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각광받지만 수주 난이도 높아

프로젝트 물류는 항만이나 발전소, 대형 공장 등 대단위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재와 설비 중 크고 무거워 규격화가 어려운 화물을 운송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흔히 중량물이라고 부르며 일부에서는 화물 무게에 따라 초중량물 혹은 특수화물 등으로 칭하기도 한다. 중량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데 화물 1개의 무게가 2톤~50톤 이상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초중량물도 기준이 없어 무게가 200톤~300톤 이상 또는 길이가 30~50m 이상인 경우를 말하기도 하며, 해상구조물이나 450톤 이상을 프로젝트 화물로 구분하기도 한다. 프로젝트 물류는 다른 물류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그만큼 운송 난이도와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젝트 물류시장 규모?
프로젝트 물류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 자료는 찾기 어렵다. 프로젝트 물류는 전 세계 각지에서 일감이 발생하고 완료되는 것이 반복되며 시기나 물동량, 업무 프로세스 등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조사기관이 추정치를 제시하고 있으나 격차가 커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물류 수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플랜트 시장을 보며 유추하고 있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가 발표한 ‘2022년 글로벌 플랜트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플랜트 시장 규모는 2조 43억 달러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플랜트 시장이 1조 1,51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북미가 3,300억 달러, 중동이 1,525억 달러, 중남미가 1,426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다만 플랜트가 모두 프로젝트 물류에 해당되지 않고 다른 품목들도 있어 업계는 적게는 0.5~5% 수준, 많게는 15% 내외까지로 추정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진입장벽, 왜 높을까?
흔히 프로젝트 물류라고 하면 수주 난이도, 즉 진입장벽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높은 수준의 물류 수행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물류의 상당부분은 육상운송과 해상운송으로 처리된다. 이때 사용하는 선박이나 트레일러는 평소에 보기 어려운, 값비싼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보유한 기업이 드물고 임대료도 높다. 또한 정형화되지 않은 화물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인력이 필요하며, 전문 엔지니어링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장비의 종류와 규모,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안전관리대응 매뉴얼, 엔지니어링, 자격요건 등이 선급이나 국제협약 수준 이상을 원하는 추세다. 실적이 많은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는 운송 차질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함인데 실적이 부족하면 입찰 자체가 불가능한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장벽은 협력 네트워크다. 프로젝트 물류는 대부분 하나의 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어 현지 제휴업체, 화물주선업체, 통관업체, 육상운송업체, 해운업체 등 전문기업들이 협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과 매끄러운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 프로젝트 해상운송은 해양 강국인 유럽 국가의 선주사를 중심으로 수행되었으며 현재도 작업절차 관련 규정이 그들의 기준에 맞춰져 있어 신규 진입이 어렵다. 그들과의 네트워크 형성과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프로젝트 물류, 어떻게 진행되나?
프로젝트 물류는 사전 준비과정과 운송 리드타임이 길어 수주 준비부터 서비스 완료까지 보통 1년 내외, 길게는 2~3년이 걸린다. 프로젝트 물류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수주 준비->계약 체결->경로 확정 등 제반 준비->내륙운송 및 보관->통관->항공·해상운송->하역->통관 및 보관->내륙운송 순으로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선 통관 없이 육상운송만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으며 최종 단계에서 조립과 설치를 대행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수주다. 프로젝트 물류 수요를 확인하는 방법은 꾸준한 모니터링이 최선이다.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상당수 입찰 건은 기업이 직접 발품을 팔거나, 현지 제휴업체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형 물류기업도 프로젝트 물류 전문가들과 영업조직을 보유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시장 조사에 집중하고 포워딩이나 일반적인 운송업무도 병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주 입찰 공고를 찾아내더라도 입찰을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A국가에서 B국가로 거대한 물품 하나를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물품을 일정에 맞춰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치밀한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고객사와도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협의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리스크도 크다. 프로젝트 물류 계약은 조금이라도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면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수행 난이도는 물론 현지 물류시장의 특성과 차량 등 장비 수급, 협력 업체 선정 등 세부적인 사항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면 50m폭의 화물을 내륙에서 운송할 경우 도로의 심한 커브길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사업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적정한 운임을 산출하고 고객사를 납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젝트 물류는 계약 후 1년 이내, 길게는 3년까지 운송이 진행된다. 그 사이에 운임의 변동이 발생하면 이를 감수해야 한다.

중국, 2010년대 이후 급성장
프로젝트 물류도 경기 침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경기 부양을 위해 국가 차원의 개발 정책이 추진되지만 민간 차원의 개발은 대부분 멈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주량이 감소하고 원가 절감에 대한 압박도 심화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한 정부의 개발도 침체가 심각할수록 자국 물류기업들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까지 유럽기업이 강세였으나 2010년대부터 중국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지금은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이 프로젝트 물류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에 따른 해외개발의 수혜와 낮은 단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중국은 일대일로 개발사업을 받아들인 국가에 비용을 빌려주고 개발은 중국기업과 중국인 노동자들을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젝트 물량의 상당부분은 중국기업 몫이다. 일대일로가 주춤한 요즘도 중국의 해외 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프로젝트 물류에서 많이 다루는 고중량 설비들은 비용과 기술을 이유로 중국에서 제조되는 것이 많다. 즉, 중국 내에서 완성된 중량물을 해외로 옮기는데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 역시 중국기업이며, 상하이항 등 주요 항만들의 인프라도 우수해 서비스 품질도 준수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운임도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아시아 프로젝트 물류기업들은 중국기업들에게 많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내 물류기업들은 배터리와 수소, 원전, 풍력발전 등 첨단 산업군에 대한 영업 활동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 차원의 개발 협력 관계를 설정한 뒤 현지 개발 예정지에 기업들이 진출할 때 물류기업도 함께 나가는 것이다. 이때 일반적인 화물뿐만 아니라 중량화물도 함께 운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개발 협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 해외진출과 개발 노력이 꾸준해야 한다. 특히 해외로 나갈 때 물류기업도 같이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물류업계에서 동반진출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했더라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개발에 주저하며, 값싼 운임을 제시하는 외국기업을 선호하기도 한다. 물류기업 입장에선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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