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륜 사단법인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KPCA) 회장이 지난 9월 7일 열린 제17차 아시아파렛트시스템연맹(APSF) 정기총회에서 제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서병륜 회장은 “아시아 경제발전을 위해 아시아 역내 친환경 파렛트 유닛로드 공동 물류시스템 구축을 통해 아시아 순환물류체계(RTS)를 확대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며 “앞으로 리터너블(returnable) 파렛트 기반의 아시아 파렛트시스템의 친환경성, 다시 말해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국제사회에 인식시켜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서병륜 회장을 만나 앞으로 APSF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국제 파렛트풀용 RRPP파렛트와 서병륜 회장
국제 파렛트풀용 RRPP파렛트와 서병륜 회장

Q. 먼저, 제9대 아시아파렛트시스템연맹(Asia Pallet System Federation, APSF) 회장 선임을 축하드리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물류인으로서 아시아 국제 물류 발전을 위해 일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제2대, 제3대 APSF 회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에 앞서 2003 년부터 2007년까지는 아시아태평양물류연맹(Asia Pacific Logistics Federation, APLF)의 제5대, 제6대 회장으로도 활동했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물류에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갖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APLF의 회장으로 있던 2004년 10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3회 한·중·일 국제 비즈니스포럼에서 ‘아시아 경제발전을 위하여 아시아 국제 물류선진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그 대표적인 과제로 아시아 파렛트 표준화와 파렛트풀 제도가 아시아 역내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여 큰 반응을 얻어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 전국경제인연합회,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그 행사에서 APLF 회장으로서, 아시아 물 류인들을 대표하여 아시아 파렛트 표준화와 파렛트풀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던 것인데, APSF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제가 제안한 그 일들의 실현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제 물류 스승이신 히라하라 스나오(平原 直) 물류 선구자께서 제창하신 ‘아시아 선린 물류’를 저의 삶의 이정표로 하여 물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번에 다시 9대 회장이 되어 제 일생의 과업인 아시아 파렛트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시아 선린 물류’ 이루기 위해 APSF 설립 

Q.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APSF가 어떤 기관인지 설명 부탁드리며, APSF에서의 회장님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APSF를 설명하려면 먼저 산업계에서 파렛트 시스템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야 합니다. 

파렛트는 화물 받침대로서 물자를 싣고 이동하게 하는 물류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경제활동의 주체들이 물자를 주고받을 때 반드시 이들을 표준화시켜 공동 사용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쓰게 되면 물자 이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도 없고, 사용한 후에 회수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경제적인 손실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파렛트를 표준화하여 이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제도가 필요한데, 이를 파렛트풀(Pallet Pool)이라고 합니다. 

선진국들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국가단위의 파렛트풀 제도를 정부차원에서 경제인프라로서 도입, 출발시켰습니다. 특히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유럽의 파렛트풀 제도의 탄생과정을 연구하여 아시아 국제 파렛트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1950년대 유럽경제공동체인 EEC를 발족한 후 18개국 외무장관들이 합의에 따라 국가 간 교역물동량 이 증가할 것에 대비하여 포장규격과 파렛트를 표준화하고 각 국가 철도청이 유럽파렛트풀을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철도청이 주체로 나선 것은 당시 유럽에서의 중심 수송체계가 철도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합의에 따라 1951년부터 포장과 물류전문가들이 1960년까지 10년 동안 협의를 하였으나 결론에 도달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국가 간에 파렛트 표준규격이 서로 달랐고, 자기 나라 표준규격을 포기하면 자국 수송체계 등 국가적인 물류인프라의 손실이 막대하게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1960년에야 당시 유럽에서 경제면에서 앞서가던 독일의 아데나워 수상이 유럽통합을 위해 자국의 표준파렛트 규격인 1200mm×1000mm를 유럽 다른 나라 표준규격 1200mm×800mm에 양보하는 결단을 내려 드디어 유럽 18개국 철도청이 공동운영하는 유럽파렛트풀이 탄생하였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교환방식 파렛트풀로서 유럽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38년 전 한국파렛트풀주식회사를 창업하여 우리나라에 파렛트풀 시스템을 도입, 정착시켰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 산업 분야에 걸쳐 20여만 기업들이 2,500만 매의 수송용 파렛트를 공동이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플라스틱 파렛트풀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훗날 아시아 경제발전을 견인할 아시아 파렛트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을 제 삶의 보람으로 삼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APSF는 히라하라 물류선구자가 제창한 ‘아시아 선린 물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분의 한국, 일본, 중국 3국의 제자들이 중심이 되어 오랜 논의 끝에 APSF를 설립키로 하고, 2006년 6월 8일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아세안 국가 등 8개국 대표들이 모여 설립하였습니다. 현재 회원국은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 미얀마 등 10개국입니다. 

