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물류’ 정기주총서 목적사업에 추가, 한쪽에선 사업 매각

‘脫 통신’을 선언, 사업 다각화를 나선 KT가 또 다시 물류사업 진출을 밝힘에 따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매번 야심찬 물류사업 진출을 선언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도 단 한 번의 성공을 못한 KT가 이번엔 연착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인 셈이다.

의아한 점은 또 있다. KT가 물류사업 진출 선언 전인 올해 1월, 또 다른 한편에선 물류사업 기반을 이루는 기업용 무선통신 계열사 KT파워텔 매각을 발표한 것. 

이에 따라 물류현장에선 현 통신사업에서 탈피, 사업 다각화를 위한 물류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도 향후 물류사업에 기반이 될 수 있는 무선통신 계열사를 매각하려는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KT가 추구하려는 미래 사업 다각화를 위한 물류사업 진출의 핵심 전략은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 화물운송업에 도전한 후 택배서비스 기업 인수를 통해 택배사업에도 진출했다 사업 전체를 매각한 뒤, 또 다시 물류사업 진출을 밝힌 KT의 속내를 들여 다 봤다.

또 추가 목적 사업에 물류부문 ‘운송업과 운송주선업’
2021년 KT의 도전은 지난 2002년 물류사업 진출 때와 같은 ‘화물운송업과 운송주선업’이다. KT는 지난 달 29일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과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했다. 

KT가 주총에서 목적사업으로 추가한 물류와 바이오는 향후 스마트팩토리에 들어가는 자율주행 카트와 로봇 등의 제어를 위한 디지털 물류사업을 위한 포석이란 평가다. 

현대 기아차가 드론과 AI 로봇사업에 투자한 것과 유사하게 KT 역시 빅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과 전염병을 경고하는 시스템 등 바이오 정보 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선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전통적인 정보통신 사업에서 새롭게 추가된 디지털 물류와 바이오 사업을 통해 KT의 통신사업을 어떻게 벗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편에선 KT의 이번 탈 통신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의 배경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물류산업에서 20여 년 전과 유사한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KT는 일찍부터 물류사업부문의 이런 저런 사업진출을 통해 사업영역 다각화에 나섰지만 재미는커녕 대표적인 실패 사례만을 남겼다. 

그 대표적인 례가 바로 지난 2002년 KT로부터 분사한 종합 물류정보망사업자 KT로지스를 통해 물류업체·통신사업자·홈쇼핑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사업이다. 사업을 진두지휘하던 KT로지스는 당시 전국운송물류 네트워크를 구축, 사업자 간 공동 수 배송 사업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2022년 4차 산업시대에도 여전히 똑같이 추가한 사업이 바로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이다.

물류사업 전략 거대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 그쳐
그럼 KT가 대대적인 물류사업 진출에 나섰던 2002년 당시로 돌아가 보자. 
KT로지스는 신사업을 발표하면서 업종별(일반·이사·택배·사다리차·오토바이 퀵·콜밴)로 전국 또는 시도 단위 지역별 대표 협력 운송사업자 모집과 함께 1,000여개의 KT로지스 화물운송정보센터를 구축·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기반이 되는 기업이 바로 올초 매각을 밝힌 KT파워텔이다. 당시 KT파워텔은 지금처럼 휴대폰이 보급되기 전으로 전국 화물자동차들에게 무전기를 보급, 저렴한 비용을 기반해 무한의 통화를 가능토록 하고, 화물운송시장의 물량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 수단이었다.

이렇게 물류사업에 나선 KT로지스는 화물운송정보사업 외에 사이버 택배, 냉장차량 온도 전송, 수출입 물류정보를 비롯해 KT로지스의 IT인프라(CVO·GPS·GIS·EDI·결제 등)의 물류 플랫폼을 활용한 중소운송업체의 시스템 구축 대행 사업에도 진출한다고 밝혔다. 

야심찬 물류사업 진출을 밝힌 KT는 당시 자사 종합물류정보망 사업을 사내벤처 형태로 분사,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물류전문기업으로 탄생했다. 또 업종별, 지역별 대표협력 운송업체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차량 공동 수배송 ▲화물정보 제공 ▲사이버 택배 ▲사이버 화주 ▲종합물류정보망 플랫폼 사업 등에도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KT의 물류사업 화룡점정은 자회사였던 KT로지스의 뉴한국택배물류 인수다.

KT는 2003년 KT 사내벤처인 KT로지스를 통해 뉴한국택배물류 인수, 택배시장에도 진출했다. 당시 KT로지스는 KT그룹의 자체 물량 수요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물류사업을 전개해 5년 후인 2008년 시장의 15%를 점유하겠다는 야심찬 전략도 밝혔다. 

특히 KT로지스는 KT 스마트카드와 당시 온라인 쇼핑몰이던 KTH의 택배 물량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물류사업에 본격 나서는 한편 KT그룹이 가지고 있던 전국의 물류부지와 지능망, 물류정보 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 뉴한국택배물류의 전국 80여개 지점, 700여개 영업소 망과의 시너지 극대화에 나선다고 밝혀 물류업계에 대형 물류전문기업 출현을 예고하는 등 기세 또한 등등 했었다. 결과는 모두 매각 혹은 그대로 사업을 접어 물류시장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20여 년 지난 뒤 똑같은 시장에 재도전, 기대와 우려 교차
물류사업에서 연패를 거듭 한 뒤 20여 년이 지난 지금 KT가 추진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전환에 대해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물류업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사업 방식 때문이다. 

당장 구현모 KT 대표는 “코로나19는 KT가 디지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며 “비대면 경제 활동이 보편화되고, 정부 예산도 늘어난 만큼 관련 분야의 성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여기다 구 대표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본격화, B2B와 플랫폼 관련 매출을 2025년까지 50%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처럼 KT의 물류사업 재천명의 배경은 ‘탈 통신’에 근거한다. 이는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해 더 이상 이를 통한 이익으론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 따라서 충분히 물류사업 재진출은 KT사업의 다각화 명분이 된다.

한편 KT가 들고 나온 디지털 물류는 기존 물류 사업에 ICT를 도입한 사업이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 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물류 이동이 빠르게 가능해지도록 하거나 사람 대신 로봇이 물건의 이동을 맡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아직 이 같은 방식이 현실 물류시장에서 당분간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장 KT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고, 2019년엔 ‘상암 자율주행 5G 페스티벌’을 통해 고객들에게 5G 자율주행 버스를 시승시키는 등의 기술과 로봇 관련 기술도 미래 물류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KT의 디지털 물류사업은 기대처럼 사람과 물류의 이동을 기존보다 스마트하게 변모시키는 핵심 경쟁력은 아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KT의 물류산업 진출은 야심차고, 거대하기만 했다”며 “현재의 물류시장을 보다 면밀히 살피고, 물류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높이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금의 물류산업은 20여년 전 KT가 벌였던 시장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예전과 달리 쿠팡을 비롯해, 거대한 물류기업들이 층층시하에 포진하고 있다. 통신시장에서의 공륭 기업 KT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물류산업에서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당장 2021년의 물류현장을 먼저 이해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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