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엘 루비니 / 한국경제신문

경제, 정치, 환경 등 모든 영역의 전문가들은 현재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전망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예전에는 하나의 위기가 끝나면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 글로벌 정세가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위기에 위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오고 있어 회복의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휴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기후변화라는 인류의 숨통을 죄어오는 위기가 예측이 아닌 현실화되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팬데믹이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여 약 3년간의 시간을 혼란 속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 글로벌 양극화, 정부 부채 급증 등 팬데믹으로 인한 후유증이 가중되었다. 그리고 팬데믹이 마무리되면서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가질 즈음 새로운 글로벌 위기가 닥쳐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이 전쟁은 정치적 차원뿐 아니라 식량과 자원 측면에서 위기를 초래했다. 이는 팬데믹의 후유증과 더불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넘어선 스테그플레이션의 위기를 가져왔다. 또한 이러한 와중에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기술발전은 인류의 직업관과 노동관 등에 적지 않은 가치관 붕괴를 가져오기 시작했고 인류는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누리엘 류비니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10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했다. “하나의 위협은 그저 골칫거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발생하는 10가지의 초거대 위협은 생존이 달려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초거대 위협과 맞서기 위해서는 그동안 고이 간직해왔던 가정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위협1. 눈먼 시장이 불러들인 부채 위기
2021년 말 세계 부채(공공 및 민간)는 세계 GDP의 350퍼센트를 훨씬 웃돌고 있다. 현재의 증가추세로는 2030년에는 세계 GDP대비 400퍼센트를 웃돌게 될 것이 틀림없다. 높은 부채비율은 선진경제보다 신흥시장 국가에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앞으로 세계 소득 증가율은 과거와 같이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높은 부채비율은 가계와 국가에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체된 급여, 재정적자 그리고 값비싼 자산을 구매하기 위한 투자는 큰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개도국 중 최대 70개국이 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할 것이다.

위협2. 민간 및 공공 부문 정책 실패
경기 침체와 대외적 변화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많은 정책들이 입안되고 실행되었다. 금리인하, 구제금융, 양적완화 등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착시효과를 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면에는 좀비기업의 양산, 기업과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많은 정책은 일반 국민이 아닌 특정 기업이나 기득권 세력에 배를 불리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정상화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 건전성과 함께 자산가치의 거품이 거두어져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 입안과 운영은 경기가 정상화되기 위한 그 조건들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위협3. 인구통계학적 시한폭탄
평균수명의 증가는 사회보장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미적립 청구서의 무게에 무참히 짓눌리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선진경제는 현직 노동자와 퇴직 노동자에 대한 재정 약속을 이행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국민 소득 중 상당 금액이 노동자가 아닌 은퇴자의 삶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생산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노령 연금 수혜자의 급증으로 인한 편향 현상은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선진 경제의 사회 안전망은 많은 노동자가 정년에 이르기 전에 사망하던 시절에 형성된 것으로 오늘날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정부는 더 이상 고령자에 대한 연금지급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위협4. 저금리의 함정 그리고 호황과 불황의 주기
제로 금리의 시대가 너무 오래 지속되자 금융 시장은 공짜 돈으로 거대한 자산과 신용 거품을 먹여 살리는 카지노로 변모했다. 2022년 제로 금리의 시대가 막을 내리자 비대해진 자산의 거품이 꺼지지 시작했다. 2022년 5월에 상장기업의 증시가 20퍼센트 하락하였으며, 난공불락으로 여기던 FAANG그룹(메타·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까지 위기에 이르게 되었다. 호황과 불황은 아무런 이유 없이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제로 금리라는 함정으로 실물경제는 허덕이고 있는데 자산시장은 초호황을 누림으로 많은 사람들이 경제 자체가 호황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이것이 가장 큰문제이고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위협5. 거대 스테크플레이션의 도래
스테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이 수반된 장기적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탐욕스러운 대출기관과 그림자 은행, 무모한 주택 구매자, 느슨한 규제기관과 신용평가 기관, 위험에 대한 잘못된 가격 책정 그리고 근시안적인 정부 정책 등으로 수반된 엄청난 규모의 부채 사이클이 스테그플레이션의 티핑 포인트에 다다른 것이다. 세계를 장기적 불황에 빠뜨리게 할 11가지 충격은 다음과 같다.
1.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2. 국가간 이주에 대한 엄격한 제한 3.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의 내부 지향적 정책 4. 리쇼어링으로 인한 가격 인상과 공급 병목 현상 5.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대립 심화 6.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세계간의 새로운 냉전 7. 기후 변화로 인한 물 부족 현상, 부족한 청정에너지 공급 및 자연 재해 급증 8. 다양하고 예기치 못한 펜대믹의 잦은 발생 9. 소득과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극심한 양극화 10. 빈번해 지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11. 미국 달러의 불안정

