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거점 역할 대해선 다른 의견도…첨단 물류기술 집합소로 재탄생 기대  

주유소는 일찍부터 대표적인 유휴부지로 물류업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주요 지역에서 수십 개씩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대단지 아파트 등 실생활 거주지역 주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물류거점으로서 역할이 충분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주유소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어 실제 사업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0년대 후반 등장했던 홈픽이다. 당시 홈픽은 서비스 출시 두 달 만에 전국서비스를 오픈했고 국내 다양한 기업들과 연이어 손잡으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홈픽의 주유소 물류거점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정유업계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국내 대표 정유업계 기업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2018년, 본격적으로 홈픽 서비스를 자체 주유소 네트워크를 통해 전개함으로써 주유소 유휴부지를 활용한 물류거점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물량으로 지속적인 사업화에 어려움도 발생했다. 그리고 정유업계는 주유소 물류거점을 완성하기 위한 카드로 첨단물류기술을 선택했다. 

첨단물류기지로서의 주유소, 어떻게 변할까? 
이제 주유소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물류거점을 넘어서 미래 물류의 중심이 될 신기술이 융합된 첨단물류기지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주유소의 첨단물류기지 역할에는 산업계는 물론 지자체도 주목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말, 주유소를 첨단기술이 집약된 도심 속 물류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내 굴지의 IT 기업인 네이버와 손잡았다. 핵심은 I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결합한 첨단물류기지로서의 주유소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SK에너지는 주유소를 네이버 이커머스 서비스의 물류기지로 활용하고 네이버는 주유소에 적용할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점차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양사는 SK주유소 부지를 도심형 풀필먼트 물류센터(MFC : Micro Fulfillment Center)로 구축, 여러 형태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의 물류 고민을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더 착한택배’ 서비스를 주유소 거점을 중심으로 전개할 예정”이라며 “디지털, AI 등에 강점을 가진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한 단계 진보한 주유소 거점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와 네이버가 지난해 말, 주유소 도심물류 서비스를 위해 손잡았다. 
SK에너지와 네이버가 지난해 말, 주유소 도심물류 서비스를 위해 손잡았다. 

GS칼텍스는 드론 배송을 중심으로 주유소를 첨단물류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020년부터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드론 배송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2020년 6월, 제주도 무수천주유소에서 드론 배송 시연 행사를 개최해 배송서비스를 접하기 어려운 산간지역을 대상으로 한 물류서비스 전개를 위한 가능성을 타진한 GS칼텍스는 2021년 말, 도심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드론 배송 시연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서울시와 손잡고 국내 최초의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 조성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이번 사업에 따라 서울시와 GS칼텍스는 지난해 12월, GS칼텍스의 서초구 내곡주유소를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로 전환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했다. 올 상반기 그 모습을 드러낼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는 택배픽업공간, 물류창고 등의 결합을 넘어서 스마트 물류시설, 로봇, 드론 등 다양한 미래 물류 기능이 집약된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GS칼텍스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의 모습 
서울시와 GS칼텍스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주유소의 모습 

실질적 물류거점 역할 대해선 다른 의견도 
일각에서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물류사업이 실질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있다. SK에너지가 홈픽의 지분인수를 통해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해당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였던 홈픽의 경우에도 결국 생각만큼 실적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실패했다”며 “주유소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단순한 접근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실질적인 물류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몇몇 주유소 점주들의 현장 의견도 부정적인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유소 점주는 “주유소에서 물류업무까지 처리하려다보니 추가적으로 업무량이나 이에 따른 인건비 등의 비용도 덩달아 늘어나 오히려 불편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에서는 여전히 주유소는 물류거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업계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경우 주유소 거점 물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주요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을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주유소를 중심으로 한 물류서비스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주유소를 자산으로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업계의 의견도 눈에 띈다. 국내 한 리츠사 관계자는 “이전의 개념은 주유소 내의 남는 공간을 물류처리를 위한 곳으로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며 “앞으로는 주유소의 지하, 지상층을 개발해 전문적인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복합적인 주유소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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