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기업, ‛위험의 외주화’ 더 이상 안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쉽지 않지만 할 수 있어”
예산과 조직 만들고 매뉴얼 등 제도 마련 필요

올해 국내 산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반복되는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은 물론 지자체 등도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물류산업은 더욱 긴장한 눈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하청직원이 재해를 당해도 원청 대표이사가 책임져야 하므로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물류업계는 한편 기업들은 현장관리 외에도 외부 법률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내부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

법무법인(유) 세종은 산업재해, 건설, 환경, 제조물 화학물질, 부동산, 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대재해를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60여 명의 최고법률가로 구성된 ‘중대재해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세종의 중대재해대응센터를 이끄는 김동욱 변호사는 법무법인(유) 세종에서 노동 및 산업 안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다수의 자문 및 컨설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김동욱 변호사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과 대응, 유의사항,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경영자가 안전보건 관리의 핵심 주체”
법무법인(유) 세종 사무실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동욱 변호사는 “정부는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응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김동욱 변호사가 생각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무엇일까.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의 재해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도록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률로 기존에는 사업장 단위에서만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어 경영자는 안전보건에 대해 관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이제는 경영자가 본사에 안전과 관련된 시스템을 설치해 안전보건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안전보건법’과의 가장 큰 차이기도 하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개별적인 안전보건 관련 법령들은 사업장 단위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막기 위해 안전관리자와 같은 현장 실무자,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등 사업장 단위 관리자에게 이른바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부과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실무자급이 아닌 ‘경영책임자 등’이라고 하는 대표이사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새롭게 부과하는 법률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동욱 변호사는 이 때문에 경영책임자는 재해예방을 위해 안전보건에 관한 예산을 투입해 조직을 만들고 필요한 매뉴얼 등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많은 기업이 가장 궁금해하는 경영자의 처벌에 대해서는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 부담 여부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당장의 책임 회피보단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해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많은 기업이 법률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거나 안전관리자를 새롭게 채용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시행 초기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동욱 변호사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법률적용 대상과 범위가 너무 애매해 이를 대비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높아진 국격에 비해 중대재해 발생 건수는 많은 편”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는 공감했다. 하지만 책임주체인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봐야 할지,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안전보건 전담조직의 인력과 예산은 어느 수준까지 맞춰야 할지, 어느 장소와 어떤 협력업체까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해야 할지 불분명하고 처벌 대상과 예외도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변호사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대응은 무엇일까.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당장의 처벌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등 형식적인 제도설계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사의 안전보건에 관한 실질적인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자에게 그 책임을 묻겠다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고려하면 형식적인 제도설계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바람직한 대응방법은 경영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데에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여 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설치하고 직접 현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점검 결과를 보고 받는 등 관심을 쏟음으로써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치 높일 수 있는 적극적 활동 필요”
김동욱 변호사는 물류 산업은 재해위험이 높은 업종 중 하나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제조사들도 자가 창고, 운송 중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물류기업들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위험을 외주화하는 전략을 택해 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도급인에게 수급업체 종사자에 대한 재해예방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제67조)에 따라 수출입컨테이너, 시멘트, 철강재, 위험물질 운송자 등의 화물차주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에 추가됐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김동욱 변호사는 “통상 지입차주 형태로 운영되는 화물차주에 대한 안전보건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상 종사자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속 근로자 이외의 종사자들에 대한 재해 예방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항만의 경우 올해 8월 4일 시행되는 항만안전특별법에 따라 항만운송참여자(항만운송사업 및 항만운송관련사업을 영위하는 자)는 항만운송 종사자에 대하여 본 법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항만안전사고를 발생시키거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항만안전특별법에 따라 사업정치 및 작업중지가 내려질 수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외에도 항만안전특별법에 대응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급증하고 있는 배달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 상대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관심이 낮은 영세기업도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제77조),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제78조)가 추가됐다. 당연히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도 포함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영세기업 경영자들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고 안전보건 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라면 작업장소를 공유하거나 인접 사업장의 기업들과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작업현장에서의 안전보건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동욱 변호사는 “중대재해는 그 자체로 소중한 인명 피해와 관련한 것으로서 반드시 예방해야 할 경영방침에 속하며 만일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는 기업의 평판은 물론, 최근 논의되는 ESG 이슈와 관련한 기업 가치의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소극적인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의 형식적인 활동만이 아니라 그 예방을 위한 선제적이고 철저한 조치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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