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된 물류 운송망 필요성 대두…피해보상 두고 치열한 다툼 불가피

지난 3월 23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길이 400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 호가 수에즈 운하를 대각선을 막는 사고가 발생해 다른 선박들이 운하를 통과하지 못했다.

에버기븐 호가 좌초된지 11일 만에 부양돼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수에즈 운하가 막혔던 7일 동안 422척의 선박이 발이 묶이면서 1척당 6만 달러(약 7천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정보업체 <로이드리스트>는 수에즈 운하 정체로 매일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던 96억 달러(약 10조 8천억 원)의 화물 차질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통행세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를 벌어들이던 이집트의 손해 역시 막대하다.

정확한 손실액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이집트 당국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이집트는 10억 달러(약 1조 128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전문가들도 에버기븐 호를 완전 인양 후에도 수에즈 운하가 언제쯤 정상으로 돌아올지는 불분명하며 일부 전문가들은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두 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Nicolas Sloan 이집트 인양 전문가는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손상을 입었는지, 향후 에버기븐 호가 계속 향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과 책임을 따져 약 10억 달러의 배상금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예인선과 굴착기를 동원해 11일만에 사태를 수습했지만 일부 해운사들은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대안을 검토, 실제로 실행에 옮긴 해운사도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선박 4척을 남아프리카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기로 했다.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7일에서 길게는 10일이 더 소요되며 추가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번 수에즈 운하 사고는 정권교체나 테러와 같은 정치적 이슈가 아닌 선박 자체가 운하를 온전히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수에즈 운하 이외의 대체노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물류업계는 코로나19와 수에즈 운하 사고를 계기로 운송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하며 향후 운송산업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막대한 손해배상금 놓고 법적 다툼 불가피
이제 물류업계의 최대 관심은 사고 원인 조사와 수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배상 책임 보험청구다. 피치(Fitch)는 수에즈 운하 사고로 세계 물류가 중단됨에 따라 보험사들의 손실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수에즈 운하가 전 세계 해운 물류의 핵심인 점을 고려하면 에버기븐 호의 사고로 세계 물류시장은 시간당 수억 달러의 막대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보험그룹 글로벌 담당자인 Macus Baker는 “수에즈 운하 사고로 발생한 물류 지연은 세계 무역에 전례 없는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에버기븐 호의 선주인 일본 쇼에이키센은 12개의 보험과 배상 클럽에 가입돼 최대 31억 달러의 책임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버기븐호가 계속 운항을 해야 하므로 인양을 포함해 선체 및 화물 보험과 관련된 청구는 이보다 훨씬 낮을 전망이다. 더불어 부패하기 쉬운 상품에 대한 실손과 공급망 중단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얼마가 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피해를 보상하지 않으면 에버기븐 호를 석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조속하고 명확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400척 이상의 배가 운하 양쪽 끝에 갇혀 있었지만 기름 유출과 같은 환경 관련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환경 관련 피해가 발생했다면 보상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을 것이다.

해운업계는 쇼에이키센과 선사인 대만의 에버그린은 이번 좌초 사고로 최소 2,400만 달러(약 271억) 규모의 배상을 책임져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의 사고 원인과 조사결과가 발표되면 쇼에이키센과 에버그린 간의 치열한 책임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당국은 쇼에이키센에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측되지만 선주는 선박이 강풍으로 인해 항로를 이탈했다고 항변할 것으로 보여 선사-선주 보험사 간 소송을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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