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 운전자 안전지키려면, 안전운임 위반 처벌 강화해야

최근 열린 안전운임 국제심포지엄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운수산업 관련된 지침을 발표했다. UN 산하 유일한 노사정 기구인 ILO가 채택한 이번 지침의 내용과 운수산업에 주는 시사점을 살피기 위해 지침 채택 과정에 노동자그룹 부대변인으로 참여했던 국제운수노련 도로운수분과 임월산 부의장(사진)과의 인터뷰를 두번째로 연재내용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Q. 안전운임 국제심포지엄에서 ILO 지침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ILO 운수부문 전문가가 <운수산업 도로안전 및 양질의 일자리 증진을 위한 지침>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2019년에 채택한 이 지침은 도로운수부문에 관한 최신 국제노동기준을 담고 있다.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이유는 안전운임제가 원칙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제시하기 때문이다.

Q. 지침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첫째, 다단계 하청과 비용 절감에서 기인하는 공급사슬 압박과 질 낮은 일자리, 상용차 사고 간 분명한 관계를 확인한다.
둘째, 노동자와 직접 사용자, 정부만이 아니라 ‘운수서비스 구매자’와 ‘공급사슬 참여자’의 책임도 규정한다. 운수서비스 구매자는 특히 화주를 의미하며, 공급사슬 참여자는 운수서비스 계약에 참여하는 모든 행위자(화주, 포워더, 운수회사, 심지어 플랫폼 기업 등)를 포함한다.
셋째, 임금을 받는 상용차 운전자와 비임금 운전자(특수고용노동자)의 공정 문제다. 보수, 노동조건, 보건안전, 사회보장, 노조할 권리의 영역에서 둘의 권리를 거의 동일하게 정의한다.

Q. 지침에 ‘안전운임’ 내용이 있다고 했는데 설명해 달라.

‘지속가능한 보수’ 섹션에서 안전을 위해 상용차 운전자의 최소 운임을 결정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다룬다. 지침은 모든 도로운수 운전자들에게 전체 노동시간에 대한 공정한 보수에 더해 고정비·변동비 회수를 보장하는 체계를 정부가 만들도록 한다.

정부는 사회적 파트너 및 공급사슬 참여자와의 협의를 통해 이를 이행·점검하며, 관련자들이 운임을 책임지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안전운임제와 꽤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침을 완벽히 이행하려면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모든 품목과 차종을 대상으로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Q. 한국의 여타 노사정 기구를 볼 때 노사정 대표가 합의해 지침을 만드는 건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 같다.

거의 5년 걸렸다. 2015년 운수산업의 노동자 보건안전과 도로 안전에 대한 별도의 노사정 회의에서 시작됐다. 당시 노동자그룹 대표단 자문으로 참석했다. 회의 결과, ‘도로운수 안전 모범행동에 관한 규약, 혹은 지침’을 개발·채택할 것을 ILO에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보건안전 위협으로부터 공동체와 도로운수 노동자 보호, 사고 예방, 안전하고 공정한 운임 증진이 목표였다. ILO 사무국은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향후 지침을 협의·채택하는 별도 회의를 소집할 의무가 생겼다. 당연히 해당 연구에서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있는 안전운임 제도와 2016년까지 호주 전국 차원에서 존재했던 안전운임, 또한 한국의 안전운임제가 중요한 참조점이었다.

Q. 사용자 대표들과 안전운임 모델에 기반한 지침을 논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나?

물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첫 회의에서 도로 안전 증진과 노동조건 개선의 필요성에 광범위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또, 호주의 시스템은 부인할 수 없는 ‘모범 제도’의 예를 제시했다. ILO 사용자그룹은 공식적으로는 국제사용자기구(IOE)가 지도하지만 단일하지 않다.

2019년 사용자그룹 자문변호사들은 적정 운임과 도로 안전 사이의 관련성을 결사적으로 부인했는데 도로운수산업 경험도 구체성도 없었다. 그러나 사용자그룹 대표단에는 운수물류 기업이나 협회에 속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상업용 차량 사고, 운임 격변, 빈약한 일-생활 균형, 보건안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업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 사용자 대표는 토론과 합의에 큰 도움이 됐다. 호주화물운송협회(ATA) 대표인 그는 2016년 호주 전국 안전운임제의 폐지를 요구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 이후 호주운수노조가 이 협회를 포함해 산업의 여타 투자자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의 입장은 상당히 달라졌다. 회의 과정에서 ATA 대표와 호주운수노조 사무총장(노동자그룹 대변인)은 눈을 맞춰가며 타협안 도출을 이끌었다. 회의 막바지에 ATA 대표는 사용자그룹에 상당한 지도력을 발휘했고 지침의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Q. 정부 대표들은 어땠나? 한국 정부도 참석했나?

정부그룹 내 안전운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많은 정부는 비용 회수에 기반한 운임 모델이나, 그 시스템에 화주가 포함되는 것의 중요성을 얘기하면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근로감독관인 브라질 정부 대표가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노동자, 사용자그룹을 따로 만나고 정부그룹에 그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브라질은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는데 그 회의 당시 막 실행된 터였다.

한국 정부가 발언권 있는 대표단으로 참여할 수 있었음에도 국토부는 옵저버만 파견했다. 안전운임제라는 한국의 발전상을 알릴 좋은 기회였지만 한국 정부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Q. 지침에서 주목할 만한 다른 부분은 무엇인가?

방대한 지침에서 하나만 꼽자면 도로운수산업에 여성의 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성별에 기반한 직업 분리와 차별을 극복하는 것에 주목한 점이다. 지침은 ‘부족한 여성 참여는 도로운수산업이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는 노동력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규정한다.

도로운송이 당연히 ‘남성의 일’이라 여기지 않고, 보다 많은 여성 참여가 실제 산업에 득이 될 것이기에 노사정이 보다 많은 여성을 참여시키고 그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산업으로 만들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모성·부성 보호, 돌봄휴가, 일-생활 균형을 위한 공급사슬 관리 개선, 좋은 휴게 공간과 위생시설 마련, 폭력과 괴롭힘 대응 강화 등의 정책을 권고한다. 이는 도로운수산업을 단지 여성에게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며 심지어는 사업자에게도 그렇다.

Q.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ILO는 현재 지침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모범 법, 정책을 취합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안전운임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길 바란다. 도로운수산업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정말 좋은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고 현장에 안착시켜야할 숙제가 남았지만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다른 나라들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여러 나라의 노동조합과 정부가 안전운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일몰조항이 폐기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ILO 보고서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다. 국제운수노련은 지침을 알리고 정부와 화주, 운수회사들이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이를 밀고 나갈 것이다.

인터뷰 기사 정리: 손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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