이들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은 본격적인 선진국다운 파렛트 풀 제도가 도입되어 있으나, 중국은 아직 수송용 파렛트 시스템이 도입되지 못한 채 구내용 파렛트 이용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파렛트 보유수량이 20억 매에 이르러 미국 35억 매에 이어 세계 2위의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35억 매는 수송용인 반면 중국의 20억 매는 주로 구내용입니다. 구내용이 수송용으로 전환된다면 시장규모는 3~5배 커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시 말해 중국 파렛트가 구내용에서 수송용으로 확산, 전환된다면 아시아 파렛트 표준화가 가속되는 것은 물론 그 시장이 확대되어 파렛트 업계의 비즈니스 기회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경제발전 속도에 맞추어 파렛트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의 파렛트 전문가 양성에 기여

Q. 회장님께서는 2대(2008~2010), 3대(2010~2012) APSF 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그 기간 중의 성과를 소개해주십시오. 

A. 파렛트 시스템이 낙후된 아시아 국가의 파렛트 전문가 양성 지원활동과 아시아 지역 표준파렛트 규격 제정에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파렛트 시스템이 낙후된 만큼 이들 지역에 파렛트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지난 2007년부터 매년 동남아국가에서 ‘아시아 유닛로드 스쿨(Asia Unit Load School)’을 개설, 파렛트 전문가 200여 명을 양성한 바 있습니다. ‘아시아 유닛로드 스쿨’을 통해 우리나라의 파렛트 표준화, 정보화, 운영 기술을 전파했는데, APSF 회원국이기도 한 각국 대표단들도 한국의 활동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 산업자원부에 동남아국가 파렛트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명, 건의하여 이뤄진 사업으로, 산업자원부의 국제 협력 지원금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 산업자원부에 APSF 활동을 지원하여주신 데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APSF 회장을 맡으면서 중국에는 매년 파렛트 컨퍼런스 행사를 지원하여왔고, 지금까지도 저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APSF 표준은 001부터 006까지 여섯 개의 표준이 확정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002는 T-11형(1100mm×1100mm) 파렛트와 T-12형(1200mm×1000mm) 파렛트를 아시아 표준으로 하는 것으로, 2012년 5월 23일 APSF 총회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제가 APSF 2대, 3대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사전 준비와 협의를 거쳐 완성된 것으로, 이에 힘입어 2013년 12월 T-11형과 T-12형이 한국 표준으로 확정되었습니다.

▣ 아시아 유닛로드 스쿨 실적 

한·중·일 물류당국, APSF의 활동가치 인정

Q. APSF는 아시아 역내 물류표준화, 특히 표준파렛트 확산과 표준파렛트 기반의 풀링 시스템 활성화를 통한 아시아 역내 물류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하는 조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성과 중 특이한 성과로 물류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아시아 지역에 파렛트 공동 풀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여러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그동안 회원국 간에 표준규격의 제정 협의와 컨퍼런스 등을 통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미진한 상황입니다. APSF는 이같은 난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노력의 결과 얻게 된 성과 중 하나로 APSF의 활동가치를 한·중·일 물류당국이 인정하여 정부차원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중·일 물류장관회의는 매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물류정책 최고책임자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국제회의입니다. 

오래전부터 APSF는 아시아 역내 물류표준화와 표준파렛트 확산, 아시아 역내 파렛트 무관세화를 이 회의의 의제로 제안했으며, 이 회의가 APSF의 실체를 인정하고 지원하기로 함으로써 이들 의제를 이 회의의 주요 의제로 채택해 논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역내 파렛트 무관세화 사업은 이 회의를 통해 시범모델 사업 추진이 심도 있게 협의되고 있습니다. RFID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추적시스템을 구축해 아시아 역내 파렛트의 물류 가시성(visibility)을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파렛트 무관세화와 관련하여서는 뒤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APSF의 국제 네트워크

아시아 친환경 파렛트 시스템 구축에 박차

Q. 회장님께서는 지난 9월 7일 열린 APSF 17차 정기총회에서 ‘아시아 파렛트 친환경시스템 전략’이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APSF의 비전, 실천과제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조연설에 앞으로 회장 재임 중 실천해 나갈 역점 사업내용이 담겼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지요.

