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핸더슨 / 어크로스

지본주의는 인류에게 번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자본주의는 신자유시장 경제구조와 결합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규모의 환경파괴, 경제적 불평등, 제도의 붕괴 등이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들의 중심으로 이러한 자본주의 문제점에 대한 변화에 적극적인 동참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주요 국가의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이와 더불어 국제기구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부정적 미래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하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대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지속가능 발전과 사회적 책임에 관한 강의 내용을 엮은 책이다.

우리 시대의 세 가지 중요한 문제
근대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바로 ‘화석연료’이다. 그러나 이 화석연료는 지구의 기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바다를 산성화시키며, 해수면을 높이고 있다. 세계의 표층토는 황폐화되어가고 민물의 수요는 공급을 훨씬 앞섰다. 번영의 명목 하에 진행되는 자연 훼손은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삶의 터전을 스스로 붕괴하고 있다. 번영은 삶의 터전 하에 가치가 있다. 지금 우리는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부는 높은 곳으로만 집중되고 있다. 6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루에 16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살고 있으며 교육과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내쫓길 위험에 처해 있다. 역사적으로 시장의 균형을 유지해주던 제도들과 전통, 정부와 신앙 그리고 인간의 공동체까지 붕괴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자녀들이 부모보다 잘살 수 있다는 미래가 불분명해짐으로 젊은 계층의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은 기존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붕괴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변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와 자유 시장 실패의 원인
2019년 미국의 크고 강력한 기업들의 CEO로 구성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서는 기업의 목적을 재정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81개 기업의 CEO들은 자신들의 기업을 ‘고객, 직원, 공급업자, 지역 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과거 기업의 목적에서 최우선시 되었던 것은 ‘주주의 가치의 증대’였다. 그러나 금번 BRT에서 발표한 성명에는 ‘주주의 가치’가 가장 마지막에 제시되어 있다. 이는 순서 이상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주주 가치의 극대화 보다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속한 사회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가와 사회의 안녕은 이윤을 내면서도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역할에 달려있다는 자각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자유 시장에 대한 실패를 기업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시장의 실패의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외부 효과이다. 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가격이 제대로 반영된 에너지 총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평등한 기회의 파괴이다. 전반적으로 사회의 이동성은 과거보다 둔화되었다. 경제의 수혜자들은 자신의 성공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이들이 평등한 조건 하에서 성공의 기회를 갖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마지막 셋째는 기업이 만드는 게임의 규칙이다. 2014년 정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대중에게 90%의 지지를 받아도 통과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부자들이 어떤 안건이 법률이 되길 원하면 그 안건은 통과되었다는 사실이다. BRT가 발표한 성명은 이 세 가지의 문제점이 시장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방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 지속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이제 기업들이 깨닫고 이를 실행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대전환의 5가지 요소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다음의 다섯 가지 요소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친사회적 목표가 기업의 공유가치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숨을 쉬지만 숨을 쉬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두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자본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좋은 환경과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한 생각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둘째. 비전에서 행동을 추구하는 목적 지향 기업이 되어야 한다. 공유목적에 헌신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자율적이고 권한을 부여받은 공동주체로 사람을 존중하는 하이로드 기업을 지향해야 한다. 하이로드 기업을 만드는 일은 그 자체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투자의 유형을 바꾸기 위해서 기존 재무체계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신용평가 기준에 ESG의 비중을 20~22%를 반영하기 시작했고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총 금융자산의 20%에 육박하는 19조 달러 이상이 기존의 재무제표가 아닌 ESG 기반 정보를 통해 투자 되었다는 사실은 기존의 재무체계의 구조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요소의 결합이 하나의 필수사항이 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증거이다. 넷째는 공익적 차원에는 협력체계의 확보가 필요하다. 자본주의가 바뀌기 위해서는 점점 커져만 가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 해결을 하나의 기업이나 조직이 단독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다섯째는 시장과 정부의 균형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시장과 포용적 제도들 사이의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정부 간의 균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투자자를 위한 가치를 만드는 동시에 이들이 살고 의지하는 세상을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대는 이것을 선택이 아닌 필연적인 사안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전환은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우리에게 던져졌다.

무엇에 주목할 것인가?
많은 기업들이 환경적, 사회적 실적을 개선하려고 해도 투자자들의 단기 이익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자산 소유자들은 장기 성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지만 소유자가 아닌 투자자들은 장기 성장 보다는 단기 수익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기 실적 중심의 기업운영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2018년의 BRT의 성명은 주주중심의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의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테슬라는 상당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기수익중심의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테슬라의 주가는 나날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이유는 테슬라의 지속가능성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과연 투자자들에게 기업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최근 ESG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기업이 지향하고 있는 바람직한 공유가치에 기반한 목적지향적 기업의 목표와 비전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지표로 ESG(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ESG지표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기업의 재무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들 즉, 기업에 직접적인 재무적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향후 기업에 대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재무 자료와 더불어 ESG자료에 대한 제출은 보편화가 될 것이다. 기업이 바뀌면 투자가 바뀌고 투자가 바뀌면 기업이 바뀐다. 이러한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운영 구조이며, ESG는 이 영역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을 자문할 때 비전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앞으로 10년 후 귀 사가 속해져 있는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그 변화에 우리 회사가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먼저 그려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볼 때 이전과 같이 사업적, 수익적인 미래에만 초점을 두었다면 그 비전은 효용성이 없을 것이다. 사업적 미래와 더불어 ESG관점에서 이 미래와 그 미래 속에서 우리 기업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구체화하는 것… 이제는 이것이 변화되는 자본주의의 구조 속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가치를 올리는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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