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에르난데스 / 문학사상

기업을 위기에 이르게 만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비즈니스적 한계에 의해 기업이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비즈니스적 문제 못지않게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는 부분은 기업의 윤리적 태도에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 웰스 파고의 고객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계좌를 개설하여 실적을 부풀린 사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경영권 분쟁이나 오너 일가 갑질 사건, 주가 조작사건 등 기업의 윤리적 문제는 공공, 민간, 산업 등 영역 구분 없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앞으로의 기업들은 평판을 먹고 사는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미 그 시기가 도래된 상태이다. 평판은 기업의 윤리적 수준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기업의 평판관리를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평판은 만들거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ESG에서 특히 S(Social)과 G(Governance) 관점에서 윤리경영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다. 암스테르담 UV대학 교수이자 기업윤리 컨설턴트인 호세 에르난데스 교수의 저서인 ‘회사는 이유 없이 망하지 않는다’에서는 현 시대에서 기업 내부 리스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기업윤리’ 영역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훌륭한 기업들이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리더의 잘못된 판단과 인성 때문이고 두 번째는 훌륭한 경영진을 두었음에도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기업에서 작동하고 있는 구조적, 전략적, 문화적 실패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스캔들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이 목표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행되는 불건전하고 불합리한 방법을 일정 부분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영업이익과 같은 수치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비즈니스 규모와 구조의 확대에 높은 비중을 두는 반면에 기업의 내부 통제시스템에 대해서는 이와 병행하지 않고 있다. 결국 기업은 규모의 성장에 비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이 약화됨으로 인해 기업 내 취약성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무리 내부 견제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조직 내 비리나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리를 사전에 100% 예방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되, 더 중요한 것은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 이에 대해 신속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상황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해당 사항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금전적, 평판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비리로 적발된 대상에게는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조치가 내려져야 함과 동시에 조직 내부에서 회사를 위한 동기로부터 해당 비리를 폭로한 사람이 있다면 해당 구성원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막이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만이 조직 내 부정행위나 비리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정착은 리더에 의해 결정된다. 리더가 발생한 비리 등에 대해 일정 부분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는 해당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지만 이를 감추거나 비리의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리더가 보인다면 해당 시스템은 힘을 쓰지 못한 채 기업은 암묵적인 비리로 만연해질 수 엄청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회사를 위해 부정행위나 비리를 폭로한 내부 구성원에 대한 리더의 태도이다. 조직 내 부정행위나 비리를 폭로한다는 것은 보통의 용기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조직에서는 이러한 구성원을 배신자 취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구성원은 결국 기업을 떠나게 된다. 이것은 리더십의 문제이다. 내부 견제시스템이란 구성원들이 비리 또는 조직 내 부정행위에 대해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이것은 리더의 태도에 달려있다. 리더가 그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태도가 다른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리더들은 비리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비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에 대해 리더들이 자성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환경을 따르게 된다
사과 광주리에 썩은 사과가 있으면 다른 사과도 함께 썩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과가 썩는 이유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과는 또다시 썩게 된다. 사회학 연구에 의하면 선하고 평범한 사람들도 상황에 따라 나쁜 일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 이유를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압박 - 목표에 대한 달성과 리더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과도한 심리적 압박 상태.
권력 - 견제되지 않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욕망의 충족이 비윤리적 행동이 통해 가능할 때 이를 합리화 시키려는 경향이 있음.
관점 - 맥락과 상황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윤리적 행위가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환경 속에서는 이에 준하는 행동과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비리나 부정행위는 공연히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 시스템과 성과우선 주의의 시스템과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 시 하는 인간의 속성에 기인한다.

‘윤리적 완전성에 힘 실어 주기’의 7단계
1, 위기 이해하기 :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정도로 상황을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원인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2, 인과관계 조사하기 : 기업이 위법 행위를 근절할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수긍할 수 있는 대응팀을 구성해서 조사에 임해야 한다.
3, 로드맵 정의하기 :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기업시스템 전반적으로 해결방안과 재발방지 방안에 대해 투명하고 명확한 계획수립이 진행되어야 한다.
4, 합의 도모하기 : 위법 행위로 인해 발생된 피해에 대해 합당한 처벌과 피해자들에게 대한 배상 등 위법사항에 대한 책임수준을 합의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재발방지에 대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5, 기업구조 강화하기 : 재발방지 대책 등 수립된 로드맵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윤리 및 준법 프로그램을 개선·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비즈니스 상에서 발생될 수 있는 위법 요소, 비리 행위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통해 문제의 방지와 대책을 위한 정책과 절차를 명문화해야 한다.
6, 기업문화 재정립하기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도한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의 기로에 서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이때 필요한 리더십은 윤리적 청렴함이 의사결정의 바탕이 되어야 하고 내부 고발자에 대해 힘을 실어줌으로 비리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윤리적 청렴함이 조직에 걸쳐 제도화되고 구성원들이 이를 핵심가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7, 성장전략 수립하기 : 기업은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고 필요한 경우 M&A를 추진한다. 이러한 성장전략 속에는 반드시 윤리적 청렴함이 필수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성공을 위한 6요소
리더십 : 윤리적 청렴함은 최고 경영자의 의지와 솔선수범한 행동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핵심가치 : 구성원 모두 비즈니스를 실행함에 있어서 사고와 행동의 지침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주기적인 검토 : 윤리적 완전성을 위한 로드맵과 계획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에 대해 주기적인 검토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인력 : 게이트 키퍼(윤리적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영역이나 윤리적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조직, 인력)를 명확히 선정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책임을 부여한다.
고발할 수 있는 용기 : 기업 내 발생될 수 있거나,발생된 위법 행위와 비리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외부 도움 : 객관적이고 제3자의 시각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확보하여 운영한다.

기업의 윤리성은 앞으로 더욱 기업의 가치와 지속성 측면에서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MZ세대의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이 비즈니스 관점보다는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기업의 역할과 포지셔닝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기업이 윤리적 완전성은 건전한 관점에서의 내부 견제시스템의 정착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내부 견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가져야 한다.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조직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안전감이 아닌 비리를 고발했음에도 조직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안전감이다. 궁극적으로 위법행위와 비리는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구성원들로 하여금 ‘심리적 안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윤리적 완전성’을 갖추기 위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포인트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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