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안전운임 연구자 대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시행 3년차(2022년)를 앞두고 제도 유지 여부를 둘러싸고 업계 내 치열한 논쟁과 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도와 관련해 안전운임제의 취지와 운임 설계 방식, 시행 효과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했던 화물연대는 화물 운송노동자들의 안전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해외 사례와 연구자들의 교류를 통한 제도의 효과를 살펴보고자 본지에 연재를 제안, 본지는 향후 4회에 걸쳐 관련 내용을 기고문 형태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로 한국과 미국의 안전운임 전문 연구자 간 대담을 정리했다. 이번 대담은 코로나 상황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담을 대화식으로 요약했다. 

이번 연재 내용은 국내 안전운임제의 시행 효과를 연구하는 부경대학교 백두주 박사(이하 ‘백’)와 오랜 기간 도로운수산업의 운송운임-도로안전의 관계를 연구해 온 미국 웨인주립대 경제학과 마이클 벨저 교수(이하 ‘벨저’)가 서로의 연구에 대해 나눈 내용이다. 

물류신문은 관련 내용과 관련, 반박 내용에 연재를 요구받을 경우, 편집국 내 논의를 거쳐 연재할 수 있음을 알린다.

<편집자 주>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열(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 대담 기사정리, 임월산(ITF 도로운수분과 부의장) - 대담 진행, 백두주(한국안전운임연구단장, 부경대학교 교수), 마이클 벨저(웨인주립대 경제학과 교수)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열(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 대담 기사정리, 임월산(ITF 도로운수분과 부의장) - 대담 진행, 백두주(한국안전운임연구단장, 부경대학교 교수), 마이클 벨저(웨인주립대 경제학과 교수)

화물시장 유연화로 노동환경 악화와 소득감소 나타나
백: 한국의 안전운임 연구에서 교수님의 기존 연구들이 대단히 소중하게 활용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 연구를 하시게 됐나?

벨저: 학술적 관점 때문만은 아니다. 저는 1970년대부터 약 10년 간 화물노동자로 일했다. 화물차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오랫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할 때도 많았다.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스트레스에 더해 신체적 문제가 생겼고, 지금까지 안고 살고 있다. 그런 연유로 이 연구를 해오고 있다.

백: 한국에서는 1990년대 규제완화 이후 화물운송시장이 급속하게 유연화 되고, 화물차 공급과잉까지 더해져 커다란 사회적 쟁점이 됐다. 이 때문에 화물차 운송 노동자들의 소득과 노동환경은 악화되고, 많은 노동자들이 교수님과 비슷한 경험을 겪기도 했다.

벨저: 미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규제완화가 진행됐다. 저는 규제완화 전후를 모두 경험했고, 박사 논문을 쓰면서 화물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악화와 소득감소 같은 화물운송시장의 탈규제화가 가져온 문제와 해결책을 연구했다. 특히 경제적 경쟁이 노동조건과 도로안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화물차 운송운임, 사고율과 분명한 연관 있어
백: 교수님은 오랫동안 화물차 운전자들의 운임 인상과 사고율 감소의 상관관계를 증명해 오셨다.

벨저: 25년 전부터 여러 데이터 세트와 모델을 이용했다. 가장 최근에는 쉔양주 박사와 함께 진행한 연구가 있다. ‘연방운수사업자안전기구’의 화물차 사고통계와 노동시간 및 안전규칙 관련 통계, 주(州)별로 취합된 화물노동자의 급여 통계를 갖고 회귀분석을 했더니, 급여가 1% 올라갈 때마다 화물차 사고 발생률은 3.2% 내려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논문의 심사위원 중에 아주 보수적인 중국 경제학 교수가 있었는데, 결과를 믿지 못하다가 분석에서 틀린 부분을 찾을 수 없어 설득되기도 했다.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다.

백: 교수님 연구에서 ‘외부효과’라는 개념이 눈에 띤다.

벨저: 케인즈와 동문수학한 아서 피구가 발전시킨 개념이다. 사회적 비용을 포함해 생산 과정의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야 합리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고, 구매자도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런 비용이 가격에 포함되어야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안전운임도 똑같다.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안전, 화물노동자들의 건강까지 가격에 포함되는 것은 단지 공평함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 안전운임제, 경제적 압박 줄면 위험 노동수준도 감소
벨저: 박사님의 연구도 화물노동자에 대한 경제적 압박과 안전 위협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어떤 변화가 있나?

백: 안전운임제 시행 전과 시행 8개월 후 두 차례 패널 조사를 했는데,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운송시장에서의 다단계는 22.7% 감소한 반면 시장의 투명성은 22%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적 경험은 39.9%, 과속은 33.6%, 과로는 29% 줄었다고 답했다. 다만 안전운임 적용 차종의 별도 사고 통계는 없다. 따라서 공식적 사고율 집계가 어려운 건 아쉬운 부분이다.

벨저: 사고율 집계가 없다면 한국 안전운임제의 안전 효과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백: 평소 과적이나 과속, 졸음운전을 했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운행 중 ‘사고위험 순간’ 경험을 물었는데, 과적, 과속,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위험 경험은 제도 시행 전에 비해 각각 13.3%p, 4.1%p, 20.8%p 감소했다. 

더불어 피로도가 줄고, 수면시간은 다소 늘었다. 운임과 사고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간접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운임이 증가할수록 노동환경 위험도는 낮아진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충분한 소득, 결국 노동시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
백: 캘리포니아 항만 등지에서는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도 안전운임제가 필요한가?

벨저: 미국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주60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조사된 여러 데이터를 보면 평균 60~65시간 정도다. 법정 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사람이 절반은 된다는 의미다. 많은 화물노동자들은 충분한 소득을 올리려면 더 많은 시간 일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백: 일각에서는 안전운임제로 운임이 인상되면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소득을 극대화하려고 더 오래 운행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벨저: 미국의 운송회사들도 그런 주장을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는 없다. 오히려 충분한 소득이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데이터들만 있다. 25년 전 미시간대학에서 진행한 운전자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일정 소득에 도달할 때까지는 노동시간이 늘어나다가, 그 이후부터는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역진 곡선’이 나타났다. 

결국 노동시간의 추세가 바뀌는 이 지점이 ‘목표소득’인 셈이다. 따라서 화물운송은 신체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목표소득을 달성하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게 된다.

백: 한국 화물노동자들은 월평균 309시간 정도를 일한다. 이미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어 목표소득에 도달할 때까지 노동시간을 증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점진적 운임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벨저: 노동시간의 문제는 장시간 노동보단 대기시간과 같이 보상되지 않는 노동시간이 더 문제다. 이런 외부비용이 고려되고, 모든 노동시간에 대한 보수가 지급되어야 점차 노동시간을 줄여갈 수 있다.

안전운임제의 지속가능성과 보편성
백: 한국 안전운임은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안전운임은 전체 상용차들 중 6.5% 정도에만 적용하고 있는데, 전체 도로 안전에 턱 없이 낮은 비율이다. 여기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제약이 있다. 

3년 일몰제로 2022년 12월까지만 시행된다. 제도 도입 초기임에도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내년 이후 제도가 사라지게 된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적용 대상 확대와 일몰제 폐지가 시급한 상황이다.

벨저: 3년이라는 짧은 기간만으로 도로 안전 효과를 달성하기는 어렵고, 3년 이후라고 그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제도를 안정적으로 시행하면서 실제 운임과 노동시간, 사고 등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그래야 운임과 사고율의 관계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정부나 노동조합이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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