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임 UPS코리아 인천공항 허브 총괄이사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운동에서 시작된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의 지휘 향상을 위해 1977년 UN이 3월 8일을 특정해 공식적으로 지정하면서 기념일이 됐다. 국내에서도 1985년부터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주제는 ‘공정을 포용하라’로 이는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기회와 자원의 ‘공정한’ 배분만이 진정한 평등을 끌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 중 UPS는 평등과 포용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두고 있는 기업이다. 때문에 다른 기업보다 여성 리더들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UPS에는 실제로도 여성 리더가 많고 이사회의 절반가량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관리직 중 절반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UPS코리아에도 이러한 여성 리더가 존재한다. UPS코리아 인천공항 허브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안순임 이사가 그 주인공. 그는 2002년 UPS SCS(Supply Chain Solutions) Air Import Senior Lead로 UPS에 입사해 2016년부터 현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물류가 남성 혹은 여성에게 더 적합하다는 인식은 불필요하다”며 물류산업 속에서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안순임 이사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만나봤다.

Q. UPS에 입사한 계기는 무엇이며 현재 만족 하나?
예전부터 무역업에 관심이 많았다. 배낭여행 중 우연히 한국 선사의 컨테이너를 보고 물류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결혼 후에도 계속 경력을 이어가고 싶어 기회 균등의 좋은 선례가 있는 외국계 회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했다. 그렇게 해서 입사한 곳이 바로 UPS코리아다. 포춘지 선정 500대 여성 CEO 중 한 명인 UPS CEO 캐롤 토메(Carol B.Tome)를 포함해, UPS 이사회의 거의 절반이 여성이며, 2021년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리직 중 45%가 여성이다.

사실 내가 입사할 당시 UPS SCS(Supply Chain Solutions)에는 여성 매니저나 수퍼바이저가 없었다. 그래서 향후 육아를 하면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고 실제로 육아, 가사 등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어려움은 학연·지연·성차별 없는 UPS의 평등한 기업 문화가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주변을 보면 대기업에 다니면서 경력을 쌓다가 어느 순간 여성으로서 사회 진출의 한계를 느끼는 친구들이 많다. UPS가 지난 20년 동안 나에게 보여준 신뢰와 지원, 동료들의 도움과 지도 등이 없었다면 나 역시 한계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UPS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UPS에 여성 리더가 많다는 점도 여성이 경영진에 오르고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Q. 경험에 비춰봤을 때 물류는 양성평등이 가능한 산업인가?
물류산업을 현장 근로자에 국한해서 본다면 남성의 비중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물류산업에는 결코 노동집약적 업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다양한 업무가 있어 굳이 성별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남자 혹은 여자가 아니라 섬세함을 포함한 장인정신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에는 육체적인 제약이 있어 여성들이 물류산업에 진입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근 로봇·자동화 등 첨단 기술이 물류 업계에 도입되면서 여성의 진출 기회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별을 떠나서 물류산업은 굉장히 활발하고 창의적이며 성취감을 이룰 수 있는 산업군이다. 하루하루 생동감 넘치는 직원들을 옆에서 보면 너무 멋지고 존경심도 느낀다.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마친 모습을 직원들과 바라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이게 물류 현장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물류인이라면 한 번쯤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Q. UPS는 양성평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UPS를 비롯해 여성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했으면 좋겠다. 세계 모든 기업에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참여가 이뤄지면 2025년까지 전 세계 GDP가 최대 28조 달러 이상 증가한다는 맥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연구 결과가 있다. 여성은 남성과 다른 시각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 진출 기회가 많아지고 경쟁을 통해 고위직 임원으로 도전할 기회도 높아졌다. 이런 사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성 리더는 다른 여성 임직원들에게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지지하고 영감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UPS코리아는 내부적으로 여성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직원들이 리더십 개발, 멘토링 및 네트워킹 기회에 참여하도록 지속해서 권장하고 있다. 특히 ‘무의식중의 편견’이라는 교육에 많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무의식중의 편견’은 직원들이 직장에서 어떠한 편견을 가질 수 있는지, 또 그 편견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인지시키는 교육이다.

UPS코리아뿐만 아니라 UPS와 UPS 재단(UPS Foundation)은 글로벌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 수출업자 지원 프로그램인 ‘UPS Women Exporters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교육과 노동 참여 측면에서 볼 때 남녀 격차가 존재하기에 전 세계 여성 중소기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UPS Women Exporters Program(이하 WEP)은 여성이 주도하는 사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UPS가 정부·비정부 기관, 기타 이해관계자와 파트너십을 통해 여성 기업가들이 자금 및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WEP는 전 세계적으로 약 31,000여 명의 중소기업 여성 CEO에 교육을 진행해왔다.

Q. 22년째 물류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임원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물류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 물류산업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매우 활발한 산업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첨단 기술을 몸소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산업이기도 하다. 또 그래서 물류산업은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아시아 무역은 굉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UPS의 ‘아시아 역내 무역 활로 개척(Clearing the Runway for Intra-Asia Trade)’ 보고서에 따르면 11개 주요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한국 무역 시장은 2020년 5,46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2조 2,000억 달러로 약 4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아주 고무적이다. 많은 기업이 새로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떠한 경기 침체가 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UPS는 코로나 백신 배송을 통해 완벽한 정시 배송률을 보여주며 원활한 물류가 코로나19 대처 상황에 어떠한 도움이 되었는지 몸소 경험했다.

아무런 차별 없이 본인의 열정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서 본인의 잠재된 능력과 열정을 깨우기를 기대한다. UPS가 아니더라도 한국과 전 세계 물류산업에서 여성들에게 계속해서 기회가 열리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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