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에 대한 편견 및 기본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의 달’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이별을 겪은 사람에게는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얼마 전, 중국 산둥의 한 여성은 전 남자친구에 대한 증오를 특이한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를 위해 차 한 잔을 주문하면서 배달 요청사항에 특별한 요청을 추가했다. 그녀는 요청사항에 전 애인에게 차를 배달하면서 ‘친절하게 배달할 필요 없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전 남자친구의 얼굴에 음료수를 뿌려달라고 요청했다. 놀라운 사실은 배달 기사는 고객 요청사항을 그대로 이행했으며 이는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처럼 배달 기사에게 상식을 넘어선 요청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배달 기사에게 직업을 비하한 막말을 한 배달 이용자의 갑질 논란이 큰 이슈화됐다. 하지만 갑질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배달 기사들의 과도한 노동력 착취와 낮은 임금, 그리고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음식배달 업체인 ‘헝그린 판다(Hungry Panda)’의 배달기사들은 갑작스러운 급여 삭감에 대해 대규모 항의하는 일이 있었으며 호주는 최근 2개월 동안 시드니에서만 5명의 배달기사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연속된 사망 사고에 호주 ‘기그 이코노미 조인트 태스크포스(Gig Economy Joint Taskforce)’는 배달기사에 대한 운송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며 작업장 보건과 안전 규제 기관인 ‘워크세이프 뉴사우스웨일스주(WorkSafe NSW)’는 사고의 원인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배달기사가 도로 규칙에 익숙하지 않고 일관된 관리도 이뤄지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워크세이프 NSW는 배달기사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초안은 잘못 설계된 앱과 비현실적인 배송시간으로 인해 배달기사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 등을 기반으로 제안됐다. 이는 당연하게 딜리버루(Deliveroo)와 우버이츠(UberEats) 같은 거대 배송 대행업체에 책임과 관리에 대해 강화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지침에 대해 배달기사 노조와 정부 관련 단체는 관심과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 저임금과 낮은 근무 표준을 해결하려면 조금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워크세이프 NSW가 지적한 대로 잘못 설계된 앱과 비현실적인 예상 배송시간이 강한 시간 압박과 육체 피로를 유발해 안전하지 않은 배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워크세이프 NSW의 새로운 지침에는 기업이 교통상황과 평균 배달기사 속도에 따라 조정된 배달 시간을 기준으로 앱이 안전하게 설계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라이더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물리적 장치로 최대 12시간 작업 후 라이더 앱에서 ‘잠금’하고 이후 10시간 동안은 재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기능을 권고했다. 더불어 배달기사가 지역 도로와 자전거 규칙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매년 재교육을 제공할 책임 역시 앱 제공업체에 맡겼다.

이 같은 요청에 대해 딜리버리루는 대변인을 통해 지침 초안을 환영한다면서 “배달기사의 안전과 웰빙을 향상하는 모든 이니셔티브를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도로 안전문제가 복잡하고 솔루션 구축을 위해서는 전문가와 업계, 그리고 정부가 의견을 함께해야 한다는 점은 의심할 바 없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이해 관계자들과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우버이츠는 이에 대한 의견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스페인에서는 노동부, 노동조합, 기업 협회가 힘을 모아 배달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닌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권리 개선에 합의했다. 배달기사들에게 적절한 권리를 부여하기로 한 이번 결정은 지난해 9월, 스페인 대법원에서 ‘글로보(Glovo)’가 고용한 라이더를 자영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결정에 촉발됐다.

아직 확정되지 않는 새 법안에는 지금의 낮은 임금과 긴 근무 시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적절한 노동권이 존재하기 힘든 라이더들의 배달기사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딜리버루, 글로보, 우버이츠와 같은 회사와 음식을 배달하는 기타 서비스 종사 배달기사에게 모두 적용할 계획이며 향후 다른 제품 배송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들이 합의한 규정은 의회에서 승인돼야 하며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페인 배달기사 조합은 이번 노동자 지위 개선을 위한 조치에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배달 노동자협회는 아직 자신들의 의견이 온전히 고려되진 않았고 일부 라이더들은 자영업 형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제안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 구체적이고 실제적 현실 적용이 가능한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스페인 노동부 장관과의 대화를 촉구했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10월 배달플랫폼 업계들이 라이더 처우 개선을 위한 노사자율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플랫폼 배달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날짜나 시간을 기업으로부터 지정받지 않으며 빠른 배달을 압박하지 않을 것이 명시됐다. 기업이 라이더의 산재 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악천후, 감염병 위기 시 안전 대책을 강구하고 노동자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도록 하는 등 기업의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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