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속 LCC, ‘화물사업’으로 실적 반전 꿈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대형항공사(FSC)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최악의 실적을 맞이한 저비용항공사(LCC)는 ‘화물사업’ 진출을 통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섰다.

지난달 제주항공은 LCC 최초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해 첫 운항을 시작했다. 제주항공은 인천~하노이 노선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베트남 등에 화물 노선을 확대하고 운항 횟수도 주 15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도 347석 규모의 대형기인 A330-300을 도입해 화물운송 강화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은 7월부터 인천~울란바타르 몽골 노선에서 여객 사업뿐만 아니라 ‘화물사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한편 티웨이항공은 지난 4월 대형/특수 화물 수송에 대비하고자 독일 젯테이너(Jettainer)와 화물운송 수단(ULD/Unit Load Device)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여객사업에 편중돼 큰 손실을 겪었던 LCC들이 ‘화물사업’ 확장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고 스페이스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물류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코로나 팬데믹 속 대형항공사 ‘A+’ 실적 기록…LCC는 ‘낙제점’ 받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전체 항공화물 물동량이 전년 대비 11.4% 늘어난 362만 톤을 기록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한 탓에 항공업계가 휘청일 것으로 보였지만, 화물사업의 호조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은 18% 증가한 8조 7,534억 원, 영업이익은 515% 증가한 1조 4,644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4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2조 1,807억 원으로 역대 분기 매출 실적을 갱신하는 등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 1분기 역시 화물사업 호조 속 매출 3조 8,052억 원, 영업이익 7,884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60%, 영업이익은 533%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나 항공 역시 지난해 매출 4조 1,104억 원, 영업이익 4,565억 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15.5%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여객기 7대를 화물기로 개조해 화물량을 16~46톤으로 늘린 아시아나 항공은 ‘화물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3조 1,484억 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반면 ‘화물사업’ 네트워크가 부족한 LCC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최악의 매출을 맛봤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2,708억 원, 영업손실 3,145억 원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78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LCC인 티웨이항공 역시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밟아왔지만, 지난해 1,4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2,144억 원이며 영업손실은 1,483억을 기록했다.

LCC의 ‘화물사업’ 진출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FSC와 LCC의 실적 희비를 가른 것은 ‘화물사업’이었다. 여객에만 의존해온 LCC들의 경우 각국 정부의 봉쇄 등으로 인해 여행길이 막히자 그대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FSC들의 경우 높은 화물 운임과 수요로 인해 예상과 달리 막대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에어인천은 저비용항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역대 최대매출을 갱신했다. 이는 다른 LCC들과는 달리 ‘국내 유일 항공화물’ 전문사를 표방하며 화물사업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것이 주효했다. 에어인천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계속된 경영난에 운영 화물기를 3대에서 1대로 줄이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증가, 화물운임 상승 등으로 2021년 555억 원의 역대 최대매출을 기록하며 반전을 맞이했다.

한 LCC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은 여객사업으로만 이뤄진 LCC들의 취약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라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일부 노선에서 반도체 및 장비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항공화물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FSC들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지역에 항공화물 네트워크를 잘 구축한다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항공사보다 운영 효율성이 더 중요한 LCC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LCC들의 ‘화물사업’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화물사업’에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되어 있는 대형항공사들이 좋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 높은 운임까지 맞물린 데에 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는 “‘화물사업’이 당장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효자로 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운임이 하락하거나 물동량이 줄어들 경우 화물기 고정비용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방 공항 활성화 나선 지자체, LCC와 협력 ‘모색’
LCC들이 ‘화물사업’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지자체들도 지역 경제 및 지방 공항 활성화 등을 위해 항공화물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대구시장에 새로 취임한 홍준표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현재 인천공항이 전체 항공화물의 98.2%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대구통합 신공항과 같은 거점공항을 육성해 항공 물류를 분산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대구통합 신공항의 화물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결과 최근 대구시와 티웨이항공은 ‘티웨이항공 본사 대구 이전 MOU’ 체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자리에서 티웨이항공이 본사를 대구로 이전하는 결단에 환영하는 바이며 앞으로 티웨이항공이 대구통합 신공항의 지역 항공사로 여객/물류를 전 세계로 운송하는 대한민국 핵심 항공사로 도약하는 데에 대구시가 행정적으로 전폭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인 충청북도도 청주국제공항을 제2 항공화물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청주공항 항공화물 수요분석 및 국가 제2 화물 거점공항 육성방안’에 대한 정책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며 이와 관련된 용역 중간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청주국제공항 주변은 2011년도에 비해 반도체 및 컴퓨터 등 기업체와 산업단지가 급격하게 증가해 많은 수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항공화물 수요는 지역 수출입품목을 중심으로 연간 약 16만 톤 이상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제항공물류의 99% 이상이 인천국제공항에 집중되고 있다”라며 “지자체·지방 공항·LCC사들이 협력해 인프라 구축 및 물동량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도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주국제공항은 수출입물량 및 공항시설이 부족해 국제항공화물 운항이 2000년부터 러시아 노선을 운항했지만 2007년 중단됐다. 이후 2011년 미국 노선으로 변경했지만 1년 만에 중단돼 현재까지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