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물류, ‘교토삼굴’의 지혜로 한 단계 도약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육십간지 중 40번째 해로, 검은 토끼의 해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트랜드 코리아 2023’을 통해 2023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래빗 점프(Rabbit Jump)를 제시했다. '교토삼굴(狡兎三窟)',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이지만 꾀 많은 토끼처럼 다양한 플랜을 수립하고 어려움을 피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라는 의미이다. 토끼의 지혜를 빌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1962년 설립돼 현재까지 물류 현장을 꿋꿋이 지켜온 합동물류가 그 주인공이다.

합동물류를 이끌고 있는 백순재 대표는 “시장이 좋을 때는 보수적으로, 어려울 때는 적극적으로 시장을 바라본다”고 설명한다. 백순재 대표를 만나 2022년을 되돌아보고 2023년을 넘어 합동물류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위드코로나로 급변한 시장, 결국 생존 키워드는 ‘사람’
2022년은 ‘위드코로나’로 돌아선 첫해로 시장환경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류산업 역시 코로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코로나는 물류산업이 많은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위드코로나는 시장환경의 변화가 뚜렷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백순재 대표는 코로나에서 위드코로나로 오는 과정에서 느꼈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사람, 보복소비, 인플레이션이 그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3가지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합동물류는 사람의 가치를 높게 여기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인해 물류산업에서 사람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그는 “약 2년간 비대면으로 택배산업을 이끌어오다 다시 대면하게 되면서 ‘사람’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며 “특히 택배산업은 결국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사람을 만나서 해야 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2022년 새로운 비즈니스의 확장보다는 임금인상 등 실질적인 복지를 지원하며 직원과 소비자 즉, 사람에 집중해 왔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올해 상반기 변화된 시장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보복 소비’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사회활동이 제한되며 절약한 여가비, 외식비 등의 비용들이 위드코로나 초기 다양한 방면으로 표출돼 소비가 늘었다”며 “지난 몇 년 간 소비자들의 억눌려왔던 소비가 보복소비 심리를 끌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가 위축됐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여행과 문화비에 대한 소비심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물류 산업 역시 영향을 받은 이슈였다. 그는 “물류산업 역시 초기 보복소비 심리로 인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백순재 대표는 “2022년은 전반·후반기가 분명하게 대비된다. 전반기의 ‘보복소비’가 하반기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소비감소가 눈에 띄는 한 해였다”라며 이는 합동물류를 어렵게 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어렵게 한 중요한 이슈”라며 “합동물류도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다른 때와 달리 기존 사업을 확대하거나 사업 영역을 넓히려고 해도 쉽지 않은 한해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ESG 실천
ESG 경영은 이제 어떤 산업이든 경영 전반에서 언급되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로 기업들의 지속가능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합동물류 역시 ESG 경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백순재 대표는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접근 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백순재 대표가 앞서 꼽았던 3가지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사람에 맞춰 ESG 경영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순재 대표는 “지난해 합동물류는 열악한 물류 환경으로 인해 안전을 담보로 일해야 했던 노동자들을 위해 안전한 사업장 구축에 적극 나서며 근로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ESG를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합동물류는 지난해 ESG 경영 실천을 위해 경유 지게차 전체의 50%를 전기지게차로 교체하고 지속적으로 교체를 추진해가고 있다. 또한 전기화물차 도입도 준비 중이다. 

전기지게차는 일반 경유 지게차보다 가격이 높고 보조금도 지원되지 않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합동물류 같이 현장에서 지게차 활용 비율이 높은 현장일수록 전기지게차 전환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또 일반적으로 전기지게차와 전기화물차 도입은 친환경을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백순재 대표는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접근보다 근무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합동물류의 현장은 다른 현장에 비해 지게차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경유 지게차를 사용하는 경우 적지 않은 매연이 발생된다. 백순재 대표는 “흰 마스크를 끼고 경유 지게차를 운전하고 나면 마스크가 새카맣게 변해있는 모습을 보고 전기지게차 도입이 시급하다고 느꼈다”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근로환경을 위해 친환경 차량 교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기지게차의 매연 배출량이 확실히 적기 때문에 직원들이 일하기 수월해진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합동물류는 화물자동차 전체에 대해서도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줄이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의 안전, ‘기초’부터 튼튼하게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물류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이슈가 됐던 원인은 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지 않은데에 있다. 수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지게차는 물론 화물차들이 빈번하게 이동하는 현장은 잠깐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합동물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현장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현장 직원들의 안전모 착용이다. 안전모는 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 장비지만, 물류산업에서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백순재 대표는 “합동물류는 택배회사 최초로 현장 직원 전원이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현장 직원들이 불편해했지만, 지금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착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안전을 위해서지만 활동량이 많은 물류 현장에서 안전모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자발적으로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었을까? 백 대표는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입사 때부터 안전교육을 철저히 시키며, 현장 내에서도 안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전은 기본적으로 교육으로부터 견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으로 끝나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백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평소 교육이 되어있어야 안전이 몸에 배고 실천도 가능하다”라며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지속적인 시설 개선 등을 통해 안전 지수를 높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 실천과 더불어 사용 장비에 대한 안전장치도 신경 쓰고 있다. 백순재 대표는 “작업 근로자가 지게차 작업 반경 이내 진입 시 사이렌 경보를 울리게 해 현장 근로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위기를 기회로 맞이하는 한해로
2023년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백순재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그는 “호황기 때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불황기 때는 적극적으로 시장 확장 전략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기업들이 움츠러들 때 기회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백순재 대표는 “IMF, 금융위기 때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장이 안 좋다고 움츠려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안 좋을수록 시장의 더 큰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올해 적극적인 시장 확장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택배라는 업의 본질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택배의 본질은 안전하게 빨리 가는 것과 남들이 귀찮아하는 일을 대신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여기에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본질에 집중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골프택배’이다. 그는 “골프택배와 같이 모두가 귀찮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최고의 서비스로 탈바꿈시키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순재 대표의 광폭 행보는 적극적인 시장 확장과 본질을 지키는 비즈니스 창출과 함께 현장의 로봇 자동화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2022년 로봇 자동화를 현장에 적용·테스트하려고 했으나, 중국 상해 봉쇄로 인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그는 “2022년 진행하려던 사업 중 하나가 자동화 로봇 도입이었다. 하지만 중국 상해 봉쇄로 비즈니스 미팅이 어려워 중단됐다”라며 “2023년에는 로봇 자동화 도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2022년은 뒤돌아보면 참 후회가 많이 되는 한해였다”며 “2023년에는 토끼처럼 한번 크게 뛰어보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움츠렸던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새해를 맞이하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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