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수시 왕래하는 물류센터, 에어컨 설치 큰 효과 없어

쿠팡이 자사 로비를 무단 점거하고 물류센터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에어컨 모형을 끌고 오는 23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설치 행진에 나설 예정이다. 

과연 민노총의 쿠팡 물류센터에 에어컨 설치 요구는 타당한 요구일까? 답은 일정부분은 맞고, 또 다른 부분에선 억지 요구다.

실제 일부 물류센터의 경우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에어컨 설치 물류센터들의 경우 전자부품 등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화물의 입출도 빈번하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삼성전자와 LG등의 A/S부품을 보관하는 물류센터들의 경우 물류센터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으며, 해외 유수의 자동차 부품 등을 보관하는 물류센터들 역시 제품보호와 센터 근로자들의 업무 편의를 높이기 위해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단 이들 센터들의 특징은 상품의 입출입이 하루 2~3번에 불과해 빈번하지 않다.

반면 현재 민주노총이 배달하겠다는 에어컨의 경우 쿠팡 동탄 물류센터의 경우 층마다 마련된 휴게실에 천장형 에어컨 등을 갖추고 있으며, 모형 에어컨을 배달하겠다는 민주노총의 행위야 말로 정치적 의도처럼 인식되고 있다.

한편 학계에서도 화물차들의 출입이 빈번한 대형 물류센터는 제철소 등과 다르기 때문에 작업장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기 순환과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효율적인 물류센터 천장용 실링팬 전경. 
공기 순환과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효율적인 물류센터 천장용 실링팬 전경. 

 

서울과학기술대 정진우 안전공학과 교수는 “국내 대형 물류센터의 경우 대형 화물차가 수시로 오고갈 수 있는 개방형 구조여서 에어컨 설치가 구조적으로 어려우며, 효율도 크게 낮을 수 밖에 없다“며 “관련 법에서도 제철소 등 고열 작업 등이 실내에서 이뤄질 경우에만 냉난방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을 뿐 물류센터 등 냉난방 설치가 어려운 곳은 별도 조치가 이뤄질 경우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법에서 정한 작업장 외에는 각 현장에 맞는 현실적인 혹서기 대책을 운영하라는 취지”로 해석했다.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 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근로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적극나서지 않으면 인력 수배가 어려워 져 대형 물류센터 작업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마련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수시로 화물차들이 출입하는 대형 센터들의 경우 안전과 효율성을 위해 대형 화물차 높이에 맞춰 5~6m의 도크(Dock·하역장)가 설치돼 있어 에어컨 설치에 따른 냉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전했다.

우편집중국 전장에 설치된 선풍기 전경.
우편집중국 전장에 설치된 선풍기 전경.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가정용 벽결이 선풍기를 시작으로 대형 천장형 실링팬, 스탠드형 대형 선풍기 등으로 냉방 장치가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축되는 물류센터들의 경우 공기흐름을 원활히 하는 설계로 건설되고 있으며,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화주들 역시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을 최우선해 임차에 나서고 있다.

한편 한 냉방장비 업체 관계자는 “물류센터에 들어가는 냉방장치는 에어컨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같은 자리에서 일하는 공정은 고정형 선풍기, 이동해 일하는 공정의 경우 이동형 에어써큘레이터 등 공정에 맞는 냉방 장치 설치가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전문 전기업체 관계자는 “여러 물류센터와 작업을 해왔지만 냉방장치를 매년 늘리는 물류센터는 쿠팡이 유일하다”며 “쿠팡처럼 꾸준히 냉방장치 설치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물류센터들은 가정용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선풍기 외에도 환기를 위한 에어 써큘레이터 시공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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