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기업가치 최소 32조에서 최대 55조까지 초대형 상장
현재 100여개 물류센터 확보…물류 투자로 로켓배송, 풀필먼트 서비스 영역 확대
1조 넘었던 적자는 5천억까지 줄여, 일각에서는 내년 흑자 전환 보고서 나올 것
쿠팡 상장 계기로 국내 유통·물류업계 재평가 필요…“지각변동 일어날 것”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며 상장을 추진해온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상장을 통해 약 10억 달러(약 1.1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며 공모자금은 운전자본, 운영 비용, 투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신고서 속 다양한 숫자와 그 의미를 알아봤다.

배고픈 쿠팡, 물류 투자 확대해 압도적 1위 노린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현재 전국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한국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 11km 안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물류센터 등 물류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이미 지난해에도 음성, 광주, 김천, 제천 등에 첨단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이를 통해 로켓배송 영역을 전국 각지로 넓혀나갈 계획을 실행 중이다. 또한 2019년 사업자를 자진 반납했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재인증받았다. 현재 쿠팡친구(쿠친)을 통해 제공하는 로켓배송과 별개의 택배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화주고객들에게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더불어 쿠팡은 최근 항온·항습 물류센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항온·항습 물류센터는 상품의 부식, 변형 등을 방지하는 창고로 주로 명품 패션잡화 등에 활용된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쿠팡은 가전 및 가구 상품을 전문 설치기사 직접 배송 후 설치하는 ‘로켓설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기존 공산품, 신선식품 외에도 가전, 가구에 이어 명품까지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며 각 품목에 적합한 물류센터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물류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은 직매입을 통한 시장확대뿐만 아니라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서도 시장을 확대했다. 택배 사업자를 재취득한 쿠팡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금액의 일부를 물류에 투자해 쿠팡의 FBA 서비스인 로켓제휴를 확대할 경우 유통·물류기업의 대응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물류센터 확충에 따라 고용인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쿠팡은 신고서에서 2025년까지 5만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쿠팡의 고용인원(국민연금 가입자 수)은 본사 인력과 물류센터 운영법인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를 합쳐 3만 7431명에 이르며 계획대로 추가고용이 이뤄지면 약 10만 명을 고용하게 된다.

쿠팡은 신고서에 “신종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객을 위해 헌신한 것을 인정하는 의미로 일선 직원과 비관리직 직원에게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는 15일 오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에 진행되는 일회성 주식 부여 프로그램을 통해 1인당 약 2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올해 3월 5일 기준 쿠팡과 자회사에 재직 중인 쿠팡친구와 물류센터 상시직 직원, 레벨 1~3의 정규직과 계약직 직원이다. 단 이들 중 주식을 부여받은 적이 있는 직원은 제외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산업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첨단화, 자동화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물류센터, 배송에서 사람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쿠팡이 현재하고 있는 쿠팡친구 정규직 채용, 일용직에 대한 4대 보험, 주휴수당, 야근수당 지급은 인력 공급을 원활하게 해 고객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충성스러운 고객이 적자 축소 ‘1등 공신’
그동안 쿠팡을 부정적인 시선 중 하나가 막대한 적자다. 쿠팡은 지난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해 약 4조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1조 1,2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9년에도 적자 폭을 크게 줄였지만 7,20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이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도 적자는 계속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약 13.3조원으로 2019년 7.2조원에 2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5.80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쿠팡이 흑자에 전환했거나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이커머스 전문가는 “쿠팡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최소 5000억원 수준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며 이를 제외하면 적자가 크게 줄어들었거나 흑자전환도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내년에는 쿠팡이 주주들에게 흑자 보고서를 보여줄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이 같은 상승세의 비결은 고객유치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쿠팡에서 한 개 이상의 제품을 산 사람은 1485만명이며 고객의 분기당 평균구매금액은 약 28만원으로 2018년보다 약 두 배가량 늘었다.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쿠팡의 유료회원 서비스인 ‘로켓와우’ 회원 역시 크게 늘어 470만명이 이용 중이다. 이는 전체 이용객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이커머스 전문가는 “쿠팡은 지난해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시작하는 등 구독경제 모델의 표준으로 통하는 아마존 프라임의 모습과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월 2,900원의 가격 경쟁력과 혜택 확대 등을 통해 가입자 늘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에는 멤버십 서비스의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나…국내 유통·물류시장 시험대 올라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에 나서자 쿠팡의 기업가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4년 알리바바그룹의 블록버스터 데뷔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IPO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쿠팡의 기업가치가 55조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32조 7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쿠팡의 최대 기업가치인 55조원은 약 53조원의 현대차를 뛰어넘는 가치이며 블룸버그가 전망한 33조원 또한 약 34조원의 기아차와 비슷한 가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쿠팡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 유통기업은 물론 물류기업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결제액 기준 1위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약 63조원이며 네이버의 약점으로 지적된 물류 서비스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택배 시장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의 시가총액은 3조 9,579억원이다. 쓱닷컴(SSG.COM)과 롯데ON을 통해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선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각각 4조 9,619억원, 3조 3,664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9년 배달의민족이 약 4조 7500억원에 매각됐으며 최근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의 적정가치가 5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이번 쿠팡 상장으로 국내 유통기업들은 내심 재평가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모든 산업의 핵심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물류산업도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가 등장한 이후 이들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이 모든 고객을 빨아드리고 있다. 이 때문에 혁신, 투자에 뒤처진 유통·물류기업은 인수되거나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쿠팡이 OTT 서비스, 결제 시스템 등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하나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쿠팡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은 물론 유통, 물류기업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으며 인수합병, 서비스 제휴 등 지각변동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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