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갑주 ‘실무 에피소드로 누구나 공감하는 SCM’의 저자(샘표 SCM 이사)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부품 제공업자로부터 생산자, 배포자, 고객에 이르는 물류의 흐름을 하나의 가치사슬 관점에서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가 원활히 흐르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위키백과)’로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SCM을 이해하는데 사전적 정의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특히 현업에 있는 사람들에게 SCM은 쉽지 않은 직무이다. 지난 10년 동안 에너지·화학기업에서 SCM을 담당하고 식품기업인 샘표의 SCM 발전을 위해 자리를 옮긴 김갑주 이사는 “SCM은 내·외부 환경대비 이상적인 체계 구축을 위해 끊임없이 유·무형 자산을 확보하고 개선·발전·혁신해 나가는 경영 철학”이라고 소개한다. 즉 단순 이론이나 툴이 아닌 경영철학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2년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실무 에피소드로 누구나 공감하는 SCM’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전에도 경험을 바탕으로 SCM 실무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출판한 경험도 있다. 오랜 시간동안 SCM 분야에 종사하며 현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고 SCM 분야의 경험을 주위와 후배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그를 만나 책과 SCM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업의 어려움, 같이 공유하고 싶어
현재 샘표의 SCM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갑주 이사는 스스로 ‘만학도’라고 칭한다. 아직도 공부할 것이 많고 새로운 도전에 항상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이력도 독특하다.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에서 급식류, 사무 비품류, 유류, 건설자재, 수리부속류들에 대한 소요검토, 획득, 저장, 분배, 조정, 통제 등에 대한 업무를 했었다. 이후에는 에너지·화학기업에서 10년 정도 SCM을 담당했고 최근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올해 종합식품기업인 샘표로 이직했다. 그는 “올해 초 종합식품기업인 샘표로 이직하게 됐고 SCM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산업군별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식품 산업과 조직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학도이기도 하지만 그는 3권의 책을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SCM을 업으로 하면서 궁금하고 힘들었던 것을 같거나 유사한 업을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기업에서 SCM을 좁은 의미 또는 부분 최적화 관점에서 수요관리, 구매관리, 생산관리, 물류, 출하, 운송 등으로 생각하는 등 SCM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기업이 SCM을 수면위로 올려놓고 추진 할 때 SCM을 업으로 하는 담당자는 많은 고민과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며 “그동안 SCM에 관한 많은 책들을 봤지만 구체적인 내용보다 일반적인 내용이 많아 ‘내가 소속된 기업과 조직에서는 어떻게, 그리고 세세하게 SCM을 적용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어 그간의 경험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와 같거나 유사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에게 경험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었고, 제가 SCM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생각과 개념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책을 쓰는 건 생각을 보다 견고하게 정리하는 과정
기업의 모든 활동은 SCM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SCM의 모든 내용을 책안에 다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모든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기에 직·간접적 경험과 SCM의 본질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로만 책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책을 쓰려면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논리와 개념을 재정립하는 등의 과정과 결과가 필요하다. 이는 일정 부분 생각과 개념을 견고하게 정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예측할 수 없는 SCM 인문학의 비밀’, ‘성공한 기업들은 SCM이 다르다’, ‘실무 에피소드로 누구나 공감하는 SCM’이라는 3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중에 3번째 발행한 책은 본인의 에피소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풀어 낸 책으로, 현업에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책에 대해, “직접 실무를 하면서 겪은 내용들을 에피소드화 했고, 보안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기록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기존 SCM 서적과 궤를 달리 한다. 이는 ‘책을 시작하며’에서도 볼 수 있다. ‘인사가 만사’라며 SCM에 있어서 인사부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그는 “SCM에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정보시스템, 조직, 프로세스, 제품, 장비, 설비, 각종 제도 등은 모두 사람에 의해 좌우되고 형성되며 유지되기 때문”이라며 “터미네이터 영화에서와 같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면, SCM의 구축 속도나 유지 수준은 사람이 구축·유지하고 있는 조직문화에 매우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의 역할·수준·윤리 등이 SCM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사람을 확보하고 올바른 조직문화 구축 및 유지에 힘써야 하는 인사부서가 SCM에 있어 그 어느 부서보다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의 경험을 에피소드로 풀어냈지만 책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는 “보안 이슈로 많은 내용을 기술하지 못했고 기술된 내용 중에서도 숨김 처리된 부분들이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김갑주 이사는 일반적이고 단순 방향적인 책보다 실무 위주의 책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여건과 능력이 되는 한, 일반적이고 단순 방향적인 책 보다는 실무 위주의 책을 더 써보려고 한다”며 “현재, 식품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식품 SCM 실무’ 관련 내용의 책도 써보려고 한다”며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SCM은 경영철학이다”
