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이동부터 마지막 지입 차량까지 동일한 ‘SOP’로 관리해야
안선옥 MARKEN 코리아 지사장

지난 2020년 9월 7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에 대비하기 위해 전 국민 중 1,900만 명을 대상으로 독감백신 예방접종 무료 지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9월 8일부터 전국적으로 무료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22일 국내 일부 독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문제가 발생하였음이 알려지게 되었다.

게다가 유통된 해당 백신 접종 후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인과 관계가 명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임에도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었고, 백신 접종 자체를 두려워하는 백신포비아(Vaccine Phobia)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번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유통사의 백신 상온 노출 사태로 인해 ‘콜드체인(Cold Chain)’이라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했던 단어가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다수의 국민이 백신 유통과정에서의 온도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콜드체인은 저온 유지 관리가 필수적인 제품의 생산, 보관, 운송 등 유통의 전 과정에서 제품의 적정온도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함으로써 제품의 신선도 및 품질 유지를 하기 위한 일련의 모든 활동과 관리체계를 말한다.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러 단계의 재하청 배송 시스템에서의 관리 감독 부실을 꼽고 있다. 담당 유통사인 신성약품은 일부 물량의 물류 서비스를 하청업체에 위탁하였고, 또 이를 해당 하청업체가 지역별로 재하청 하였다.

이러한 여러 단계의 복합운송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백신 콜드체인 운송 가이드라인이 준수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냉장 온도(+2~8℃)로 운송되어야 할 백신이 유통 중간 운송단계에서 상온에 노출되기에 이르렀다.

TCV 검증관리와 세부 운송 매뉴얼 필요
이번 운송에 이용된 운송 수단은 냉장·냉동 탑차로 불리는 TCV(Temperature Controlled Vehicle)이다. TCV는 일반 차량에 냉장·냉동 기기 시스템을 탑재하여 운송 중에도 신선식품, 또는 의약품의 일정 온도 유지가 가능하게 만든 차량을 말한다. 백신의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제품 생산부터 마지막 End User에게 소비되기 전까지 전 과정에서 적정온도인 섭씨 2~8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백신 유통사에서 재재하청을 준 일부 TCV 지입 차주가 백신이 보관되어 있는 차량의 문을 일정 시간 이상 열어 두거나, 차량의 문을 열어 두고 외부에서 백신 소분 및 확인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현 식약처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 라인>(2020.7)은 백신의 생산·수입에서부터 유통, 보관 및 최종 사용에 이르기까지 적정 보관 온도가 항상 유지되어야 함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리고, 가이드 라인 ‘4. 제조·수입업체 및 도매상 백신 수송 관리(수송용기 및 장비, 수송업무)’는 용기 및 장비의 정기적인 검·교정(Calibration)과 온도 유지 검증 의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냉장·냉동 기기 및 장치가 장착되어 있는 냉장·냉동 탑차들은 기기 및 장치에 대한 정기적 검·교정(Calibration)을 실시하거나, 내부 온도 맵핑 테스트(Temperature Mapping Test)를 통해 차량 내부 온도 유지의 적격성을 평가 및 검증하지 않고 있다.

온도 맵핑은 트럭 내 모든 지점의 온도가 목적한 온도 범위 내로 고르게 유지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온도 센서를 활용하여 최대·최소·평균값을 확인하고 이를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일부 글로벌 및 국내 콜드체인 물류기업들의 경우, 외부 또는 자체 차량 온도 맵핑 테스트 계획서(Mapping Test protocol)를 가지고 차량 온도 맵핑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차량 관리를 하고 있다.

차량 온도 맵핑 테스트 계획서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냉장 차량 도어가 열린 채 방치되어 발생한 온도 이탈(Temperature Excursion)에 관련된 오픈 도어 테스트(Open-Door Test) 및 차량 엔진 오프 테스트(Power-off test)를 포함하고 있다. 만약, 냉장 차량이 정기적인 온도 Mapping Test를 통해 이를 데이터화 하고, 해당 데이터에 따른 냉장 운송·상하차 매뉴얼을 통해 관리된다면 상온 노출과 같은 사고는 최소화될 것이다.

콜드체인 운송 사전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갖춰야
이번 백신 운송에는 최소 3단계 이상의 재하청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하청이 몇 단계이냐는 문제보다는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를 미리 파악(Risk Assessment)하고, 이에 대한 사전 예방(Prevention) 및 비상시 계획(Contingency Plan)이 포함된 운송 프로세스(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를 만들어 이를 관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백신이 해외·국내 제조사에서 유통회사로 최초 이동하는 단계뿐 아니라, 접종 기관에 전달하는 콜드체인 마지막 단계에 있는 지입 차량 기사들 또한 동일한 SOP에 따라 운송을 진행하여야 한다.

