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폰 보리스 외 / 와이즈 맵

사람들이 정착생활을 하게 된 것은 농업문명이 도래되면서 부터이다. 농업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정착의 규모는 점진적으로 커져 갔다. 정착민들의 많아질수록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제반시설이 건설되고 법규와 제도 등이 만들어지면서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도시는 규모와 기능적으로 크게 발전해왔으며, 21세기 도시는 국가 못지 않은 기능을 갖춘 또 하나의 세계로 사람들의 터전이 되었다. 어쩌면 국가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시의 미래는 사람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8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거주하며, 2050년까지 약 70%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천만이 넘는 도시인구 규모를 가지고 있는 도시 비중이 2018년 12.4%에서 2050년이면 30%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2018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에너지의 75%가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환경문제의 주범인 탄소가스도 80%가 도시에서 배출되고 있다. 도시는 성장과 발전, 더불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여러 문제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시에는 생존의 기회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는 사회적 갈등과 위험성이 높은 공간으로 도시가 변화하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미래의 도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도시는 국가의 핵심 기능이 집중화되어 있다. 따라서 도시의 미래는 국가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도시공학자와 건축학자들이 모여 집필한 ‘도시의 미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자세히 지적하고 이에 대해 도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 하는지에 대해 현재 여러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시도들과 함께 여러 관점에서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의 미래도시의 모습은? ‘글로벌폴리스’
전 세계는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서구 선진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같은 낙후된 지역에서도 도시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도시화가 되고 있는지를 주목하는 하는 것이다. 도시공학자들과 건축학자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과 사물이 우리가 세상과 맺는 관계 뿐 아니라 삶의 기회와 관점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그 공간들에 배치된 건물이나 시설들이 우리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간과 건물, 시설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미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도시에 대한 디자인은 도시 속에서 사람들의 평화롭고 안정되며 행복한 삶에 직결된다. 앞으로 미래는 도시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도시는 투자자들의 자본이 집중될 수 있는 매력을 갖추어야 한다. 건물이 들어서기 위한 토지정책이나 문화, 교육시설 및 환경 그리고 나아가 도시에 대한 브랜드화를 통한 도시 경쟁력 확보가 도시 계획 및 개발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도시는 소속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스스로 갖춤으로 도시 생태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도시는 세계화와 더불어 도시의 기능과 역할에 기반해 도시 간 공통의 전략을 추구하는 네트워크가 강화될 것이며, 성장과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발전되어갈 것이다. 이것을 ‘글로벌폴리스’라고 한다. ‘글로벌폴리스’는 도시의 물리적 합병을 넘어서 하나의 정치적 조직 단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도시 스스로의 운명을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도시가 일정 부분 이상 국가의 역할을 대체함을 의미하며, 서로 다른 환경과 역사를 지닌 도시의 유형들이 통합됨으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낼 것이다.

미래도시를 완성하는 11가지 키워드
1. 인구밀도(커져가는 도시, 몰려드는 사람들) : 미래 도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며, 높아진 인구밀도에 대해 주어진 공간을 최적화하여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가 해결해야 할 사항은 인구의 수가 아니라 인구밀도이다.
2. 기반시설(도시를 더 가치 있는 공간으로) : 기반시설은 도시의 중추적 역할이자 도시 기능의 핵심이다. 기반시설은 밀집된 공간에서 함께 인간다운 삶의 질 향상과 거주자들이 일상 생활의 여러 요소들의 공유를 통해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다. 기반시설은 교통, 교육, 보건, 통신, 환경 등의 제반 시설을 의미하며,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기반시설의 발전으로 지속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3. 이동성(가난이 이동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됨) : 이동은 공간의 이동과 사회적 이동이 있다, 사람들이 살아감에 있어 사회적 이동성이 훨씬 중요하다. 사회적 이동은 자신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이동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는 사회적 이동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사회참여 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 물론 공간의 이동성 또한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친환경 이동 방식에 기반을 둔 이동수단과 소유개념 보다는 공유개념의 이동수단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4. 도시 생태계(자연과 인공의 완전한 공존) : 미래의 도시는 자연 생태계와는 다른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즉 사람만이 모여 사는 공간이 아닌 동물과 식물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생태학적 틈새를 찾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도시 생태계는 도시의 환경상 여러 문제점을 도시 스스로 치유하고 홍수와 같은 재해에 대응함으로 도시의 생존에 적지 않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5. 자원(도시에서 모든 것이 생산됨) : 미래의 도시는 스스로 순환의 기능을 갖는 유기체와 같을 것이다. 에너지, 식량, 자재 등이 도시 밖에서 유입되는 것이 최소화될 것이다. 대부분 도시 스스로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고층 건물의 옥상은 발전소 또는 녹지로 조성되며, 순환경제를 지향하는 다양한 시설물들이 도시 한복판에 건설됨으로 필요한 물자에 대한 공급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될 것이다.
