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로지스틱스 (AGILE LOGISTICS) ⑦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 박재용 로지스팟 공동대표

2021년 5월, 월스트리스저널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가 50년간 이어온 적시생산(Just In Time, JIT)에서 손 떼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JIT는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줄이고, 최종 공정에 이르기까지 낭비없이 재고를 맞추는 방식으로 공급망이 어느 하나 단절되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이 예측 불가한 충격에 대비할 수 없다. 그래서 기업들이 업계의 표준으로 여겼던 기존 공급망에서 탄력적 공급망으로 변화에 나서고 있고, 변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탄력적 공급망 설계
탄력적 공급망이란 외부에서 발생한 장애로부터 신속히 회복하는 공급망을 일컫는다.

먼저 공급과 구매의 측면에서 다수의 공급자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생산 역시 생산시설 중 한 곳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게 상호운용성을 갖춘 복수의 시설을 두고, 생산시설 간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일례로 1994년 갑작스러운 눈보라로 루이스빌에 있는 UPS의 항공화물 집결지가 폐쇄되었을 때, UPS는 타 지역 직원을 루이스빌 공항으로 파견해 화물처리를 지원했다. 이러한 대처가 가능했던 이유는 UPS의 화물처리 프로세스와 장비가 표준화됐기 때문이다.

고객관리 측면에서는 장애 발생 시, 관리자가 제품 취약성, 수익성, 비용 등 내부 기준을 고려해 어떤 고객에게 먼저 서비스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방식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공정한 프로세스로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에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공급과 구매, 생산, 고객관리에서의 공급망 관리 방안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장애를 신속하게 인지하고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즉, 탄력적인 공급망은 디지털 기술 도입 없이는 구축하기 어렵다. 

MIT기술전문 저널 ‘MIT 테크놀로지 리뷰 인사이트’가 2020년 발간한 <탄력적 공급망 구축>에서도 탄력적 공급망의 근간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은 디지털로 예기치 않은 위험을 감지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여 운영이 중단되는 것을 막거나 예방할 수 있다. 공급사슬 전반을 디지털로 관리하면 정보는 더욱 세분화되고, 정보의 제공도 시기적절해져 담당자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또한 디지털은 공급망의 가시성을 높여 잠재적 위기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여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탄력적 공급망과 운송의 디지털화
탄력적 공급망을 위해서는 운송도 디지털로 변화해야 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한 완구제조업체는 “한 품목당 구매 규모는 평균보다 70% 줄어들었지만, 구매 건수는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했던 시기에는 비슷한 상품을 대량으로 묶어 트럭에 적재해 운송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보다 효율적인 다른 방식의 운송이 필요해졌고 현재는 디지털 운송파트너와 함께 운송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운송을 디지털로 관리하면 가장 큰 장점은 실시간 가시성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기업 내부, 협력사, 운송사, 차량 기사 등 물류네트워크 전반의 가시성을 확보하여, 공급망을 거치는 동안 어느 단계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가시성이 확보되면 문제 발생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갑작스러운 외부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 GPS 트래킹
 ▲ GPS 트래킹

다른 장점은 어떤 재고가 어디에 있고, 언제 출고되고, 어떤 고객의 오더가 발송돼야 하는지 등 상품의 이동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서류나 파일로 주고받던 출하 리스트 등을 플랫폼으로 옮기면 담당자 간 별도의 커뮤니케이션 없이도 재고나 상품을 확인할 수 있고, 플랫폼을 통해 인지한 물품 정보로 배차와 입출고 담당자가 빠르게 사전 준비를 마칠 수도 있다.

위의 두 가지가 가능하면 화주, 운송사, 기사, 고객사 등 담당자 간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도 빨라진다.

위기의 일상화, 대응전략
코로나19 사태는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고 혼란스러운 글로벌 공급망도 극복 중이지만, 자연재해나 전쟁,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과 같이 공급망을 붕괴할 사건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위험에 처할 때마다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서는 이미 늦다. 기업은 탄력적 공급망 구축을 통해 공급망 위험요인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그 시작은 바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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