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 한국경제신문

지긋지긋한 이 시기가 끝이 나면 과연 인류는 팬데믹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앞으로는 팬데믹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고 이전에 깨닫지 못한 많은 것을 깨닫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류는 팬데믹 이전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야망 찬 도전에 몰두하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생명조차 첨단 기술에 의존하면서 100세 시대를 열어가고 있음에 대해 들떠 있었다. 그러나 미세한 바이러스는 인류가 쌓아온 과학기술의 업적들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수익성이나 사업적 가치측면에서 등한시되어 후발 공업국에서 생산된 마스크는 일반인들이 팬데믹에 대한 유일한 방어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마스크 생산을 하찮게 여기던 선진국들에게는 마스크 대란을 불러일으켰다.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조치는 그동안 당연시 여겨져 왔던 모든 것들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언제나 풍족히 공급되었던 물품들은 우리에게 언제나 풍족히 공급될 수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격리조치, 봉쇄조치는 사람들을 강제적 고립과 고독으로 몰고 갔다. 이전의 경제는 풍족한 부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인류는 풍족한 부를 추구하기에 앞서 생명을 중시하는 경제구조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함을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생명경제로의 전환’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의 위기는 자발적 결정에 따른 위기이다.
팬데믹은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인류에게 쓰나미와 같은 영향을 미친다. 한 가지는 공중보건과 관련된 부분이고 다른 한 가지는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다. 공중보건 영역에 대한 쓰나미에 대해서는 해결방안을 알고 있다. 바로 백신과 치료제이다. 그러나 경제 영역에 대한 쓰나미는 해결방안이 명확하지 않다. 그 이유는 금융이나 석유 등과 관련된 자원적 위기가 아니라 인류 스스로 봉쇄와 격리 등을 결정함으로 발생된 실물경제위기이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2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약 20억 명의 인구가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져 경제적 위기를 넘어서 사회적,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팬데믹 초기에 도전적이고 창의적 대응책을 고민하기보다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안정적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초기 안정성을 추구하던 정책들은 더 큰 혼란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전락해 버리는 사태를 유발시키고 말았다. 

이번 팬데믹의 위기는 그동안 세계를 주도해 왔던 미국과 중국의 무기력한 모습이 여실 없이 드러내었고 이는 팬데믹 이후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못하게 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예측하게 만들었다. 또한 팬데믹은 거대 기업의 권력이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해지는 계기를 촉진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기업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됨과 이를 통해 거대 기업은 국가가 강제하는 각종 규제와 세금제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팬데믹을 통한 긍정적인 깨달음...
이번 위기는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유용한 깨달음도 제공해주고 있다. 원격회의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상당수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해도 회사는 돌아간다. 자동차를 덜 쓰고 자전거를 더 많이 애용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돈을 쓰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소비해버리는 것보다 다른 곳에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환경보전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외쳐왔지만 환경을 파괴한 대가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이에 대한 모두의 공감대가 확실하게 형성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두에게 부여된 강제적 휴지기는 우리 삶의 유일무이할 수도 있는 시간을 기존의 고착화 된 습관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생명경제로의 전환...
인류는 인간을 화성에 보내겠다고 엄청난 기술과 금전, 인력지원을 아끼지 않고 투자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에 대해서 그만한 관심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금액의 만분의 일만 팬데믹 초기에 투입을 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패닉 상태에는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의 경제구조는 생명존중이 최우선 시 되어야 한다. 생명이 존중받지 못한 상황 속에서 경제성장이 무슨 소용이며,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생명경제의 가장 중요한 영역은 국가와 가계는 수입의 상당부분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질병에 대비해서 상당부분의 재정을 공중보건 산업에 투자해야 하며, 이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의 질병은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건강에 대한 복지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수준이상 평등하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건강복지는 국가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 안정의 최우선 보호막이다. 

팬데믹은 대부분 사람이 집중화된 곳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는 도시화와 관련된 문제이다. 사람들은 도시로 몰린다.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약 70%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앞으로 닥쳐올 팬데믹에 대해 한계성을 노출시키게 될 것이다. 생명경제 구조에서는 인구의 분산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초거대 도시를 떠나 규모가 작은 도시로 이전을 하도록 해야 하며, 정부의 주요 기능에 대해서도 지방 분산이 필요하다. 소위 최고 수준의 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 분산화가 확대될수록 생명경제 구조는 탄탄해질 것이며, 이는 균형적인 경제구조 확보 측면에서도 매우 필요한 조치이다. 대중들에게 개방된 대형 건물들은 시공방식이나 운영구조 또한 생명을 존중하는 관점에서 기준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건물 내 유입되는 공기에 대한 정화시설은 항균측면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며, 건물에서는 사람들의 체온을 수시로 측정하고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수의 숙박시설 및 기숙사, 연수원 등은 만약의 사태 시 감염격리 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많은 직업들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관심과 처우들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간호사, 미화원, 복지사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환경보존이다. 인류는 자연 재앙 앞에서 무기력하다. 그런데 인류는 자연 재앙을 스스로 초래하고 있고 촉진하고 있다. 자연 재앙은 바로 생명과 직결된다. 단지 현재의 우리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자녀들, 후손에게까지 직결된다. 

생명경제의 가장 핵심은 바로 환경보존과 관련된 영역이다. 결론적으로 생명경제란 팬데믹의 위기로 인해 그 필요성과 수요가 부상하고 있는 영역을 총칭한다. 생명경제란 어떤 방식으로든, 가까이서든 멀리에서든 우리 모두를 더 잘 살게 해주고,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을 임무로 삼는 모든 기업들의 활동영역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생명경제는 다시 말해서 사회정의와 관련된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동안 경제구조는 생존과 경쟁관점의 경제구조였다. 생존하기 위해 경쟁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한 결과에 대한 대가를 현재 우리는 치르고 있다. 이제는 생명경제로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생명경제는 교집합 영역이다. 그리고 그 교집합은 바로 사회정의와 관련된 부분이기도 하다. 생명경제 영역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그리고 정부 또한 생명경제에 대해서는 경제주체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임적 태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실현이 되어가는 큰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생명이 존중 받지 못하는 시대와 사회는 결국 무너지고 만다. 모든 것은 인간이 바로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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