일부 콜드체인 전문 운송사들은 냉장 TCV 차량에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와 차량 내부온도 변화의 모니터링이 가능한 온도 추적 장치(Temperature Tracking System)를 차량에 장착하여 관리·운영하고 있다.

운송 중 이슈가 발생할 경우, 배송 담당자는 이 사항을 컨트롤 타워에 보고하고 이후 업무 지시를 따른다. 컨트롤 타워 또한 실시간 백신 운송 차량들의 현재 위치와 내부온도를 모니터링 하고, 차량 내부온도가 기준치를 넘어가려 할 경우나 차량 도어를 일정 시간 이상 열어 둘 경우, 이에 대해 담당자에게 즉각 연락하여 시정 요청을 해야 한다.

콜드체인 포장재 사용 통한 상온노출 최소화
냉장 차량으로 콜드체인 운송을 하는 데 있어 가장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상·하차 시 차량의 문을 통한 백신의 상온 노출과 백신 하차 후 배송담당자가 의료기관 내부로 백신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상온 노출이다.

또한, 이번 독감백신의 경우와 같이 한 번에 많은 양의 백신을 동시 배송을 진행해야 할 경우, 1대의 냉장차량이 여러 기관들을 돌며 배송을 진행(Milk run)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차량 문을 여러 차례 여닫으며 백신의 상온 노출 빈도와 리스크가 더 커지게 만든다.

백신을 소분하여 여러 곳의 접종 기관으로 배송을 해야 할 경우, 가장 적합한 솔루션은 포장 용기(Cold Chain Package)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백신이 보관되는 냉장창고 안에서 백신을 냉장 포장재에 소분하여 담기 때문에 이후 차량 이동 및 백신 제품의 하차 후 기관으로 이동 시에도 전혀 상온 노출의 위험이 없다. 또한, 배송 이후 기관에서 해당 백신을 냉장고로 옮기는 작업 시 상온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포장 단계에서 내부온도를 기록할 수 있는 온도 모니터링 로거(Temperature logger)를 백신 제품과 함께 넣어 배송 전(全) 구간에서의 온도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백신의 사용 여부를 접종 기관에서 배송 즉시 판단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투명한 정보 공유 통한 인식변화 및 불안감 해소
우수한 포장 솔루션과 운송 프로세스가 구축되어 있다고 하여도, 모든 상황에서 백신의 콜드체인을 완벽히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백신이 온도 이탈 시 사용을 못하거나 폐기되는 것은 아니며, 운송 중 온도가 잠시 적정온도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백신의 해당 이탈 온도 및 시간에 대한 안정성 데이터(Stability Data)에 대한 근거가 있다면 제품의 사용이 가능하다. 

WHO(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2012년 ‘허가된 백신의 안전성 자료’를 통해 ‘인플루엔자 4가백신은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정하다’고 밝혔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20년 생산해 유통된 모든 백신을 대상으로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오래 품질을 유지하는지 확인을 위한) 안정성 시험을 진행하였고, 8개 모든 제품이 섭씨 25도의 온도에서 24시간 동안 품질이 유지됨을 확인하였다. (섭씨 37도의 온도에서 8개 중 2개의 제품은 12시간이 지나자 품질에 변화가 일어났다.) 

백신이 상온에 일정 시간 노출될 수 있고, 노출이 되더라도 제품의 품질에는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는 안정성 및 효용성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들의 막연한 백신 접종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없애야 할 것이다

K 방역에 이은, K 백신 콜드체인
현재 다수의 글로벌 및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어려워만 보이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 한국은 43일만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자가 5,000명에 육박해 국가 단위로 세계 2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의 헌신적인 노력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대한민국의 준비된 선진 방역 시스템을 통해 확진자 수를 감소시키는 데 성공하였고, ‘K-방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가 생필품 공급 부족으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한국은 마트에 갈 필요가 없이 전날 저녁에 주문한 신선식품이 익일 새벽에 집 앞으로 배송되는 우수한 유통 시스템으로 전 세계에 부러움을 사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전세계 백신의 50%가 콜드체인 온도 컨트롤 문제로 폐기된다고 전했다. 생산, 제조 및 보관 단계에서 적정온도 유지가 잘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더욱 의료기관 및 병원으로의 운송 중 콜드체인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독감백신 유통 상온 노출 경험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위한 안전한 콜드체인 유통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고, 대한민국의 안전한 백신 콜드체인 유통 시스템이 관련 경험 및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들에게 또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소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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