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화물차 단종 앞둔 상황 속 차량 성능, 충전 인프라 확충 목소리 높여

전기차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 충전기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해 전기차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충전빈도가 높은 화물차주들은 지금보다 더 큰 충전대란이 올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2022년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내수 판매 실적을 종합해 보면 138만 8476대를 판매했다. 이중 전기차 판매량은 총 12만 17대로 2021년 7만 1,717대 대비 67.3% 늘었다. 즉, 2022년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전기차인 셈이다.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화물차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올해 6월, 국내 1톤 트럭의 대표 모델인 포터와 봉고 전기차(EV) 모델 내수 판매량이 누적 1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포터Ⅱ 일렉트릭은 2019년 12월부터 5월까지 5만 8499대, 봉고Ⅲ EV는 2020년 2월부터 5월까지 4만 825대 두 차종 합산 누적 판매량이 9만 9324대였다.

특히 봉고 EV는 올해 2월, 전기차 단일 차종 ‘월 5천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화물시장의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높은 전기차 판매량에 맞춰 전기차 충전소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기화물차주는 물론 일반 전기차주들 충전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전기차주들 사이에서는 전기화물차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충전대란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충전기를 두고 갈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전기충전소 늘지만 실내 많아…‘전고 높은 화물차 진입 어려워’
전기화물차주들은 현재 일부 전기차주들 사이에서 이 같은 충전대란의 원인이 전기화물차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전기차 택배기사는 요일, 상황별(물량, 무게)에 따라서 편차가 있지만 하루 70~100km 내외로 운행 중이며 한번 충전으로 180km 정도 운영하고 있다. 충전의 경우 터미널 내 공용충전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평균 3일에 2회 정도 충전하고 있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전기화물차는 장점이 많지만 충전속도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완속 충전의 경우 6~7시간이 소요된다. 급속충전의 경우 약 1시간 정도가 필요하다며 느린 충전속도로 인해 택배, 화물차 운전자들은 일부 충전속도가 잘 나오는 관리가 잘된 충전기를 찾아가기 때문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전시설 관리 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충전소는 표기 용량보다 낮은 속도로 충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화물차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또 다른 차주는 “전기차 충전소가 늘고 있지만 많은 충전소가 지하주차장, 실내에 위치해 있다. 이곳들은 대부분 높이 제한이 있어 전고가 높고 탑으로 특장을 한 화물차의 경우 진입이 불가하다”며 이로 인해 화물차주들은 실외 충전소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매우 중요하지만 시간이 임금과 직결되는 화물차주들은 앞으로도 계속 고속도로 등 일부 실외 충전소로 더욱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화물차, 태생적인 배터리 용량·주행거리 한계에 충전빈도 높아
현장에서 만난 많은 전기화물차주들은 운행 환경, 충전 환경에 더해 차량의 운행거리부터가 짧아 충전을 자주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3년째 전기화물차를 운행 중인 한 운전기사는 “대부분의 전기화물차주들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서 길다. 하지만 전기화물차는 전기 승용차보다 적은 배터리 용량, 낮은 전비로 인해 충전빈도가 높다”며 충전 인프라만큼 전기화물차 자체의 성능 개선 없이는 현재 벌어지는 충전대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기화물차주 역시 “포터와 봉고의 배터리 성능이 다른 전기 승용차 대비 낮아 화물차주들의 불만이 크다. 일부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용량을 선택할 수 있지만 전기화물차는 단일 용량”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터와 봉고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58.8kWh다. 같은 용량을 탑재한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는 경우 342km(상온), 292km(저온)이지만 포터와 봉고는 211km다.

그는 “주행거리가 짧은 것에 더해 현재 출시되고 있는 전기화물차는 기존 경유차를 변형한 것으로 배터리가 외부에 노출돼 있다. 2023년형부터는 저온 상태의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이 기본이지만 이전까지는 옵션이었다”며 일부 차들은 배터리 히팅 시스템이 없어 특정 조건에서 주행거리 손해가 크다고 덧붙였다. 

전기화물차 보급만큼 충전 인프라 확충 노력해야
정부는 2020년, 화물시장의 친환경 화물차 보급을 위해 처음으로 보조금과 충전요금 할인,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특히 2004년 이후 신규 발급이 없었던 영업용 번호판까지 무상으로 발급하는 등 친환경 화물차 보급에 적극 나섰다. 

물류업계에서는 전기화물차 보급에만 집중했지 충전 인프라 확충에는 뒷전이었다며 이제라도 충전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 터미널 내 전기차 충전설비를 꾸준히 확충하고 있지만 수용전력, 임대인 동의 및 부지의 구조적 한계로 대량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사회적 인프라 구성 및 충전설비 구축에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사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말을 끝으로 1톤 화물차의 경유차 모델 생산을 종료하고 전기화물차와 LPG 차량만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전기화물차 보급이 더 빨라질 것이라며 정부는 전기화물차 구매 보조금 지급 확대와 더불어 공공인프라 확대, 물류 현장 협력해 충전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만 더 큰 충전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일부 차주들은 경유차에 비해 고장, 정비 등이 적은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하지만 긴 운행거리, 화물 등으로 인해 승용차에 비해 정비업소를 찾는 빈도가 높다. 정비업소도 함께 확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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