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린드스트롬 / 어크로스

이 책의 필자가 모 카드회사에서 고객만족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던 중에 그 기업의 경영관리 총괄 부사장이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요청을 했다. 그러자 이 책의 저자인 마틴은 그 기업의 카드관리 담당자에세 총괄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법인카드와 개인카드를 그 날 저녁시간 동안 정지해 달라고 요청을 해 놓고 저녁식사를 경영 부사장과 함께 했다. 저녁 식사시간 동안에도 고객을 위해 어떤 투자를 하면 좋을 지…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 결재를 하려고 하니 카드가 정지가 되어 있었다. 부사장은 당황하며,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그 때 마틴은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하지 말고 일반 고객들이 사용하는 경로를 이 기회에 직접 활용해 보라고 전달을 했고 부사장은 좋다는 의견과 함께 고객 응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는 10분 넘게 대기하라는 기계음과 함께 제대로 연결되지가 않았고 결국 부사장은 분통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때 마틴이 부사장에게 “지금 부사장님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고객들이 느끼는 감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이 책에 실려 있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우리가 설정해 놓은 규정과 규칙, 프로세스, 시스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준다. 사람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상식선에서 진행되면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런데 우리 조직에서는 효율성과 생산성 등을 앞세워 이러한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저자는 상식이 파괴되고 있는 조직을 ‘고장이 났다’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가?
오늘날 기업은 조직 내부의 복잡한 문제,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관료주의의 폐해로 인해 방향을 감각을 잃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우리 조직에서 훨씬 더 중대한 문제일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우리 회사는 상식과 관련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조직은 지극히 상식적인 절차와 시스템, 그리고 관계 등에 의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확신에 차 있다. 그러나 기업은 언제나 문제로 가득 차 있고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지 않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단지 기업의 경영 성과에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나기 전에 모든 구성원들이 몸 바쳐 이를 막고 있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조직은 운영 상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암암리에 묵인된 채 곳곳에서는 상식이 효율성,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분하에 파괴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효율성과 생산성은 결국 조직 내에서 얼마나 상식이 통하는 가에 달려있다. 상식이란 경험과 관찰, 지능과 직관에 의해 형상되고 다듬어진 본능이다. 이러한 상식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진화되어 왔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식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지식들이 진화되어 오면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수용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의 합계이다. 이러한 상식들은 모든 조직의 이해관계자들 간에 암묵적으로 맺어진 일종의 약속이다. 그런데 과연 누구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이러한 상식들이 파괴되고 있는 것인가?

고장 난 조직을 만드는 여섯 가지 요인?
비즈니스 상에서 상식이 파괴되는 여섯 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주주와 주가가 충성고객보다 우선 시 : 주가와 주주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 시스템이다. 기업들은 ‘고객 만족’ ‘고객 감동’등을 경영 목표로 내세운다. 그러나 정작 모든 것은 주주와 주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고객들은 기업의 응대 시스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교활한 사내 정치 : 기업 내에 수직적, 서열적 조직구조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과 기득권을 지키기는 데 집착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바로 상식이다.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 기술은 기업이 성장하고 고객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지만 기술은 때로는 공감을 파괴하고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며, 사람들의 발전을 저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상식이 가치를 의심하게 만든다. 우리 조직에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인가?
회의 중독자와 파워포인트 회의를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가? : 회의인가 아니면 상사의 훈시인가? 업무의 30%이상을 회의에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회의 중독에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의 중에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상대방의 이해를 위한 고려 차원보다는 상사에게 강한 인상과 동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능력자인지를 보여주기 위함이 더 큰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통찰을 가로막는 근시안적 규칙들 : 회사에 규칙과 정책이 넘쳐나고 있으며, 회사 내 누구도 모든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구성원이 행동을 제약하며, 위압감을 갖게 만든다. 결국 구성원을 창의적, 능동적이 아닌 눈치만 늘어나는 수동성을 갖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규칙에 대한 집착 : 내면의 생각을 무시하고 무조건 조직의 규칙과 지시에 따르라는 말은 결국 주체로서의 자아와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규칙이 최우선인 조직에서 상식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우리 조직에 상식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상식팀이 필요한가?
만약에 우리 조직에 상식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전담조직을 만들자고 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마도 대부분 ‘무슨 되도 않는 말을 하는가?’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내부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거나 고객을 응대할 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도대체 그런 경우가 어디 있어?’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면 이것은 우리 조직에 상식이 파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부서의 행동이 조직 내 다른 부서에서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일 수도 있고, 고객을 비롯한 외부인들에게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조직에서는 놓치고 있다. 놓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찾아서 말이 되게 만드는 조직, 파괴되고 고장 나버린 조직 내 상식을 찾아서 복구하고 수리하는 조직이 바로 상식팀이다. 현재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상식팀’을 정식으로 조직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히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상식팀’을 CEO직속 부서로 편재하여 조사한 기업 내 이슈를 CEO에게 직접 보고하여 신속한 의사결정을 받고 이에 대한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상식팀이 운영되고 있는 스위스국제항공의 개선 사례를 한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스위스국제항공은 기내에서 발생된 모든 불만은 보고서를 작성해서 본사의 통합불만처리센터로 제출을 해야 했고 센터에서 모든 불만사항을 일괄적으로 처리했다. 승무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서 불만사항에 대한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로 인해 한 건의 불만사항을 처리하는 데 평균 89달러의 비용과 적게는 2주 많게는 수개월의 처리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로 인해 고객 불만에 대한 개선은 지연되었으며, 오히려 최일선에 일하고 있는 기내 승무원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때 상식팀은 고객 불만에 대한 사내 규정을 간단히 수정했다. 고객 불만에 대한 처리가 직접적으로 바로 처리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승무원이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승무원에게 제공했다. 승무원의 부담 줄여주고 지침에 의해 발생된 고객의 불만에 대해 일괄적 처리라는 나름대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규정을 운영하였으나, 불만은 즉시 처리될 때 불만을 제기한 당사자의 만족감은 올라간다. 이것이 상식이다. 이 상식이 고장 나 있었던 것이다. 상식팀은 이것을 바로잡았다. 건당 89달러의 처리 비용은 절반 이상 절감할 수 있었고 승무원과 고객의 만족도는 오히려 훨씬 더 올라갔다. 고장 난 상식을 바로 잡는 것,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 회사가 내부적으로 소통이 잘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가? 고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가?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떨어지고 수동적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그 조직은 고장이 발생했다는 표식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의 경우를 우선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신문기사에서 국내 가장 많은 매장을 갖고 있는 커피숍의 직원이 빨대를 요청한 고객에게 “이 음료가 담긴 용기는 빨대 없이 마시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면서 빨대를 던지듯이 건네면서 “다음부턴 환경을 생각하시는 것이 어떠냐?”라고 고객에게 훈계하 듯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브랜드의 다른 매장에서는 영수증이 필요 없다는 고객에게 “개인정보가 담겨 있으니 손님이 알아서 처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영수증을 건내주었다고 한다. 두 경우 종업원은 분명 규정대로 일을 처리했을 것이지만 고객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았을 듯하다. 좋은 규정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규정의 가치를 드러나게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규정 자체가 아니라 고객의 마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것도 중요한 상식이다.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조직 내 상식을 바로 세우는 것, 어쩌면 가장 어려운 혁신 과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계로 모든 것이 대체되어가며 논리성과 합리성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중심의 디지털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식을 바로 세우는 것, 그리고 그 상식이 소통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혁신이며, 변화관리 항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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