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30 기반 교통물류 인프라 구축, 교통 허브 국가 목표

중동의 오래된 강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역사적으로 석유파워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우디아라비아. 하지만 최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이하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는 석유를 넘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체 국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반에 지난 2016년 야심차게 발표해 진행 중인 사우디 비전 2030이 있다. 
 
물류 등 집중육성 내용 담긴 '사우디 비전 2030' 
지난 2016년, 당시에는 부왕세자였던 빈 살만은 석유자원에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적 기반을 다각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2010년대 초중반, 글로벌 시장에서 급속화된 저유가 현상으로 인해 자체 외환보유고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위기감을 느꼈던 빈 살만은 석유 이외의 추가적인 수입원과 높은 청년실업률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비전 2030을 내세웠다. 

사우디 비전 2030의 주요 사업은 크게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슬람 중심국가로서의 입지 확보 △글로벌 투자국 도약 △물류‧무역‧교통 허브국가로서의 도약 △경제다각화 △정부겨영 개혁 및 개선 △이슬람 가치 아래 삶의 질 향상 △아람코 기업공개 등이 그 내용이다. 이 가운데 주목할만한 부분은 물류산업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인 육성계획이 담긴 허브국가로서의 도약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류허브국가로서의 도약을 위해 물류는 물론이고 도로, 철도, 공항에 이르기까지 교통물류 분야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적게는 4,500만 달러 규모에서부터 많게는 최대 약 33억 달러에 이르는 공격적인 투자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단기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물류성과지수 순위의 도약,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무역과 물류, 교통의 허브 국가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물류성과지수(Logistics Performance Index, 이하 LPI)란 세계은행이 2년마다 발표하는 지수로 물류와 무역 등에 관한 성과를 국가별로 가시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수치다. 

올해 발표된 물류성과지수에서 가장 높은 주목을 받은 국가 역시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8년, 55위에서 올해 38위로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고 이는 사우디의 비전 2030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는 이 순위를 빠른 시일 내에 25위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한-사우디, 물류허브 구축 위한 기반 마련 나서 
물류허브 국가로서의 도약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우리 정부도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와 공동으로 ‘제2회 한-사우디 모빌리티 및 혁신 로드쇼’를 개최, 양국의 물류산업 협력 등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살레 빈 나세르 알 자세르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주요 관계자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비전 2030을 기반으로 한 사우디의 국가교통물류전략에 대한 발표와 함께 사우디 민간항공청, 교통청, 철도공사 등 주요 발주처에서 물류 등 주요 산업에 대한 프로젝트 추진 계획에 대해 직접 설명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사우디 측에서 소개한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관련업계에 공유, 민관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향후 사우디로의 진출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 측에서도 한국교통연구원, 현대자동차그룹, 한화시스템, 네이버 클라우드 등에서 스마트 모빌리티와 도심항공교통 실물 모형, 5G 클라우드 기반 브레인리스 로봇 등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물류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향후 사우디 물류시장으로의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주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국내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는 물론 스마트항만에 이르기까지 물류와 연관된 여러 분야에 걸쳐 정부 차원의 속도 있는 발전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혁신 기술이 적용된다면 양국은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환영사를 통해 “사우디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술력이 새로운 협력을 기반으로 손을 잡게 된다면 윈윈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그 초석이 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