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외 / RHK

개인적으로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이케아(IKEA)를 꼽는다. 이케아는 자신들이 해야 할일을 고객이 수행하도록 하면서 고객에게 만족도를 제공함과 동시에 동종 업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야 말로 최고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케아는 가구로서의 기능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장 중요시 하는 감성적인 부분을 그들의 제품에 녹여 놓았다. 가구를 스스로 조립했다는 성취감(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가구를 조립함에서 오는 부자지간의 애정)을 제공한다. 이케아의 가구는 스토리를 만들어 준다. 가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라 한번 구매를 하면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특정 자리에 자리 잡은 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가구를 사용할 때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가구에 담긴 스토리는 가구로서의 기능 이외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혁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혁신의 대가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주도하여 저술된 ‘일의 언어’는 단순히 일을 하면서 소통하기 위해 주고받는 언어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이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이 원하는 일을 해줄 수 있는지에 달려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일의 언어’는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의가 얼마나 우리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그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정의이다.

할 일 이론
고객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지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고용하여 그들의 생활 속에서 어떤 구체적인 할 일을 수행하도록 요구한다. 우리에게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들이도록 유도하는 대상은 일상에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어떤 일이다. 우리에게는 날마다 벌어지는 일들이 있고 우리는 그 일을 해야만 하며,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용하여 그 일을 시키게 된다. 이것이 ‘할 일 이론’이다. 기업이 고객을 향해 끊임없이 해야 할 질문은 ‘우리가 당신의 문제나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해 주기 원하느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시장을 통해 취합하는 수많은 데이터들은 고객의 유형이나 그룹과 제품에 집중되어 있을 뿐,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할 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고객만족도 수치 또한 할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는 제공해 주지 못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본질적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는 데이터를 통해 제품의 성공을 추적하고 측정하고 있다. 고객이 드릴을 구매하는 이유는 드릴로 구멍을 뚫기 위한 일을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드릴 자체를 소유하기 위함이 아니다. 할 일 이론은 이노베이션을 위한 강력한 방향성과 지침을 제공해 주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혜택을 제공한다. 첫째, 경쟁우위의 확보. 둘째, 회사가 고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방향성의 단일화. 셋째, 직원들이 지향해야 할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목표의 명확화이다.

이노베이션의 관점
대부분의 이노베이션 사례를 살펴보면 오로지 기능적, 혹은 실용적 필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소비자의 사회적, 정서적 필요가 기능적 욕구를 압도하고 있다. 가령 아이에 대한 위탁 서비스의 선택 기준은 아이들을 돌보는 시스템 등의 기능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고용하는 핵심기준은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가?’ 즉 사회적, 정서적 차원의 기준이다. 잘 정의된 할 일은 이노베이션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것은 전통적인 마케팅 개념인 욕구(needs)와는 전혀 다른 관점이다. 욕구는 물론 중요하지만 포괄적인 의미이자 트렌드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욕구는 막연함으로 인해 어떤 해결안이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명확한 해결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그동안 대부분의 이노베이션은 일반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집중해 왔다. 그리고 그 욕구는 대부분 기능성과 실용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사회적, 정서적 차원의 고려는 상대적으로 등한 시 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욕구는 욕구에 그칠 뿐 실제로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용하는 일은 또 다른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혁신이 성공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고객의 할 일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할 일은 바로 현실이다. 욕구와는 다른 차원이다. 고객들의 할 일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일들을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이를 위한 고객의 할 일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특정 상황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의 기능적, 사회적, 정서적 차원을 고려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고객이 기꺼이 수용하기 위한 교환 조건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우리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자는 반드시 관행적으로 파악되는 경쟁자들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이키가 경쟁대상을 닌텐도로 정의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할 일을 찾는 통찰
고객이 바라는 진정한 할 일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는 기업은 일괄적이며, 포괄적인 해결안을 제공하는 것이 고객이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이라는 착각의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 일괄적이며, 포괄적이라는 것은 결국에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할 일을 철저히 이해하게 되면 고객이 원하는 범위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며 이노베이션의 관점이 명확해 질 수 있다. 여기서 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스스로에 대한 질문은 ‘고객이 어떤 할 일이 수행되기 바라면서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용하는가?’이다. 할 일에 대한 통찰을 얻는 방법은 첫째, 자신의 생활이다. 생활 속의 구체적인 체험은 할 일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이노베이션은 개인의 체험과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둘째, 무소비자들, 즉 아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들이지 않는 대상들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다. 그들은 할 일을 스스로 해결안을 찾아 충족하는 대상들이다. 그 해결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고객들이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 지에 대한 조사이다. 고객들이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례적이고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매우 중요한 통찰이 될 수 있다. 마지막 넷째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관점에서 고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조사이다. 이러한 네 가지의 통찰을 통해 중요하지만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일은 왜 충족되고 있지 못한 지를 찾아내고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들이 할 일을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용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다면 혁신을 위한 충분한 동기부여가 제공될 것이다.

고용과 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고용은 큰 고용(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과 작은 고용(고객이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큰 고용에는 집중하지만 작은 고용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큰 고용은 고객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작은 고용은 실제로 문제를 해결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큰 고용은 일회성이지만 작은 고용은 지속적이다. 작은 고용을 주목해야 지속적인 큰 고용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간과하는 경향이 높다. 고객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용하기 전에 어떤 기존의 제품을 해고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작은 고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함에서 그 인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해고를 당하는 이유는 작은 고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초기에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고객의 할 일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할 일’에 대해 집중하지 않게 된다. 고객의 할 일보다는 제품과 서비스 차원에서 회사의 업무를 규정하려고 한다. 고객에게 작은 고용보다는 큰 고용 관점에서만 접근하려고 한다.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해고를 당하는 이유이다. 일을 하고 있는 한 그룹의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일인지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다른 경우들이 적지 않다. 일의 언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우리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들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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