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코틀러, 피터 디아만디스 / 비즈니스 북스

몇 년 전에 이 책의 전편 격인 ‘볼드’란 책을 아주 흥미 있게 읽은 적이 있다. ‘볼드’에서는 특히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6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체계를 수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볼드’ 이후에 ‘어번던스’란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기술이 앞으로 인간의 삶의 결핍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컨버전스 2030’은 현재 여러 영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인 ‘컨버전스(융합)’에 대한 견해를 밝힌 책이다. 저자들은 ‘컨버전스’야 말로 모든 산업과 경제, 나아가 사회전반의 기반을 구조적인 변혁을 일으키게 될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이 기술의 ‘컨버전스’를 통해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하며, 이는 단순한 변화를 넘어서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전면적인 재창조의 세계로 들어설 것임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미래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빠르다.
지금까지는 단일 기술이 독립된 상태로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들이 서로 융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약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이유는 단지 생명공학 분야의 기하급수적 발전 뿐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양자 컴퓨팅을 포함한 다른 기술 영역의 기하급수적 발전이 제약 분야의 발전과 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분야의 기하급수적 기술의 발전은 제품, 서비스, 시장을 파괴하지만 여러 기술이 연계된 기하급수적인 발전은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구조 자체를 붕괴시켜버린다. 인간은 그동안 선형적 관점에서 진화해 왔다. 성장과 혁신도 그 개념에서 진행해 왔다. 선형적 관점이란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범위를 뜻 한다. 우리가 예상을 한다는 것은 변화의 속도가 늦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는 점점 더 ‘선형적’이 아닌 ‘기하급수적’ 사고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현재 기술에 대한 적응 기간을 넘어섬으로 그 기술을 우리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선형적’ 사고로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기술들이 서로 융합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기하급수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에 주도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정부기관과 기업들은 이전 세기에 ‘안전’과 ‘안정성’을 목표로 설계된 조직들이다. 현재의 모습 속에서 선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제도 역시 이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교육시스템은 한정된 프레임 속에서 정해진 루틴에 의해 일하는 말 잘 듣는 노동자의 삶을 잘 준비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계된 18세기의 발명품이다. 이러한 현재의 구조 가 과연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고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밀려드는 미래를 감당할 수 있을까?

증폭을 일으키는 7가지 동력원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이유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도 원인이지만 가장 이전과 다른 가장 큰 원인은 개별적으로 발전하는 기술들 간의 융합이다. 기술들 간의 융합은 다음과 같은 7가지의 동력원을 만들고 이를 통해 변화의 가속화라는 증폭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첫 번째 동력원은 시간의 절약이다. 기술을 통한 시간 절약은 인류가 더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두 번째 동력은 자본의 가용성이다. 모든 것은 재정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술의 발전과 융합은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투자 가치를 제공해 주었다. 세 번째 동력은 무료화 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이나 국가의 연구기관이 사용했던 도구들이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혁신의 대중화를 촉진했다. 네 번째 동력은 천재들의 탄생이다. 그동안 천재들을 발견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장벽들이 무너짐으로 창의적 아이디어와 이에 대한 빠른 실행을 통한 가속적인 발전이 가능해 졌다. 다섯 번째 동력은 풍부한 소통이다.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인터넷이란 도구를 통해 극복함으로 세계가 단일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었다. 여섯 번째 동력원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술의 발전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은 온라인에 연결된 대중에 기반을 두고 있는 크라우드(Crowd) 경제 모델, 페이스북을 대표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무료/데이터 경제 모델, 기존의 모델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 경제 모델, 환경보존을 위해 자원 재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 순환경제 모델,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분산형 자율조직 모델,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 기반의 다중 세계 모델 그리고 경험의 경제를 넘어선 변신의 경제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를 더욱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동력은 수명 연장이다. 사람들이 건강한 상태로 오랫동안 살아가도록 만든다는 것은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을 연장하여 사회와 경제에 대한 기여 기회를 늘린다는 것이다. 기술 융합은 이상의 7가지의 변화를 증폭시키는 동력을 제공함으로 기하급수적 발전 속도를 촉진시키고 있다.

산업의 재편…
저자는 산업 영역별 재편은 부의 미래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소매업은 앞으로 경험 경제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더 이상 존속이 어려울 것이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현실이 바로 쇼핑몰 자체가 되며, 인공지능이 맞춤형 쇼핑을 대행하게 될 미래에는 대중 광고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이미 새로운 즐거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맞춤과 직접적인 참여, 그리고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이미 변화가 상당 수준 진행되었다. 코로나19는 교육 방법에 대한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 기술이 더해져 일상화가 될 것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에 의한 교육 콘텐츠와 안드로이드 교사 등의 등장에 의해 교육 방법의 변화뿐 아니라 학교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수도 있다. 헬스케어는 가장 큰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질병관리는 사후적 관점에서 건강관리의 사전적 관점으로 바뀌게 될 것이며, 인공지능 개인별 전담의가 생겨나 맞춤형 건강관리 및 치료법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제약개발에 활용됨으로 신약개발 범위와 기간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은 중개인이 없는 경제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며, 농작물 재배뿐 아니라 바이오 기술과 유전 기술을 통해 필요한 육류를 개발(이미 개발이 완료된 기술)하게 됨으로 농업과 목축업에 대한 획기적인 구조변화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다. 상기에 나열된 이야기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이 완료되었지만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인해 실용화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산업 영역 별로 이러한 사안들이 실용화가 된다면 그 시점부터 산업의 재편과 더불어 부의 미래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변화를 위협하는 요소들…
변하지 않는 진리는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는 진보를 가져오지만 그 진보에 대해서는 반드시 위협이 있다. 가장 큰 위협요소는 환경문제이다. 환경문제는 크게 기후변화와 수자원 고갈이다. 현재 인류의 절반이 먹을 물이 없어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못한다면 수자원 부족의 문제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운 지구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은 경제적으로 실업이란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예전과는 달리 현재의 기술 발전은 직업을 없애는 동시에 새로 생겨나는 직업을 기술로 대체할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기술 발전으로 인한 경제적 위협이다. 그리고 기술발전은 인구의 집중화로 이어져 도시화가 가속화됨으로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게 됨으로 이전 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될 수 있다. 이러한 실존적 위협 요소들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위협적 요소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는다면 기술적 융합이 인류의 발전과 번영보다는 오히려 불안정한 미래를 맞이해야 할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1980년대 소위 ‘벽돌폰’으로 불리던 휴대전화기는 부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스마트폰은 벽돌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계층에서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폰의 성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의 방향은 바로 이것이다. 특정 대상만이 혜택을 입는 그러한 변화가 아니라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변화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윤리적 소양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지 못한 사이에 세상은 좋아져야 한다. 부의 편중에 의한 양극화나 특정 계층만이 수혜자가 되는 그러한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그러한 변화가 우리 앞에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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