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군 로봇역량 강화…로보티즈·뉴빌리티 등 로봇전문기업들도 영향력 확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시작단계라고 하지만 국내 배송로봇도 이미 본격적인 운행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KT와 LG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그간 배송로봇을 위한 개발을 지속해 오며 업계 대표 플레이어로 성장한 로보티즈 등 로봇전문기업들의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의 관심을 끌며 최근에는 삼성으로부터 투자 유치에도 성공한 뉴빌리티 등을 중심으로 한 여러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배송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대기업군과 스타트업군에서 국내 배송로봇 업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플레이어 3곳씩을 정리했다.

KT·LG·로보티즈, ‘국내 배송로봇, 우리가 선두주자’

지난 6월 21일, KT는 ‘AI 사업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27년까지 약 7조 원을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리고 KT의 이 계획의 중심에는 배송로봇이 있다.

KT는 장기적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을 육성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KT는 AI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로봇을 물류 등 배송현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4월, KT의 AI 실내배송로봇이 LG전자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제주신화월드에 자리잡은 것을 필두로 향후 공장형 물류로봇과 농업용 배송로봇, 나아가 실외배송로봇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시장에서도 KT표 배송로봇에 대한 기대는 높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WMC 2023 현장에서 처음 공개된 KT의 배송로봇은 온도와 습도를 제공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 기능이 적용돼 식품 등 온도관리가 필수인 상품을 배송하는 데도 문제없이 운행할 수 있어 현장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KT의 AI 실내배송로봇
KT의 AI 실내배송로봇

국내 대기업 가운데 배송 등 물류 로봇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바로 LG다. 지난 2010년대 후반부터 로보스타와 로보티즈, 아크릴은 물론 미국 보사노바로보틱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로봇 관련 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LG는 그 결과 자체 기술력으로 ‘클로이 로봇’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클로이 로봇은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적재해서 운반하는 캐리봇에서부터 식당에서 활용되는 서빙로봇, 길 안내를 해주는 가이드봇, 커피를 타는 바리스타봇 등 다양한 형태로 역할을 할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LG는 클로이 로봇의 활용성을 이제 배송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에는 LG전자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카카오모빌리티 사내 카페에서 로봇을 이용한 실내 배송 서비스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호텔에서의 실내 배송에도 활용되고 있는 클로이 로봇
호텔에서의 실내 배송에도 활용되고 있는 클로이 로봇

로봇구동장치 사업에서 지난 2018년, 본격적으로 자율주행로봇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로보티즈는 국내 배송로봇업계를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로보티즈 배송로봇 솔루션 라인업은 크게 ‘집개미’와 ‘일개미’로 구성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집개미는 실내배송을, 일개미는 실외배송을 각각 담당한다. 최근 서랍형과 스윙도어형, 트레이형 등 다양한 시스템을 탑재한 신버전이 공개된 집개미는 호텔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현장 도입을 검토할 만큼 관심이 크다. 여기에 로보티즈는 최근 국내 주요 승강기 업체 중 한 곳인 TK엘리베이터와 MOU를 체결, 집개미가 더 활발히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실외배송로봇인 일개미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재 강동구 고덕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단지 내 카페에서 지정된 장소까지 커피를 배송하는 업무를 전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입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새로운 버전의 개미도 등장을 앞두고 있다. 오는 8월 열릴 호텔 페어에서 공개될 새로운 개미는 기존 물류기능에 청소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한 버전으로 그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로보티즈의 배송로봇
아파트 단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로보티즈의 배송로봇

 

뉴빌리티·와트·모빈, ‘기술력을 무기로 경쟁에서 앞서나간다’

스타트업들에게 있어 ‘고난의 시기’라고 불렸던 지난해 초, 시장을 놀라게 했던 뉴스가 전해졌다. 한 자율주행 로봇 개발 스타트업이 2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투자참여사들도 IMM인베스트먼트, 삼성웰스토리, 롯데벤처스, 신세계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등 업계를 대표하는 곳들이기에 더욱 주목받았다. 당시 뉴스의 주인공이 바로 뉴빌리티다. 도심을 누비는 실외배송로봇인 ‘뉴비(NEUBIE)’를 통해 시장에 등장한 뉴빌리티는 빠르게 기술력을 고도화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비단 로봇에서 멈추지 않고 최근에는 로봇 구독 서비스 플랫폼인 ‘뉴비고(NEUBIEGO)’를 파트너사들을 대상으로 선보이며 성공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HL그룹의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기업인 HL클레무브와 ‘자율주행 로봇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드론-로봇 연계도심지 고중량 화물 멀티 모달 배송기술 개발사업’의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도 선정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뉴빌리티의 배송로봇 ‘뉴비’
뉴빌리티의 배송로봇 ‘뉴비’

와트는 단순한 컨셉 단계의 모델을 넘어서 실제 물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로봇 모델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와트는 지난 2021년, 실제 아파트에서 로봇이 할 수 있는 물류배송을 실증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 결과 탄생한 모델이 배송과 적재 효율을 대폭 높인 ‘제임스 W1’과 ‘W-스테이션 XZ’이다. 먼저, ‘제임스 W1’은 로봇 팔로 승강기와 자동문을 컨트롤할 수 있어 별도의 인프라 변경없이 기존 건물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간 효율을 대폭 개선한 택배 보관함 로봇 모델인 ‘W-스테이션 XZ’는 주차장 1칸 면적의 설치 공간만 있어도 아파트 약 900세대에 이르는 택배 물량을 수용할 수 있을만큼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와트의 이 두 모델은 함께 적용할 수 있다. 고객이 택배상품을 ‘W-스테이션 XZ’에 넣고 가면 자동으로 송장을 읽고 ‘제임스 W1’을 호출한다. ‘제임스 W1’은 ‘W-스테이션 XZ’에서 물품과 배송 주소를 전달받아 배송지 문 앞에 배송 후 완료 사진까지 고객에게 전송하는 것으로 배송업무를 마무리하는 형태다.

와트의 배송로봇 모델인 ‘제임스 W1’와 ‘W-스테이션 XZ’
와트의 배송로봇 모델인 ‘제임스 W1’와 ‘W-스테이션 XZ’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올해 초 사내 스타트업으로 분사한 모빈은 업력이 채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빈의 배송로봇 모델의 특징은 ‘장애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로봇’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자연스럽게 구부렸다가 펴지는 특수 고무바퀴를 적용한 모빈의 배송로봇은 4개의 휠을 통해 계단 등 로봇이 이동하기 까다로운 구역에서도 무리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장애물을 통과할 때 적재함이 기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수평으로 유지하는 특수기술도 적용했다. 실외배송로봇이 배송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개발된 모빈의 배송로봇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거운데, 올해 4월에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손잡고 배송로봇 활용을 위한 실증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CU와 배송로봇 활용 위한 실증사업에 나선 모빈의 모델
CU와 배송로봇 활용 위한 실증사업에 나선 모빈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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