤프트럭이 전복되며 기사분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홍 대표는 덤프트럭을 대체할 수 있는, 화물기사들이 실제 현장에서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트럭의 필요성을 크게 절감한다. 이에 대해 그는 “대형 화물차량, 특히 덤프트럭의 경우 한번 사고가 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근본적으로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결국 덤프트럭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트럭모델이 있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렇게 스피드플로어의 첫 번째 모델인 25톤 규모의 대형트럭 버전이 탄생했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좋았다. 관심도 컸다. 하지만, 대형트럭은 그 특성상 특수부품이 국산화부터 시작해야했기에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그의 아들인 홍석민 대표는 이 솔루션의 확장성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한다. 스피드플로어를 대형트럭을 넘어 1톤 트럭으로 대표되는 일반 화물차량에도 충분히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에 대해 홍석민 대표는 “인하대 아태물류학부에서 물류를 전공하고 인천항만공사 사내 벤처팀에서 근무하며 물류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컸다”며 “처음 스피드플로어 대형트럭 버전을 봤을 때 이 솔루션은 모든 화물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형트럭 버전이 이미 완성된 이상 1톤 등 소형 버전의 개발은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 약 반년의 시간을 거쳐 스피드플로어는 택배기사들도 활용할 수 있는 1톤 차량 모델도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물류 상하차 자동화 시스템을 모빌리티와 ‘결합’하다
스피드플로어는 간단히 말해 물류 상하차 자동화 시스템을 차량화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화물차량의 경우 화물 상하차 시 택배기사가 매번 화물칸에 직접 들어가 오르락내리락 짐을 내려야한다. 실제 아파트 단지 등에서 이런 모습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좁은 화물차량 적재함 내부에 직접 들어가 무거운 짐을 옮기다보면 높은 노동부하로 허리나 관절 부상을 얻기 쉽고 작업시간도 길어져 제품이 훼손되거나 전반적인 물류서비스의 질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스피드플로어 측의 설명이다. 스피드플로어는 이러한 점을 체인과 벨트의 결합이라는 단순한 구조로 개선했다.

스피드플로어가 설치된 트럭은 적재함에 컨베이어 바닥판이 깔려있다. 적재함 입구 쪽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컨베이어 바닥이 움직여 화물을 자동으로 이동시켜주는 형식이다. 구조 자체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설치가격 또한 높지 않다. 특히 체인과 벨트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타입의 화물차량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유연성도 높아 다양한 화물용 차량에 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도 1톤 규모의 택배용 차량을 대상으로 한 자동화 솔루션은 유일무이하다는 것이 홍석민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해외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솔루션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대형차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구조를 단순화해 설치 가격을 대폭 낮춘 부분이 우리의 주요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스피드플로어를 통해 기사는 적재함 내부에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스피드플로어를 통해 기사는 적재함 내부에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스피드플로어의 새로운 역작이 될 신규 모델도 선보였다. 바로 아파트 단지 내 택배운송이 가능하도록 한 저상용 택배차량이다. 일반 택배차량의 적재함과 비교해 높이는 낮추고 그만큼 길이는 늘린 이 모델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아파트 내 택배차량 진입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저상 차량의 경우 기사가 적재함 내에서 허리를 펼 수 없을 만큼 낮아 불편함이 있지만, 스피드플로어가 장착된 차량은 기사가 안에 들어갈 필요없이 외부에서 버튼 하나로 화물을 이동시킬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아파트 내 진입이 가능한 저상탑차 모델
아파트 내 진입이 가능한 저상탑차 모델

화물기사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
홍현진 대표는 스피드플로어 솔루션을 개발할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고 했다. “왜 굳이 아무도 접근하지도, 시도하지도 않은 솔루션에 매달리나”라는 것이었다. 홍현진 대표는 이에 대해 “그동안 화물기사들의 일은 그들의 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이분들이 없으면 우리의 일상도 타격을 입게 되는 만큼 이제 우리의 일이라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개발한 것이 스피드플로어 솔루션”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화물기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홍석민 대표는 “현재 해외 물류시장은 점차 화물기사의 근로시간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장기적으로는 이와 같은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들이 정해진 근무시간에 충분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이 필수이고 그 해결책이 스피드플로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 두 대표는 “다양한 솔루션들이 물류업계에 진입하고 있지만 정작 화물기사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솔루션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화물기사들에게는 안전성과 편의성, 기업들에는 장기적 측면에서의 비용효율성을 가져다줄 수 있는 스피드플로어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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