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 김영사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몇몇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모든 영광과 번영은 영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이 그랬고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몽골제국이 그랬다. 전 세계의 약 30% 가까이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으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했던 대영제국 또한 지금은 작은 섬나라로 과거에 비해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미약하다. 제국이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와 지역에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가지고 이들을 통치하는 국가를 일컫는 의미이다. 제국은 월등한 힘의 논리와 더불어 과학 및 기술의 발전 수준 그리고 강력한 리더에 의한 과감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현 시점에서 보면 과거와 같은 유형의 제국은 아닐지라도 미국의 경우 힘의 논리, 과학과 기술의 수준을 통해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미국에 대항하고 있는 중국은 또 다른 제국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추상적인 관점에서 진일보해서 구체적으로 제국의 형성요인과 쇠퇴요인을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글로벌 정세뿐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라는 것이 어떤 요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갖추어야 필요가 있다.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백승종 교수의 ‘제국의 시대’는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한 역사적 이해와 현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과의 연계성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제국 형성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
지정학적 위치 : 제국으로 성장한 나라들은 상당부분 외부의 영향력이 비교적 적은 반도국가 또는 대륙에 가까운 섬나라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영국과 일본 역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대륙의 정세에 비교적 적은 영향을 받아 강한 군사력을 키우며 국력을 강화시켰다. 반면 한국은 반도국가라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리적 특성을 살리지 못한 대외정책으로 일본과 중국의 지속적인 침략을 받아 어려움도 많이 겪었으나 해양과 대륙의 교량적 위치로 인한 산업국가로서의 성장과 발전은 대륙국가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21C에 들어서면서 교통과 통신의 발전으로 인해 지정학적 위치가 과거에 비해 우월적 요인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종교 및 정치사상 : 제국의 역사를 보면 종교와 정치이념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국민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특히 로마제국과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통해 영토 확대에 주력하며 자신들의 종교에 대한 영향권을 넓혀갔다. 영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의 경우에는 정치사상에 의한 제국주의화가 진행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이들은 강력한 왕권에 대한 견제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등의 사상이 발전되었으며, 국가의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반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여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함으로 자국의 영향권을 대외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이들 국가는 문화적, 기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상업과 공업의 발달로 인해 풍부한 자본시장이 형성된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강력한 군사적 힘을 갖추는 기반이 되었다.
강력한 군대 : 제국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강력한 군사력이다. 로마제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로마제국에서 운영한 군체계는 현 세계에서의 군대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체계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군인들은 높은 봉급과 퇴역 후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 따라서 로마 병사의 사기는 매우 높았으며, 이는 강력한 전투력으로 이어졌다. 몽골 제국에는 강력한 기마병이 있었다. 몽골 제국의 기마병은 다른 국가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몽골 제국 기마병은 전투력도 막강했지만 그들의 이동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외국과의 교역을 통해 이전의 것들 보다 강력한 파괴력의 청동 대포와 같은 무기들을 다량으로 구매하여 전투력을 강화하였으며, 특히 콘스탄티노플 점령 시 마흐메트2세가 보여 준 전함의 야산 이동과 같은 기상천외한 전술은 상대 국가들로 하여금 백기를 들게 만들었다. 영국은 강력한 해군을 통해 전 세계를 호령했으며, 독일은 전차군단의 화력으로 유럽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일본 역시 강력한 군대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압승을 거두었으며, 미국과도 대등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현 시대 또한 강력한 군대는 제국으로서의 위상을 갖는데 있어서 가장 큰 요소이다. 미국은 이미 전 세계와 단독으로 전쟁을 벌일 수 있을 만큼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쏟아 부으며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 시에 강력한 군대를 유지할 수 있는 국력이 제국주의로서의 위상을 갖추 것이라는 사실이 역사가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지배국 정책과 활발한 교역 : 역사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들의 특성을 보면 로마제국, 몽골제국, 오스만투르크 제국과 같이 중세이전의 제국주의 국가들과 근세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의 정책적 특성은 차이가 있으며, 이는 제국주의 국가로서 수명과 일정 부분 관련성이 있다. 중세 이전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항복한 국가의 국민들과 저항한 국민들에 대한 대응이 극단적이었다.