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 / 민음사

2010년 대 이후부터 리질리언스(Resilience), 즉 회복력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 상황들이 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력 확보차원에서 리질리언스의 확보는 인간의 활동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원래 리질리언스는 다시 튀어 오른다는 의미로 혼란의 상황 속에서 기존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생태계의 역량을 일컫는 생태학의 개념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영, 교육, 정치, 정책, 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리질리언스의 개념이 확장되었다.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미래경영학자이자 사회 사상가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사회, 경제 그리고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광범위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몇 안 되는 학자 중의 한명이다. 그의 저서 중에서 접해 본 책인 ‘한계비용 제로사회’, ‘3차 산업 혁명’, ‘공감의 시대’, ‘수소 혁명’ 그리고 ‘소유의 종말’은 필자가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올바른 사고를 정립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금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회복력의 시대’는 자연과 공감하고 화합해야 하는 인간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생태를 보존하고 회복시켜야 한다며 내쏟고 있는 일련의 많은 정책을 구상하기에 앞서 제리미 리프킨이 주장하는 ‘회복력’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효율성의 시대에서 적응성의 시대로의 전환
산업화 이후 현재 전 세계 표토의 3분의 1이 황폐해 졌다. 앞으로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표토는 현재의 표토의 황폐화 속도를 감안할 때 약 60년 정도의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로 표토 1인치를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시키는 데 일반적으로 약 50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울러 현재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천재지변의 강도는 예전에 비해 규모와 강도가 강력해지고 있으며, 2070년이 되면 지구 표면의 19%는 사람의 거주가 불가능한 수준의 뜨거운 지역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인류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진보의 시대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 진보의 시대는 물질적 풍요가 근간이 되었다. 물질적 풍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풍족한 공급이 이루어져야 했으며, 풍족한 공급은 과학과 기술의 기반 하에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효율성 추구로 이어졌다. 인류는 사회적 풍요를 향상시킨다는 목표 하에 빠른 시간과 줄어드는 시간 간격으로 천연자원의 수탈과 상품화하고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탐구에 몰입했다. 그리고 그 기간을 지나오면서 ‘효율성’은 최적의 표준이 되었다. ‘효율성’은 인류를 지구의 지배종으로 올려놓은 동시에 자연환경을 파멸로 이끌었으며, 이로 인해 인류는 ‘자연의 반격’ 앞에 시한부 인생을 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앞으로 인류는 다양한 대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그 혼란에 대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 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 시점에 우리가 가장 염두 해 두어야 할 단어가 바로 ‘회복력’이다.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기반 했다면 회복력의 시대에는 적응성에 발을 맞춘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의 이행은 생산성과 재생성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소유권에 접근권으로, 판매자-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 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중앙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거대 복합기업에서 유동적인 공유로 불록체인을 형성하고 민첩한 중소기업으로, 세계화에서 세방화(세계화와 지방화의 장점을 결합)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책임주의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 그리고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의 이동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또한 회복력 시대의 거버넌스는 천연자원에 대한 주권에서 지역 생태계에 대한 책임으로 전환될 것이다. 생태 지역 거버넌스는 대륙권과 수권을 포함하는 지구의 권역에 적응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지역 공동체와 함께 더욱 확산될 것이다. 지금까지 자연을 인간이라는 종에 적응시켜왔다면 앞으로는 인간을 자연에 다시 적응시키는 대전환은 지구를 인간이라는 종의 독점적 소비 대상으로 보는 전통적인 사고에 대한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회복력 혁명을 위한 인프라
회복력 혁명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인프라의 확보와 구축이 중요하다. 저자는 회복력 인프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분산형 동료 시민정치’에 기반을 둔 생태지역 거버넌스와 시민정치 그리고 생명애(愛) 기반의 교육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산업의 발전은 농촌생활보다 도시생활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농촌지역은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을 가져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20대 젊은 계층, 소위 MZ세대를 대상으로 향후 선호하는 주거지역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7%가 농촌지역, 12%가 소도시의 교외지역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등의 회사 생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 적합한 열린 공간, 특히 자연공간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ESG와 기후변화 등의 이슈들이 생태적 지역 거버넌스에 대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디지털 스마트 인프라는 집값 등 부동산 비용이 적은 농촌이나 지방 소도시에 기업을 설립함으로 글로컬(Global+Local)시대를 본격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기후나 팬데믹 등의 재난에 대해 정부 단독으로 비상사태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민들의 직접적인 협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2019년 프랑스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계획과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심의하기 위한 시민의회를 설립했다. 무작위 추첨으로 선출된 150명의 시민의회는 언론과 자유로운 접촉, 전문가 그룹과 장벽 없는 아이디어 논의 등을 통해 149개의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정책과 조치를 권고했고 이는 국민투표 또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법제화될 예정이다. 이를 ‘분산형 동료 시민정치’라고 하며, 이는 단지 통치 집단을 투표로 선출하는 것을 넘어 직접적인 활동가로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개념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생태 지역 거번버넌스는 이에 기반한다. 최근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사회화에서 자연화로 세계관을 전환하는 교육현상이 유년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숲속학교, 환경학교, 숲속 유치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팬데믹으로 아이들은 그나마 교실에서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교실 경험마저 박탈당하고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서 수업을 받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과 심리적 안정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팬데믹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되는 시점에서 교실환경이 아닌 자연환경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일어났다. 알게 모르게 팬데믹으로 인한 부정적 사고를 갖게 될 아이들에게 자연을 통해 생명의 상호작용을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연구결과에서 자연에 노출된 아동들은 언어능력, 집중력 지속시간, 사고력, 감정 성숙도 및 포용력 등이 또래를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력 시대에 부합된 사고의 형성은 기성세대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환경을 물려받고 이를 유지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주체인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고민하고 고려할 시간이 우리에게는 많지 않다.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생명애(愛) 의식이란 자연계 전체에 대해 우리의 참여의 폭을 넓히고 삶에 대한 긍정의 힘이 우리를 떠받칠 수 있도록 하며, 삶의 여정이 흘러가는 것에 발맞춰 우리를 안내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기후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많은 영역에서 ‘회복’이란 말을 말이 사용한다. 과연 무엇을 ‘회복’한다는 의미인지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자연의 혜택을 통해 삶을 유지해 왔던 인간 본연의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연에 대한 물리적 회복도 물론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자연애(愛) 태도와 인식에 대한 회복이 ‘회복력’ 시대에 가장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