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 와이즈 베리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은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항, 그저 함께 나누어야 할 것들도 거래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고,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하용이 되지 않던 것들도 어떠한 형태로든 거래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도덕성과 공정성 보다는 대가성과 수익성이 어느 순간부터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시작했다. 요즘 보도되는 여러 가지 비윤리적인 기사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하고 돈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던 가운데 예전에 읽은 적이 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이 생각이 났다. 그 책을 다시금 들었다. 그저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시점에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당한 노력과 결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들도 세상에는 많이 있다. 그저 그냥 주고 그냥 받으며, 지킬 것은 지키며,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세상도 우리에겐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고 거래하는 세상이 아닌, 거래가 아닌 교류와 나눔 그리고 공감이 있는 세상…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사람들의 탐욕의 증가가 아니라 시장과 시장가치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팽창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도덕과 윤리에서 시장이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도덕과 윤리와 같이 비시장 규범이 지배하던 삶의 영역에 시장논리가 적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언제부터인가 살아가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나 좋다고 생각되는 것에 가격이 매겨지고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의 역할과 그 영향력이 우리가 알고 배워왔던 시장경제가 아닌 시장사회로 넘어가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시장경제는 생산 활동을 촉진하고 재화가 순환되고 가치가 분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개념이라고 한다면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시장사회에서는 시장의 이미지에 따라 사회관계가 형성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지불하고 거래하고 있는 것들
미국공항에서는 수속을 밟거나, 공항검색대를 통과하려면 많은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특히 테러 경보와 같이 특수한 상황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럴 경우는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이 대기시간으로 소요되기도 한다. 최근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이러한 대기시간 없이 바로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누구나 공평한 조건에서 대기를 통해 검색대를 통과했다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의무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권리로 바뀌게 된다. 미국에는 일정비용을 지불하면 속도제한을 받지 않고 주행할 수 있는 차선을 가지고 있는 도로가 있다. 해당 도로의 특성상 제한 속도이상의 과속하는 차량이 많아지자 주정부는 이를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용을 지불한 차량은 속도 제한을 두지 않고 주행을 허락했다. 이는 속도위반에 대한 벌금을 과속을 허용하는 요금으로 대체함으로 위법을 합법화했다. 이스라엘의 한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을 맡긴 부모들이 아이를 찾아가는 시간이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어린이 집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정시 퇴근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어린이 집에서는 아이들을 늦게 데려가는 경우에는 부모들에게 일정금액의 벌금을 받기로 했다. 그랬더니 부모들이 아이들을 찾아가는 시간이 오히려 더 늦어지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늦게 아이들을 데리고 감으로 부과되는 벌금을 늦은 시간까지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비용으로 간주를 한 것이다.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약속(윤리와 도덕)을 준수하지 않는 것에 대한 벌금을 요금으로 간주함으로 아이들을 당당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늦게까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권리로 변환시켰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본부가 있는 자선단체인 ‘프로젝트 프리벤션’은 마약중독자인 여성이 불임수술을 하게 되면 300달러를 지급한다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1997년 해당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2010년까지 약 3천명이 넘는 여성들이 이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들은 생식능력을 책임감과 보살핌의 규범에 따라 행사해야 하는 소중하고 고귀한 선물이나 의무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 거래를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성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모든 것을 떠나서 중요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고안한 사람이나 참여한 사람들은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것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유명한 연주가가 어려운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무료공연을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그 공연에는 어려운 주민들이 아닌 충분히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인 주민들이 자리를 미리 잡으면 일정비용을 지불하고 그 자리를 대상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공연에 참여를 한 것이다. 연주가는 그 사실을 안 이후로는 다시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자선공연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주가가 호의를 베푼 사람들이 그 호의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대가를 주고받는 거래는 대가가 발생하지 않으면 거래도 중단된다. 아버지가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키워주기 위해 책을 한권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면 그때 마다 10달러를 인센티브로 주었다. 그 결과 아이는 거의 매주 한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했다. 1년 동안 아이는 한주도 빠짐없이 열심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아버지는 이제 아이가 독서에 대한 습관이 몸에 익었다고 생각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자 아이의 독서도 멈추었다. 결국 독서습관을 두고 아버지와 아이는 인센티브를 통한 거래가 진행된 것이었다. 인센티브가 멈추자 거래가 종료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켜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규범이다. 규범을 어겼을 때 우리는 벌금을 내곤 한다. 그러나 벌금이 요금으로 인지를 하게 될 때 규범은 더 이상 의미와 가치가 없어진다. 그리고 그 규범은 더 이상의 효력을 발생하기 힘들게 된다. 결국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길 원하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사회에서 살아가길 원하는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윤리적 규범이 범주안의 재화가 아직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길 원하는가? 최근에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축하 또는 조문을 대신하는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도 상당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축하와 조문을 하고 있지만…) 그 성의는 인정하지만 그 축하에 대한 진정성을 당사자들은 느낄 수 있을까? 기증된 혈액과 비용을 지불한 혈액을 선택할 권한이 당신에게 있다면 어떠한 혈액을 택할 것인가? 70%이상이 기증된 혈액을 수혈받기 원한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사람들은 거래에 대한 결과보다 진정성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성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있어 소중한 것을 돈으로 거래하거나 이해관계에 의해서 지속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는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날로 모든 것을 금전적으로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고요한 울림을 전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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