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한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하였으나, 항복한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안전을 보장하고 문화적, 상업적인 기반을 제공하였으며, 정치적 자유와 종교적 자유까지도 허용해서 지역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활발한 교역을 위한 제반 인프라 확충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몽골제국은 교역을 위한 실크로드를 형성하였고, 로마와 오스만투르크는 영토 확장과 동시에 군대의 빠른 이동을 목적으로 도로를 건설하거나 정비하였다. 이는 군사적 목적 이외에도 지역간 교류와 활발한 교역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으며, 도로의 주요 거점에는 교역을 위한 적지 않은 제반 시설을 건설하기도 했다. 이는 제국의 수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반면에 근세시대의 제국주의는 식민지 정책에 기반한 수탈과 착취 중심으로 자국의 부를 축적하는 형태로 이어짐에 따라 지역 내의 계속되는 분쟁과 함께 지역의 불안정성으로 제국주의 국가로서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제국이 패망한 주요 이유
광대한 영토에 대한 통치력의 한계 : 통신과 교통이 발전되지 못한 상태에서 광대한 영토를 장기간에 걸쳐 통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광활한 영토를 가진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통치자는 고액의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는 내부 결속이 강해지는 반면에 영토 확장에 대한 국가적 목표가 줄어들게 되면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해짐에 따라 내부 결속은 약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제국의 혼란의 시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이민족의 침입이나 피지배국의 독립을 위한 항전 등으로 인해 제국의 국력은 한계에 이르렀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의 전쟁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도와 국가 재정의 약화 또한 제국 유지를 한계에 이르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사회적 갈등의 심화 : 로마 제국은 공화국 말기 극심한 양극화와 로마 시민들의 타 민족에 대한 혐오증이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몽골제국은 대륙의 통일 이후 한족을 끌어안지 않고 차별화함으로 끊임없는 한족의 반란을 유발시키고 이에 대한 시달림으로 국론의 분열을 가지고 왔다. 오스만 제국은 1683년부터 1699년까지 벌어진 지속된 전쟁에서 연패를 하면서 국가 재정의 파탄과 동시에 사회적 갈등의 심화로 발생된 내부 분열이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또한 제국의 황제인 슐탄의 계승과정에서 발생된 왕자들의 숙청과 반란은 슐탄이 제대로 된 황제로서의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형식적인 왕위 계승으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을 대응할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해 제국의 영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났지만 영국은 과학기술이 미국과 독일에 비해 매우 뒤쳐진 상태였으며, 스코틀랜드와 지속적인 갈등은 국가의 안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특히 1차 세계대전 전후 영국의 교육정책 실패는 수많은 학생들이 중등교육을 포기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영국은 영연방을 거느리고 있다는 지나친 자부심이 사회 내에서 세대 간 갈등을 야기 시키고 있으며, 이는 영국으로 하여금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전염병 : 흑사병(페스트)은 유럽을 초토화시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흑사병이 아니었으면 현재의 지도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을 수 있었다. 흑사병은 몽골 제국의 붕괴를 일으킨 주요한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도로망의 발전으로 지역 간 이동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진 장점이 있었으나 이는 전염병의 빠른 전파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전염병의 전파는 인구의 감소로 이어졌으며, 이는 군사력의 감소와 조세의 감소로 이어짐으로 인해 국력이 쇠약해지는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1차 세계대전의 종전원인 중 가장 결정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스페인 독감이었다. 스페인 독감은 결국 전쟁의 지속을 멈추게 만들었으며, 세계 각지로 식민지를 확대하기 위한 영국과 프랑스 등 강대국의 해상 진출에 제동을 걸게 만들었다.
지나친 포퓰리즘과 국민들의 실망 : 제국의 황제들이나 통치자들은 광대한 통치권의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어야 했다. 이를 위해 제국의 통치자들은 국력이 쇠약해질수록 포퓰리즘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포퓰리즘은 국가 재정의 악화와 함께 특정 계층을 배불리는 쪽으로 정책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되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불만은 오히려 팽배해졌고 이는 결국 사회적 분열과 불안정을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련의 경우에도 한때 공산주의의 제국화에 초점을 두고 강력한 정책을 펼쳐갔다. 소련의 당서기장 흐루시초프는 소련의 문화 측면과 우주과학 측면에 상당한 국력을 소비했다. 화려한 문화예술 시설의 건축, 미국보다 앞선 우주선이 발사 등은 소련 국민들은 물론 서방세계 국민들까지 소련의 강력한 국력과 소비 수준에 대해 착시현상을 갖게 만들었으나, 실상을 깨달은 소련 국민들의 각성이 결국 소련이란 공산주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국의 역사는 기업의 역사와도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업도 사세의 확장을 위해 M&A 등을 통해 기업의 규모를 확대해 나간다. 제국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살펴보면 기업 또한 흥하고 망하는 현상이 일맥상통함을 느낄 수 있었다. 국가이건 기업이건 결국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람들의 집단이며, 시대에 따라 환경적 차이는 있지만 역사 흐름의 방향성과 가장 근원적인 법칙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 공부를 통해 깨닫게 된다. 모든 과거와 현재는 연결되어 있으며, 현재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행위의 결과물이고 현재의 행위는 미래의 결과물로 남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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