A. 저는 그날 기조강연을 통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파렛트 풀 시스템이 친환경 시스템으로 탄소중립 실천에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리터너블 파렛트 기반의 아시아 파렛트시스템의 탄소배출권 확보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파렛트 재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량에 대해 LCA(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 평가) 분석을 통해 탄소배출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친환경 파렛트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아시아 국가 간 무역 활동에 APSF 일관수송용 표준파렛트를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위기에 처한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친환경 파렛트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중요한 모델이 아시아 국가 간 리터너블 파렛트 기반의 순환물류체계(Returnable Transport System, RTS) 구축입니다. 

APSF는 아시아 표준파렛트를 기반으로 품질과 규격을 통일한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APSF 마크를 부착한 표준 파렛트를 아시아 역내 국가에 보급 확산시키고, 인증 파렛트의 생산부터 재사용, 재활용 수명주기 관리 체계도 도입, 운영함으로써 아시아 역내 친환경 물류시스템을 탄탄히 닦아 나갈 것입니다.

리터너블 파렛트의 친환경효과 UN 기후협약조직 설득

Q. 기조연설의 무게 중심이 ‘탄소중립’에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특히 ‘아시아 파렛트시스템의 탄소배출권 확보’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신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떤 방법으로 아시아 파렛트시스템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실 계획인지, 그렇게 되었을 때 아시아 물류산업에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궁금합니다.

A. 파렛트는 산업용 다회용기로, 반복적인 회수 재사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환경보전에 기여하지만, 그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사)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KPCA)가 2020년에 발표한 LCA 분석자료에 의하면 일회용 파렛트 대비 재사용 플라스틱 파렛트의 온실가스(C0₂) 저감률이 73%로 높다고 합니다. 1회용 파렛트를 리터너블(Returnable) 재사용 파렛트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73%나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리터너블 파렛트를 기반으로 한 유닛로드시스템이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리터너블 파렛트를 표준화하여 풀시스템을 통해 공동으로 이용한다면 공동물류에 의해 수송차량 수가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차량이 내뿜는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파렛트 공동화는 물류센터 내의 지게차 등 설비 장비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하역작업 횟수를 줄이게 될 뿐 아니라 물류센터의 에너지 소비도 줄이는 2중, 3중의 효과로 이어집니다.

LCA 분석을 통해 국가별 온실가스 저감량을 산출하여, 리터너블 파렛트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를 보여줌으로써 탄소배출권 권리를 국제적으로 주장, 인정받자는 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특히 리터너블 파렛트의 환경적 효과를 부각해 UN 기후협약조직을 설득하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권위 있는 컨설팅기관인 ECOI의 전문가와 6개월간의 멘토링 계약을 맺었습니다. 향후 관련한 연구용역도 함께 할 구상인데, UN에 제안이 될 때까지 함께 설득논리를 만드는 연구활동을 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와 인증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나갈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환경부나 환경공단과 협의하여 추진전략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경제와 환경 포괄하는 순환물류체계(RTS) 만든다”

Q. 기조연설에서 아시아권 순환물류체계(RTS) 추진도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A. 아시는 바와 같이, 2017년 제정된 ‘KS T 1355(순환물류포장-취급 및 운용체계 가이드라인)’에서 순환물류체계는 “발송자가 순환물류용기에 물품을 담아서 수취자에게 공급하면 수취자는 이를 인수하여 적입품을 비우며, 빈 물류용기는 반환 및 회수되어 다시 발송자에게 재투입하는 것으로 순환물류용기의 반복 재사용 회전이 지속적인 순환적 구조로 이루어지는 체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광의적인 RTS는 파렛트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것으로, 제조부터 폐기까지의 전과정을 통제하고 평가하여 파렛트의 장기적 반복적 재사용성을 극대화하고 환경부하를 극소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파렛트 공동이용 풀링은 RTS를 구현하기 위한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파렛트 풀링이라는 개념에 치중하여 경제적인 효과만을 생각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경제와 환경을 모두 포괄하는 RTS에 기반하여 대표적인 순환물류기기(RTI)인 파렛트를 첨단지능화, 디지털화하여 이력 추적관리를 통해 관세를 면제받고 파렛트의 가시성을 확보하여 회수율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파손품의 회수도 강화하여 폐기물 배출을 감축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하여 파렛트의 관세장벽을 해소하고 경제적, 환경적 효과를 배가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국내 파렛트풀용 파렛트와 서병륜 회장
국내 파렛트풀용 파렛트와 서병륜 회장

이력·추적관리 시스템 통해 파렛트 동일성 입증

Q. 앞서 파렛트의 이력 추적관리를 통해 관세를 면제받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아시아 역내 교역 시 쓰이는 파렛트의 관세면제·무관세화가 오랜 숙제였습니다. 파렛트 무관세화가 왜 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이 과제를 풀어갈 생각이신지 말씀해주시지요.

