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경규 인천항만공사 사장

△이경규 인천항만공사 사장
△이경규 인천항만공사 사장

“인천항이 동북아 물류 거점항으로 자리매김하고 글로벌 해양관광 중심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시기에 공직의 출발지인 인천항으로 돌아와 기여할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다.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지만 인천항과 인천항만공사의 성장, 발전을 위해 힘을 쏟을 것이다.”

지난 5월 인천항만공사의 제7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경규 사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경규 사장은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공사의 항만 안내선 ‘에코누리호’를 타고 시설 점검에 나섰다. 인천항의 발전 못지않게 안전도 중요하다는 생각과 현장경영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6월 23일 이경규 사장은 해운전문지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이 사장은 인천항만공사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현안에 대한 입장과 계획을 밝혔다. 

일방추진 원치 않아…지역과 소통해 현안 풀겠다
“공직의 출발점이었던 인천으로 다시 오게 되어 매우 뜻깊고, 고향으로 되돌아온 느낌마저 든다.”

취임 당시 감회를 묻자 이경규 사장이 고향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취임한 지 한 달 조금 넘은 시점이었지만 이 사장에게 인천항은 그립고 애틋했던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첫 공직 생활을 인천해운항만청에서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가 인천항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에서 정책기획관, 수산정책실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업무를 소화했고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전문성만큼은 보장된 인재라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이경규 사장은 자신을 낮췄다. 겸손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해양수산부 출신이 인천항만공사 사장 자리에 오른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항만공사의 수장이지만 그동안 맡았던 업무 중 상당부분이 수산에 치우쳐있다는 비판에 대한 속내였다.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의 비판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우려하시는 일방적인 사업 추진은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인천광역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비롯한 지역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현안을 풀어나갈 생각이다.”

기자단과 만난 이경규 사장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그러나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대를 찾아내고 의견을 듣거나 제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그는 충분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물동량 회복세 보여…하반기 상승세 이어갈 것
팬데믹은 이제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지만 인천항만공사에게는 여전히 코로나19의 상처가 남아있다. 지난해는 경기 회복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물동량 감소는 피하지 못했는데, 2021년 대비 5% 정도 감소한 319만TEU를 처리하는데 그쳤다.

올해 설정한 컨테이너 물동량 목표치는 345만TEU, 이를 달성하면 2022년 대비 7.3% 증가하게 된다. 물론 전년도 감소분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이에 인천항만공사는 포트세일즈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태국과 미국 LA, 오클랜드에서 지역 항만청과 기업들을 잇따라 만나 인천항의 강점을 설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국내 복합운송업체들을 초청해 현장시찰 등이 포함된 인천항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이러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결과 인천-남중국 간 새로운 항로인 ‘TIS2’와 중동 신규 서비스 ‘FAM’을 새롭게 선보인 바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중부권 화주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나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위한 포트세일즈 등을 통해 총 70개 컨테이너 정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누적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5.9%나 올라가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경규 사장은 올해 목표치(컨테이너 물동량 345만TEU)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동량 창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8개 이상의 신규 컨테이너 정기항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는 권역별 물량과 화종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하반기에는 신조 선박을 선보일 선사들을 대상으로 보다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항로별 선사별 물동량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집중관리가 필요한 항로를 선정하거나 이탈 항로를 재유치하는 것과 더불어 수도권과 중부권 화주기업들의 물동량 추이도 면밀히 파악해 선사와 화주 간 매칭 마케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경규 사장은 배후단지를 활용한 물동량 창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천국제공항과의 인접성, 한·중 간 카페리 항로 등 인천항의 장점을 살린 씨앤에어(Sea&Air) 물동량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전자상거래나 콜드체인 특화구역을 연계한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에 나서는 한편 수도권이나 충청권, 강원권 물동량 유치를 위한 권역별 맞춤형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구조적인 재무 개선과 검증 강화 추진
이경규 사장이 고심 끝에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인천항만공사의 부채 비율이 늘어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대 중국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인천항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 사장은 재무 개선 방향을 설명했다.

“우리 공사는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67억 원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감가상각이나 이자비용, 세금 등 고정비용이 증가해 재무건전성 지표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상경비를 감소시키고 수입은 증대하는 방안을 찾아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공사가 보유한 자산 중 사업목적에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은 매각에 나서고, 임기 동안에는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신규 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재무 여건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책 마련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경규 사장은 인천항만공사의 재무 분야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주요 사업에 대한 프로세스와 타당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검증은 예산과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 특히 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이나 사업 변경에 따른 적정 조정방안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보다 정교한 사업 추진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 수준의 관리회계 방식을 각 본부별로 적용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수익시설을 적기에 확충하거나 비용에서 원가나 영업외 비용 같은 것들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경영체질 변화와 개선에 집중할 생각이다.”
 

재개발 사업과 배후단지 경쟁력 챙길 것
인천항만공사의 현안 중 하나는 재개발 사업이다. 특히 인천광역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에는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이 연관되어 있어 공사와 시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또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골든하버 개발사업도 공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일부에서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이경규 사장은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은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계획에 차질 없이 진행하되 신중하고 꼼꼼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부, 인천광역시와 함께 구성한 ’내항 최고위정책협의체‘를 통해 수시로 협의하면서 인천광역시의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것이다. 이미 인천광역시, 내항부두운영사와 실무적 협의를 진행해 개방구역 확대나 대체부지 제공과 같은 최적안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시민이 염원해온 원도심 재생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다.”

이 사장은 골든하버에 대해서는 실무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며 항만법 개정 노력을 통해 투자유치 제약 요건을 해소하고 민간에서 투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스마트 오토밸리, 지역 의견 살필 것
최근 인천항만공사의 현안으로 떠오른 사안은 중고차 수출단지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이다. 스마트 오토밸리는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단지로, 물동량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선협상자 선정에 난항을 겪는 등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 5월 우선협상대상자 카마존 컨소시엄에서 설립한 카마존(특수목적법인)과 사업추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사회에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여러 불편이 예상된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운송서비스 지원센터의 주차장 문제도 인근 지역에서 제기하고 있는 화물차 운행에 따른 위험과 환경오염 문제 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와 인근 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해 원활한 사업추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살펴보겠다. 특히 원활한 육상운송을 위해 마련할 운송서비스 지원센터는 기반 시설을 준공하고 주차장 개장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인허가 문제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 화물차 주차장은 물류에 있어 필수적인데다 화물운전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시설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형과 협의해 조속히 개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혁신과 소통의 고객지향 문화 만들어갈 것
이경규 사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글로벌 해운항만 환경 변화에 맞춰 공사의 역할과 미래비전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오는 7월 ‘인천항만공사 비전 2035’와 ‘신경영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인천항 비전 2035 및 발전 방향, △정부정책 이행 및 성과 극대화를 위한 전략경영체계 점검과 수정, △신임 경영진의 경영방침을 반영한 전략 수립 등을 담을 예정이다. 특히 가치체계 공유와 확산, 조직 변화관리 방안 마련을 통해 조직 내 혁신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이경규 사장의 생각이다.

“올해도 인플레이션이나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경영환경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상황은 어렵지만 그동안 인천항 종사자들이 축적해온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이라는 지역사회를 지탱해온 많은 분들과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나갈 것이다. 특히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서 관계기관은 물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혁신하고 소통하며 ‘고객지향’을 우선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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