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 /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 명예회장·플랫폼사업추진단장

신선한 맛을 찾는 냉동기술의 발전

식품의 안전보다 신선한 맛의 유지가 갈수록 소비자 선호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생생하게 식품의 오리지널한 맛을 맛볼 수 있을까가 관심이다. 최근 서로 다투어 맛집을 소개하는 매스컴들을 보면 식당의 세프들이 주장하는 맛의 첫 번째 관건은 싱싱한 재료의 준비다.
육류를 기본 식단으로 제공하는 음식점들은 ‘최근에 도축한 육류를 사용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재료를 급속냉동으로 처리했음을 크게 내세우는 곳도 많이 생기고 있다. 참치 등 고급생선 회 식단은 기본적으로 참치를 바다에서 채취하자마자 급속으로 영하 60도까지 동결시킨 후 이송하고 해동 후 식단에 올린다.
공기송풍동결장치가 있는 냉동창고에서 섭씨 영하 18도 이하(냉동으로 규종)로 보관한 후 식단에 메뉴화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초저온으로 냉동하고 급속동결을 해야 더욱 완벽하다고 한다. “최소 영하 60도 이하를 유지하면서 30분 내에 빙결정생성대를 통과한 후 2시간 내에 식품의 속까지 동결해야 신선한 효과가 나온다”라고 주장한다. 이 방법에는 여러 가지 학설도 많고 정확한 정설이 없지만, 경험에 의하면 식품의 신선한 맛을 위한 초저온의 온도는 영하 60도에서 영하 80도 정도를 의미하고, 급속동결의 시간단위는 30분에서 3시간까지 식재료에 따라 편차가 있다고 한다.
급속동결의 효과는 이미 많은 자료에서 예시하고 있듯이 원재료의 세포에서 얼면서 생기는 수분의 분리를 차단하는 기술에서 나온다. 우리가 고기류를 불에 익힐 때 핏물이 나오면 이것은 이미 조직세포에서 수분이 분리되어 따로 얼었던 얼음결정이 녹는 상태인 것인데, 세포 내에서 수분이 분리된 상태(현장에서는 드립이라고 한다.)는 이미 생생한 맛을 잃은 상태다. 도축하고 단기간 내에서는 수분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급속동결은 세포에서 수분이 분리되기 전에 긴급하게 동결시킴으로써 원 식품에 가장 근접한 맛을 유지하게끔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수분 없는 육류의 원형을 그대로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영하 20도에서 50도까지의 동결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나 초저온으로 갈수록 동결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효과가 좋아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림 1] 식품의 급속동결과 완만동결

급속동결 시 빙결정에 대한 이론

산지에서 채집한 식재료가 시간적으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기 전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흔히 장기적인 보관을 위하여 냉동의 방법이 통용되었으나 이제는 장기보관 목적이 아닌 신선한 맛의 제공 목적으로 냉동의 방법이 모색되고, 완만한 동결이 아닌 급속동결이 추천되고 있다.
신선한 맛은 식품재료 세포의 내용물 조직 안에 내포된 수분이 유리(遊離)되지 않고 그대로 간직한 상태를 말한다. 유리되지 않으려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조직체를 빠르게 완전히 동결시킴으로써 응고된 상태로 보관하는 일이다.
식품의 동결은 0도~-5도에서 이루어지는데, 식품의 80% 정도가 얼게 된다. 이 온도대를 ‘최대빙결정생성대’라 한다. 식품은 단순한 수분이 아닌 여러 단백질과 결합한 혼합액 상태로 존재하므로 동결시간은 식품에 따라 다르다. 냉동기술 표준은 최대빙결정생성대를 –5도까지 설정하지만, 완벽하게 동결되는 식품의 공정점(eutectic point)에 이르려면 여러 염류가 녹아있는 세포조직, 특히 육류나 어육 등의 근육의 공정점은 적어도 -55도 이하라고 볼 수 있다(식품냉장냉동학, 2014, 석학당출판사, 242쪽).
공정점 이내에서 냉동하거나 완만하게 천천히 동결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 밖으로 얼음결정이 생긴다. 이 얼음 결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여 세포조직을 압박하고 손상시킨다.(그림2 참조) 이 얼음결정은 해동이 될 때 식품 밖으로 흘러나오는 물(드립)이 되고, 이때 식품성분 중 수용성 성분(단백질, 염류, 비타민류)이 빠져나오고 이물질도 흘러나와 식품의 가치를 저하시키고 무게도 감소한다(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reSEAT프로그램, 2009).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핵심은 빙결정상태에서 세포조직 내의 얼음입자 크기를 최소화하고 드립의 유출량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드립의 양을 최소화하거나 없도록 하는 기술은 냉동온도의 초저온(공정점의 이하 온도, 적어도 –60도 이하) 환경에서 급속 동결시키는 기술이다.

