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밀러 / 궁리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성과지표’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피터 드러커’ 교수는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통해 기업의 성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이는 현 시대의 기업 경영에 있어 하나의 불문율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과지표는 기업 경영 발전과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성과지표의 설계와 측정 그리고 운영은 경영전반에 있어서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과를 측정하고 지표를 활용하는 것은 이전 보다 나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개선이나 혁신의 척도로 활용하는 데 주된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성과지표는 그러한 본질적 용도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그 의미는 성과지표가 구성원을 평가하고 통제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성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특정 사업에 계량 성과지표가 설정되면 그 사업은 사업 본연의 목적성보다 성과지표를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가령 고객만족지수를 측정하게 되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실질적 노력보다는 지수를 높이는 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이를 관리하는 형태로 고객보다는 지표에 비중을 두는 운영체계가 되어버리고 만다. 제리 밀러 교수의 ‘성과지표의 배신’은 성과지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지표 활용에 대한 문제를 제시한 책으로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관리에 대한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측정이 왜 문제인가?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측정된 성과지표가 구성원의 ‘책임성’과 ‘능력’의 증빙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성과지표의 계량적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 효과성을 희생시키는 다양한 수단이 조직 내에서는 발생되고 있다. 교육 기관의 경우 기관의 목적은 양질의 교육을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기관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계량 지표들은 진정한 목적성에 기반 한 교육 보다는 기관의 생존권이 달린 측정 목표치를 맞추는데 모든 노력을 쏟게 만든다. 일부 의사들은 복잡한 질병이나 중대한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수술을 기피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 자료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그 이유는 수술 성공률이 의사들의 측정 지표이자 자신들의 평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지표에는 과정들이 반영되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으로 성과를 측정한다. 즉, 성과 측정은 경우에 따라 왜곡된 정보,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는 기만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 사회는 변동성이 높고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주관적인 판단보다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요구한다. 계량화 된 숫자는 객관성의 요소가 짙으며, 수준을 가늠할 수 있고 주관성을 배제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이 경영진들이 성과지표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성과에 대한 측정이 불가피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잘못된 측정, 과도한 측정, 오해를 부르는 측정으로 인해 역효과를 낳는 현상에 직면에 있다. 문제는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측정과 부적절한 측정이다. 즉,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 문제가 아니라 측정을 해야 한다는 측정 강박이 문제이다. 측정 강박이 문제라는 것은 측정이 의도하지 않는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낼 수 있음에도 측정에 대한 믿음을 고집하는 태도 때문이다. 표준화된 측정이 기업에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 측정이 보상과 처벌을 위한 판단 기준으로서 구성원들에게 인식이 되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사업 영역에는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만 측정을 하면 나머지는 등한 시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성과 측정에 충실한 조직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성과 지표를 추가하게 되며, 업무의 의미는 모호해지고 관리해야 할 수치적 지표 관리 중심의 조직으로 변모해 버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굿 하트는 ‘통제에 사용되는 모든 측정 수단은 신뢰할 수 없다. 즉, 측정하고 보상할 수 있는 측정은 모두 꼼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단순히 지표에 대한 측정을 요구하고,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실제로 측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동기부여란 명목으로 금전적 보상과 처벌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성과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성원의 기술과 경험이 평가절하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과 측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사람들이 측정된 지표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되면 누구나 측정 받는 영역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조직들은 과정관리지표를 개발하여 운영한다. 그러나 과정관리는 객관성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관리를 위해 수많은 표준과 규칙이 만들어 짐으로 이를 관리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됨과 동시에 평가 대상들에게는 더 많은 압박감을 주게 된다.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모든 조직에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측정된 결과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 측정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염두 해 두어야 한다.
1. 측정할 대상이 측정 과정과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고려해야 한다. 측정 과정과 결과가 보상과 처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 측정의 유효성을 왜곡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2. 측정하고자 하는 지표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그 지표가 경영 전반에 어떤 긍정적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지를 고려하고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제외해야 한다.
3. 측정하는 성과지표가 많다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과지표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관리를 위한 관리의 부담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4. 측정하는 성과지표를 보상과 처벌의 기준으로 활용할때 성과지표는 해당 담당자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한 직업적 목표와 일치가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자기 발전, 사회적 가치 등)와 외적 동기(금전적 보상)를 구분하여 성과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외적 동기 중심, 기술적이나 지식기반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내적 동기 중심의 지표를 설정하여 설계함으로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
5.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적지 않은 비용을 수반한다. 특히 관리를 위한 관리 지표가 많아질수록 취해야 할 데이터의 양과 이를 측정하는 시스템의 종류는 늘어나게 된다. 또한 지표는 측정이 어려워지며 측정의 정확도와 객관성은 떨어지게 된다.
6. 측정을 위해 취합하는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비즈니스는 시장 환경, 정치적 변화 등 대외적 여건에 의한 변동성이 높다. 따라서 환경적 영향에 따라 어떤 비즈니스는 노력에 비해 높은 성과를 보이는 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성과가 낮게 될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으로 성과를 측정할 경우 조직 내 불만은 높아지고 성과 측정체계에 대한 불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7. 성과 측정 방법과 지표는 측정 대상에 대한 핵심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개발자로 참여해야 한다. 단순한 방법론이나 시스템적 접근으로 성과를 측정하거나 이에 해당되는 지표를 개발해서는 지표의 효용성은 물론 구성원들도 지표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된다. 아울러 이에 대한 측정 또한 측정 영역에 대한 가치를 이해할 때 측정 대상자들도 측정 결과를 신뢰하고 수용하고 될 것이다.
8. 아무리 좋은 측정 수단과 지표라고 하더라도 편법이나 부정한 방법을 통해 측정을 왜곡되게 만드는 경우를 방지하지 않으면 무가치한 측정과 지표가 된다.
9. 모든 것을 측정하고 측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는 해석과 판단의 문제이지 표준화된 측정과 지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지표화 하는 것은 경영학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이며, 조직을 경영함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 요소이다. 하지만 성과 측정과 지표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에서 구성원들 관점으로 볼 때 역효과를 보이고 있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많은 경영자들이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여러 기업들을 진단하고 자문하면서 느낀 부분은 기업 성과 측정체계는 바로 기업의 조직문화와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성과 측정과 지표 설정에 경영진들이 주목해야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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