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업, 자신 먼저 챙기기가 ‘노노’ 갈등 불러

“기업이 이익 조금만 줄이는 양보 나서면, 그것이 바로 상생 대안이다”

대신택배 오흥배 회장
대신택배 오흥배 회장

 

택배 일선 배송근로자들과 대리점주간 갈등 증폭이 결국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지면서 택배서비스 운영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택배관계자들의 이익 챙기기에 앞서 상대방을 우선 배려하는 시스템 구축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삭막한 상황에도 불구, 75세의 택배업계 老 회장은 인터뷰 당일도 무엇을 먼저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대신정기화물자동차(주)(이하, 대신택배) 오흥배 회장은 최근 탈레반을 탈출, 대한민국에 입국한 아프카니스탄 난민들 가운데 일부를 대신택배 본사가 자리한 충청북도 인근지역에 정착시키고,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찾아보라고 지시한 내용을 보고 받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실 오 회장의 이번 인터뷰 기획은 지난 8월30일 CJ대한통운 김포 택배대리점주의 투신 사망사고 원인을 찾고, 현 택배대리점과 배송근로자들 간 갈등을 개선하려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듣고자 해서다. 특히 올해로 창립 65년째를 맞아 택배업 외길을 걸어온 오흥배 회장은 국내 택배기업 중 전국 800여 대리점을 최적화해 일선 택배영업소 대표들에겐 든든한 지원군이란 정평이어서 그의 노하우도 궁금했다.

국내 1위의 택배회사 영업소 대표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과 달리 대신택배의 경우 정반대의 상황에 대한 오 회장의 경영 배경도 궁금했다. 지난 65년 동안 영속되고 있는 오흥배 회장의 고집스러운 택배영업소 운영 방안엔 어떤 지혜가 녹아 있는지 들어봤다.

 

‘더불어 사는 세상’, 기업이 욕심 조금만 줄이면 상생

여느 택배회사 경영자들과 달리 오 회장의 영업소 운영방식에서 가장 주목 부분은 영업소 최우선 전략이다. 모든 경영에서 일선 영업소 운영에 불편과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대신택배의 기본 모토다. 특히 오 회장은 언제든 일선 영업소 대표들과의 원활한 소통창구를 만들고 직접 고충을 듣는가 하면 대신택배 영업소 운영 편의성을 무조건 우선하는 고집도 오 회장을 인터뷰 하고 싶은 이유였다.

택배시장 전반에서 영업소와 소속 배송근로자들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반면 대신택배의 경우 오 회장을 위시해 전체 직원들 모두가 유기적으로 영업소와의 소통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대신택배의 경우 국내 21개 택배기업들 중 영업소 운영 전략은 유별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통상의 택배영업소들은 본사에게 일방적 업무지시를 받지만 대신택배의 경우 전혀 다른 모양세 다. 전국의 800여개 대신택배 영업소 대표들 중 업력이 오래된 대표들의 경우 본사직원들 보단 오 회장과 직접 소통하기도 한다. 이러면 본사 직원들에겐 오 회장의 호통이 떨어지기 일 쑤다.

여타 택배기업에선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 대신택배에선 너무나 일상처럼 일어난다. 이 덕분에 본사 직원들은 오 회장의 영업소 우선 운영방식이 너무 과도하단 불만도 나온다. 하지만 오 회장의 고집스러운 영업소 최우선 경영방침은 지금의 대신택배의 근간을 이룬다는 평가다.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견해를 물으니 오 회장은 너무 당연한 답을 내 놓는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택배기업 본사들이 자신들의 몫을 조금 줄이고 상생할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만들면 지금의 불행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한 발만 뒤에서 생각해보면 어려운 것도 아니며, 상식선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인데,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산업이 기업과 종업원등 관계자들 모두가 이익을 나누는 구조에서 누구 하나 과욕을 부리면 그 시장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이 이익을 조금만 줄이는 양보를 하면 나머지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분배에 만족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경영전략은 오 회장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올해로 창립 65년을 맞는 대신택배의 경우 오 회장의 아버지인 1세대 창업주 故 오주열 회장이 지난 1956년 미곡상 물량 수송을 시작으로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세 기업인 인 오 회장은 어렸을 적 화물차 근로자들과 함께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생활했고, 대학 졸업 후 유독 호기심이 많아 곧바로 전국을 운행하던 노선 화물차 조수 일부터 시작, 말 그대로 화물차 운송과 택배현장을 바닥부터 겪었다.