[그림 2] 완만동결과 급속동결 시 세포조직 내의 얼음입자의 위치

출처: 식품냉장냉동학, 석학당 출판, 2014, 254쪽
출처: 식품냉장냉동학, 석학당 출판, 2014, 254쪽

초저온 냉동기술의 발달

영하 60도 이하 동결은 기존 공조방식의 냉장방법으로는 매우 어렵다. 일반적인 냉동고는 영하 20도 정도까지 소규모 공간에서 가능하다. 근간에는 몇몇 제조사가 영하 60도 이하의 초저온 냉동고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냉동고이기 때문에 대형물품을 보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냉동고 크기를 넘어서는 대규모 식품을 보관할 창고 크기를 전부 초저온 온도로 유지하기에는 공조능력에 한계가 있고 전기동력 비용이나 운영비용이 매우 크다. 대 공간의 창고 안에 보관된 식자재를 영하 40도까지 내리는 경우만 하더라도 2~3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다층구조의 터널식 냉동방식이 2008년 소개되고, 2015년 세일유프리저가 영하 60도 공기급속냉동기를 개발했으며, 최근 3D Freezer Line은 공기동결 방식으로 ACVCS (Anti Cycle Vibration Cold System) 기술을 사용하여 360도 회전을 통해 초저온 냉각을 제공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개발회사의 홍보에 의하면 초저온 급속동결장치로 식품 중심부까지 30분에 완전 동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비 기계적인 방법으로는 드라이아이스(Dry Ice)를 사용하여 일정 용기 내의 온도를 -80도까지 냉각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최근 특수 바이오의약품 운송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대량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초저온 냉각의 다른 방법으로는 냉매액이 들어있는 탱크 등에 침지하여 동결시키는 액체동결이 있고, 액체 질소(LN2)를 이용하는 액체질소동결 방식 등이 있다. 그러나 침지동결의 경우에는 액체의 높은 전도율을 사용하므로 동결속도는 공기동결에 비해 약 2배가량 빠르지만 액체에 넣기 위해 진공포장을 해야 하므로 높은 온도의 식품을 동결시키는 것이 어렵다. 액체질소동결의 경우에는 동결속도는 빠르지만 유지비용과 설치비용이 비싸고 영하 192도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면에 있어 위험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 세계 최초의 초저온 냉각방식이 등장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2019년 말 한국초저온(주)는 국내 연료로 수입하는 LNG가스에서 기화시 발생하는 냉열 -162도를 활용하여 가공처리함으로써 -60도~-90도까지 초저온 공급이 가능한 초저온냉동창고를 개발, 현재 운영하고 있다. 이 LNG가스 활용방식은 여러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고 있으며, 초기투자 시설비를 제외하면 비교적 염가로 초저온 냉장효과를 얻어낼 수 있어 식품의 유효기간을 늘리거나 급속동결 후 식품의 품질을 완벽하게 유지시키는 방안으로 수요처와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맛에 대한 임상조사

초저온 상태에서 식품 맛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키는 효과가 입증된 이론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단위로 연구한 보고서는 개별적으로 있다. 한국초저온(주), 바이오코엔(주) 등에서 실제로 실험한 데이터가 인용되고 있다. 임상적으로 시내 음식점과 세프들이 견본을 활용하여 맛의 비교를 실험한 결과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고, SNS 유튜브 등에서도 맛의 비교가 발표되고 있다. 어느 기업체에서는 이 탁월한 효과를 이용한 가공식품을 대량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초저온상태로 급속냉동하고 난 후에는 이미 세포가 완전동결되어 수분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그 이후 보관은 초저온으로 하지 않고 영하 20도에서 30도 정도로 하여도 품질상 문제는 없다는 의견이 있어 급속동결 후 공조방식의 일반 냉동창고로 이관하고 보관하여 원가절감을 기할 수 있다는 혼합방식을 장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이나 학계에 장기간 초저온상태에서의 품질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가 존재하지 않고, 경험적 기술에 의존되고 있는 형편이다.

향후 발전적 전개 및 과제

만약 초저온상태에서 급속동결의 효과가 실증적으로 소비자 사이에서 인정이 되면 식품의 유지에 대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파급될 것이다. 우선 식당가에서는 신선한 식품재료가 풍성해져 맛있는 식재료의 공급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고, 가공식품이나 음식의 가격 하락이 이루어져 시장 가격이 안정될 것을 예견할 수 있다.
냉동식품은 크게 과실류, 채소류, 축산물, 수산물, 가공조리식품의 5가지로 나누어진다. 냉동할 경우 식품에 따라 적정한 온도가 있다. 일반적인 견해로는 축산물이나 수산물의 냉동 시 초저온 냉동이 적당할 것으로 생각되나 의외로 채소나 과실도 초저온 냉동이 가능하고, 품질 변화도 없다고 한다.
물론 해동할 경우는 기술적으로 다르다. 해동의 경우 자연해동이 일반적으로 추천되나 채소 같은 경우 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데치기(blanching)라 하여 수증기로 가열 후 얼리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해동 분야는 여러 가지의 이론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할 분야이다.
신선식품의 콜드체인 관련 적정 온도 기준과 기술이 진화하면 식약처에서 고지하고 있는 각 식품의 유효기간은 재고되어 연장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될 것이다. 맛의 상미기간도 늘어나고 냉장의 효력도 연장되어 식품의 유효기간의 재설정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식품이나 음식물 쓰레기 양의 현저한 축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초저온에서의 급속동결 방법은 인간의 맛을 찾는 니즈 충족에서 더 나아가 전체 인류의 식량 확보 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진일보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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