위협6. 통화 붕괴와 금융불안
기축통화로 활용되고 있는 달러를 외교와 국가 안보의 수단으로 미국이 활용범위를 확대하고 있음에 따라 많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들은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자신들의 위안화를 동맹국과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무역의 지불 수단과 중앙은행의 준비통화로 활용도를 넓혀가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즉, 많은 국가들이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20년 내로 달러는 그 역할이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암호화폐의 비중이 높아지게 될 것이지만 암호화폐의 화폐와 통화로서의 불안정성과 암호화폐 특성 상 투기와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음과 더불어 금융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불안정 요소가 될 것이다.

위협7. 세계화의 종말
글로벌 성장을 견인했던 세계화는 잃어버린 일자리를 국내로 다시 복귀시키며,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정치가들의 포퓰리즘 정책에 의해 ‘탈세계화의 길’로 전환되고 있다. 탈 세계화는 특히 제조업 분야에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투자와 노동 시장의 필수 무역에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탈세계화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막대한 부채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무력화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인한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스테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위협8. AI와 사라진 일자리
AI는 인류의 발전에 획기적인 도약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원치 않은 개인적, 사회적 혼란과 시스템의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AI가 생산성의 획기적인 성장은 경제 파이의 성장이기에 초기에는 긍정적으로 수용하겠지만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며, 이로 인해 소비자 수요가 줄고 경제는 어느 시점부터 추락이 가속화 될 것이다. AI를 비롯한 모든 디지털 기술은 효율성의 최대화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효용성이 인류의 실존적 위험을 몰고 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위협9. 지정학적 갈등과 새로운 냉전의 시작
역사적으로 새로운 세력과 기존 세력이 마찰을 일으키면 일반적으로 그리고 종국에는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현재 빠르게 미국과 중국의 양대 세력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신냉전은 일관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수요에 의미심장한 혼란과 파괴를 초래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전쟁을 시작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위협,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한 미국과 한국에 대한 도발은 전쟁이라는 공포에 대해 동맹국간의 결속을 다지게 함으로 글로벌 경기의 침체와 위축을 심각한 수준으로 몰고 갈 확률이 매우 높다.

위협10. 거주 불가능한 지구
글로벌 기후 변화는 세계 각국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숲이 사막이 되고 매년 1조 2억 톤의 빙하가 녹고 있으며 물 공급이 무너지고 농업이 불안정해져 농산물과 가축, 지역사회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많은 역사학자와 시회학자들은 식량과 물 공급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야생의 동물들과 사람들은 더욱 밀접하게 되어 인류는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거주가 어렵게 되면서 발생되는 대규모의 이주는 지역간 갈등을 일으킴으로 국제 정세의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다. 앞으로는 자연 재해와 재난이 아닌 재앙 수준의 심각한 초거대 위협이 바로 눈앞에 직면해 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10가지 초거대 위협은 다음의 세 가지로부터 기인한다. 천문학적인 부채, 신냉전 그리고 기후 변화… 이러한 문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생존을 위협하는 초거대 위협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인간 자신이라는 것이다. 인류는 전례 없는 기술발전과 혁신적 사고를 가지고 현 시대를 성장시켜왔다. 이제는 그것을 올바르게 활용할 시기이다. 효용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그리고 인간 중심의 사고에 그것들을 활용해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 진정한 힘을 실어주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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