A. 우리나라 관세율은 플라스틱 파렛트가 6%, 목재와 금속 등이 8%입니다. 관세는 통상 수입자가 부담합니다. 이러한 관세는 과세가격에 관세율을 곱해서 산출하며, 과세가격에는 물품가와 운반료 등이 포함됩니다. 이는 수출자 입장에서는 수출원가이므로 파렛트 비용이 당연히 포함되게 되어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산출 공식만을 보고 파렛트는 관세를 안낸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결국은 모두 원가에 포함되어 있어 관세를 지불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유럽파렛트풀은 파렛트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아시아 국가보다 상대적인 무역 경쟁력이 있는 것입니다. 국내 관세규정도 문서적으로는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만, 제반 관련 서류 작업과 부가적인 업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해상용 컨테이너와 같이 ‘무관세’를 도입하는 것인데, 이는 국제적인 관세 규약을 체결해야 하는 큰 난제가 있고 시간이 오래 걸려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관세면제’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즉, 수출입 파렛트의 동일성, 쉽게 말해 수입 물품을 싣고 들어온 파렛트가 다시 수출 물품을 싣고 나갈 때 같은 파렛트임을 입증하기 위해 RFID 등 이력·추적관리 장치를 부착하고 이들의 결과를 전자적으로 관세청에 사전 승낙을 받고 데이터를 송수신한다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현재 KPCA가 ‘한·중·일 수출입 파렛트 재사용 활성화 방안 연구’를 주제로 해양수산부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는 2023년 실증실험 준비를 위한 연구용역입니다. 내년에 실증실험이 꼭 수행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주도로 재사용 풀링파렛트에 RFID를 부착하여 이력 추적관리를 하고, 이들의 데이터 결과를 관세청에 송수신하는 방법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내년에 본 과제가 이루어진다면 이들의 결과를 APSF 회원국에 홍보하여 아시아 유닛로드시스템(ULS)을 더욱 확대하는 여건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우리 한국이 APSF 사무국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올해부터 다시 시작하는 회장국으로서 아시아 물류 발전을 위해 맡은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파렛트 관세면제로 ‘막힘없는 물류’ 환경 조성

Q. 파렛트 무관세화·관세면제가 이루어지면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지요?

A. 기본적으로 수출입 화주나 물류기업으로서는 관세부담을 덜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관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저는 국가 간 규제의 문턱이 낮아짐으로써 파렛트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시아 국가간 RTI 풀링을 도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관세가 면제되려면 파렛트가 수출상품을 적재하고 나가려 할 때 수입상품을 싣고 들어온 그 파렛트가 맞는지 증명해야 하는데, 그 일이 몹시 까다롭습니다. 원활한 물류를 가로막는 높은 문턱인 셈입니다.

세관당국의 입증 절차가 생략되어 자유로운 유통이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RFID를 장착해서 추적시스템을 장착한 파렛트로 운용한다면 실시간 추적을 통해 입증이 가능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막힘없는 물류, ‘Seamless Logistics System’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조건은 APSF 마크가 달린 파렛트에 이를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시아 파렛트 시스템을 APEC 정식의제로

Q. 끝으로, 9대 APSF 회장 임기 중 어떤 각오로 회장직에 임할 생각이신지 덧붙여 주십시오.

A. APSF의 관례로 보면 회장은 한 번 더 연임을 하는 경우 4년간 활동하게 됩니다. 이 기간에 저는 아시아 파렛트 시스템이 유럽이나 북미와 같은 선진물류시스템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첫째로, 아시아 유닛로드 스쿨을 상설 교육기관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아시아는 각 국가 간에 경제 수준의 차이가 많은 만큼이나 물류시스템과 파렛트 시스템 수준도 차이가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은 아시아 각 국가의 물류와 파렛트 관련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특히 온라인 원격 화상교육시스템으로 이 과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둘째로, APEC이나 ASEAN+3 등의 아시아 지역 정상회의에서 아시아 경제발전을 위한 물류선진화 전략으로 아시아 파렛트 시스템이 정식의제로 채택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셋째로, 유럽과 북미 등 파렛트 선진지역의 파렛트 국제조직들과 협력하여 지구 환경 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글로벌 파렛트 시스템 조직을 만들어 파렛트나 유닛로드시스템(ULS) 분야가 UN 기후협약의 Carbon Neutral Project에 참여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