6. 일(새로운 업무 형태의 등장) : 미래 도시는 일에 대한 개념이 재고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도시는 고학력의 엘리트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도시는 IT기술을 통해 매력적인 모습을 갖추고 외부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도시 내 실업률의 상승과 더불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도시는 변화하는 환경과 사회적 문제를 기반으로 도시만의 ‘산업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도시 농업, 수공예, 순환경제 및 수리경제, 유연한 생산방식, 마이크로 팩토리 등 도시에 특화된 일자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도시는 심각한 양극화와 함께 불안정한 환경으로 인해 지속가능이 불가할 수 있다.
7. 주거(다양한 주거방식으로 변화) : 도시 거주 비용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사유 재산 구조를 넘어 새로운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사용하는 생활공간은 축소시키고 공동 사용 공간을 확대함으로 이웃 간의 유대와 교류를 강화하는 사생활과 공공의 경계가 재정의 되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문화와 공동체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
8. 소유권(도시는 누구의 소유인가) : 소유권은 도시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일부의 소유로 인해 도시가 사유화 되는 현상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자산의 개념을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누구의 소유인가는 도시 계획과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래의 도시는 공간(땅)에 대한 소유 개념과 작별해야 한다. 도시는 모든 주민들의 것이고 그들 모두를 위해 사용되어야한다.
9. 보안(기술은 도시를 보호할 수 있는가) : 안전은 도시가 주민들에게 약속하는 가장 핵심 요소이다. 도시는 편의와 기능 확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네트워킹 되어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안전망은 오히려 통제와 자유상실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래의 도시는 기술이나 무장 경비원들에 의해 보안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기반한 공동체에 의해 보안이 유지되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10. 참여(모든 것은 시민이 결정한다) : 미래의 도시는 소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계획한 도시여야 한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스마트 시티는 일부 기술권력자들이 예측과 주장에 의한 하향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도시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디지털화를 비롯한 도시의 성장을 위한 계획은 소통형 민주주의에 기반이 되어야 한다.
11. 미학(이질성과 불환전함의 아름다움) : 획일적인 아름다움은 지속성이 없다. 미래의 도시는 의도적인 미완성을 주민들에게 넘겨줌으로 주민들이 이를 완성할 수 있는 틈새와 빈 공간을 남겨둔다. 도시 자체가 창조의 무대이며, 작업장이다. 미래의 도시의 모습은 관념적인 아름다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개방성이 반영되어 있는 그리고 그 흔적이 표출되는 사회적, 소통적 관점에서 도시미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앞서 언급한 11가지 키워드에 근거하여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으며, 실 사례를 통해 결코 11가지의 키워드가 허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도시는 지속적으로 팽창할 것이며, 국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미칠 것이다. 영향력을 받기만 한다면 미래는 정해져 있다. 도시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도시 계획자들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미래 도시를 만들어 감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미래의 도시는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인간중심의 도시개념이 우선 시 되어야 한다. 아무리 고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도시라고 하더라도 일부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그 도시는 결코 지속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미래 도시는 거대한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변화를 흡수하고 최적화하여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 역할이야말로 미래 도시의 존재 이유가 될 것이며, 도시 성장의 유일한 요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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