오 회장은 “그렇게 밑바닥부터 화물운송 현장을 누비며, 보고 배운 덕에 화물운송 근로자들은 어떤 것을 만족시켜야 하는지, 무엇이 불편하고 고민 하는지, 또 이들을 위해서는 어떤 당근을 주어야 할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은 경험은 말 그대로 오 회장의 열린 경영을 만들었고, 자연의 순리에 맞는 운영방안을 고집하게 한 셈이다. 이 덕분에 지금의 택배대리점과 근로자(택배 노조원)들과의 갈등 원인이 무엇인지 손 쉽게 짚어냈다. 그는 “택배업 전체 종사자 모두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욕심은 사람이 갖는 기본적 욕구”라면서도 “가장 위에 자리한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지금의 갈등구조는 해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선 영업소 성장해야, 택배기업 본사도 영속적 사업 가능

오 회장은 ‘일선 영업소가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택배기업 본사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밝혔다. 이는 여전히 대부분의 택배기업들이 본사는 ‘갑’, 대리점과 배송근로자는 ‘을’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근본적으로 접근방식을 달리한다.

그는 “대신택배의 경우 영업소가 수익을 늘리고 신이 나야 본사도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65년을 지내오며 지금의 대신택배를 만든 비결은 전국 대신택배 영업소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본사가 꼼꼼히 영업소들의 후방을 지원하는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 회장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었다.

몇 년 전 서울 도심의 한 영업소 부지를 이전해야 했는데, 새 영업소 부지를 마련하는 비용만 100억 원에 달해 개별 영업소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오 회장은 “개별 영업소가 1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소 부지를 확보할 수는 없어 본사가 직접 투자해 구입하고, 임대료만 내게 했다”며 “거액을 투자해 임대료만 받아서는 적자가 뻔했지만, 영업소 운영이 우선이었던 만큼 적자는 본사가 감수했다”고 말했다.

이런 영업소들이 비단 이곳 한곳만이 아니다. 대신택배의 서울 도심권 영업소 여러 개는 본사가 직접 부지를 구입해 영업소를 운영케 한다. 이렇게 도심 영업소 부지 구입에만 수 백 억원이 투자됐다. 오 회장은 “택배기업 본사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면 할수록 일선 대리점과 배송근로자들의 갈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며 “CU나 GS25, 세븐일레븐처럼 일반 유통 편의점들 역시 신설 점포개설 시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충분한 지역안배를 보장해 줘야 하는 것처럼 택배영업소 운영방식도 똑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예에서 보듯 대신택배의 택배영업소 운영 전략은 전국의 800여개 영업소 한 곳 한 곳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전사적 관리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일부 직원들은 영업소 대표들 요구사항을 본사가 다 수용해 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면서도 “이들 영업소가 대신택배를 있게 하는 원천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지금의 프랜차이즈 형태의 택배영업소의 운영방안을 조금만 수정하면 지금의 영업점과 배송근로자들 간 갈등원인은 원천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택배 인천센터 전경
대신택배 인천센터 전경

 

최고 경영자의 ‘진심과 따듯한 애정’, 노사 갈등 풀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산업시장 역시 기업 혼자만 잘해서 성장할 수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미래 친환경 수소사회를 위해 국내 내 노라 하는 기업 총수 10명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모습에서 지금의 택배서비스 대리점 운영 패러다임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오 회장은 “택배기업 혼자만 잘해서만 크는 시대는 올드한 사업모델”이라며 “전체 종사자들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그들 스스로가 책임의식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가 어우러져 사는 방식을 말하며, 실천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이 같은 오회장의 지속 가능 혁신전략은 무엇보다 선대 때부터 공동체 형성을 통해 모두가 함께 살게 하는 따듯한 경영을 통해 직원개인과 가족이 직업적 안정성을 갖게 하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대신택배의 경우 오 회장이하 임원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또 오 회장 이후 3세대로 이어지는 차세대 임원진들 역시 오 회장의 경영방침을 적극 따르는 한 향후 대신택배에서 전국 일선 영업점들과 근로자 간 갈등은 없다.

갈수록 악화되는 '을'들 간의 갈등은 어쩌면 기업이 조장하고 을들 각자의 탐욕에서 출발하는 건지도 모른다. 지난 50여 년 간 택배현장에서 체득한 오 회장의 소중한 노하우는 진정성에서 출발하고, 가슴 밑바닥에 있는 영업소 대표들과 대신택배 종사자 모두에 대한 따듯한 애정에서 나온다.

이 같은 진심이 전체 직원들의 사고와 맘속에 스며들고, 이렇게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는 사랑이야 말로 지난 65년을 넘어 향후 100년의 가업을 이어가는 원천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현업을 지키고 있는 오흥배 회장이 전한 아주 작지만 소중한 전략이 갈수록 증폭되는 전체 택배산업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 우리 업계가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해답을 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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