그는 SCM은 툴이나 이론이 아닌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SCM은 언론매체나 광고에 나오는 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크고 작은 음식점·마트·병원·군대 심지어 국가도 SCM을 한다. 예를 들어 병원의 경우, 수요(환자)를 대비해서 시설·병상·장비·의사·간호사·약품 등에 대해 관리(공급) 프로세스를 구축·유지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저와 생각이 다른 분도 계시겠지만, 개인도 SCM을 한다고 생각한다. 즉, 개인별 수요(집, 차, 음식, 옷 등)에 대비해,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공급) 확보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마이너스 인생을,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저축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고 쉽게 풀어 설명했다. 때문에 더욱 단순한 이론이나 툴로 이해하기 보다는 철학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각 기업마다 처해 있는 상황과 수준이 다르고 특정 기업의 BP(Best Practice)가 다른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해진 이론이나 툴이 아니라 철학의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직의 SCM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유·무형 자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기업마다 보유중인 유·무형 자산의 종류와 수, 수준 등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SCM 성공 사례가 모든 기업에 동일한 속도와 수준으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SCM을 단순 이론이나 툴로 인식해 다른 기업의 성공사례를 단순히 벤치마킹할 경우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구축 과정에서는 인문학적 접근과 공학적인 방식이 혼용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전체적인 행동 양식은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고 업무 방식에 대해 구성원을 설득 할 때는 감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공학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SCM 관련 업무를 해온 김갑주 이사가 생각하는 SCM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그는 “SCM의 핵심은 PI(Process Innovation)라고 보지만 이는 사람이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CM은 다양한 종류의 프로세스를 개선, 발전, 혁신하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사람이 빠져있는 프로세스는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는 “SCM은 다양한 프로세스들이 연결되면서 유지된다. 다양한 프로세스 중 하나라도 부실하거나 빠져있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결국 이를 진단하고 좌우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의 인원으로 단기간에 구축하겠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
많은 기업들이 SCM을 구축하기 위해서 SCM 명칭의 부서를 만들기도 하고 단기 TF를 통해 정보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SCM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올바른 방향과 속도로 유지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 원인에 대해서 김갑주 이사는 조급증을 꼽는다. 즉 단기간에 이상적인 구축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SCM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에서 변화·개선·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프로세스가 디테일해지며 체계적으로 변화되는 것은 ‘동맥과 정맥만 있는 몸에 실핏줄이 생겨나는 것’과 같은데 이 과정에서 업무가 증가하고 이에 적응하고 만들어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성공적인 SCM 구축을 위해서는 ‘오랜기간 오너의 확고한 의지와 결단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SCM을 구축하는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First 펭귄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펭귄 무리는 바다에 뛰어들 때 천적의 위협으로 잠시 머뭇거린다. 그러다 용감한 펭귄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들면 다 같이 뛰어든다”며 “물론 가장 먼저 뛰어든 펭귄은 천적으로부터 잡혀 먹힐 위험이 가장 높지만 펭귄 무리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처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지를 가지고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First 펭귄의 역할에 대해, 한 사람이 아닌 다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First 펭귄이 한명일 경우, 한명은 다수를 대상으로 변화와 혁신을 외치다가 상처가 나거나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데, 구성원들은 한명이 반짝하다가 사라져가는 사례를 보면서 적당히 눈치껏 행동할 가능성이 높고, 궁극적으로는 매너리즘관점에서 조직의 내성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SCM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내성이다. 소수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다가 상처가 나거나 포기하는 순간 조직에는 내성이 생긴다”며 “도전이 멈춰질 때마다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아야만 일정 수준 이상의 SCM을 구축할 수 있고,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장기간 오너의 확고한 의지와 결단력”이라고 설명했다. SCM은 기업의 조직문화 개선, 경영속도, 의사결정 속도, 공급 능력, 매출·이익, 효율성, 경제성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조직문화 수준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효과들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직문화는 야유회에서 또는 식사를 하다가 나빠지지 않는다”며 “대부분 업무를 하다가 나빠지게 되는데 SCM은 R&R, 6하 원칙에 의거한 Business Rhythm, 프로세스 등에 의해 조직과 기업이 체계를 잡아 나가는 것이기에,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반영된 조직문화 수준이 높아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SCM에 다양한 프로세스는 나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지만 같이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어야만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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