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수석연구원

 ▲ 김종경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수석연구원
 ▲ 김종경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수석연구원

콜드체인은 온도와 시간을 매개로 가치를 창출하는 물류서비스이다. 즉, “온도변화에 민감한 제품(식의약품, 헬스케어, 산업제품, 전기전자 제품 등)을 제품생산 이후부터 최종소비지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품질을 보전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이며 영문으로 Temperaturecontrolled Supply Chain(定溫물류)로 표현된다.

신선식자재 유통서비스 시장이 온·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의 각축장이 되고 국내외 물류시장에서 콜드체인 비중이 지속적 증가하면서 고객과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콜드체인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콜드체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건들은 지금 코로나 백신문제 이전에도 계속 있어 왔다. 2016년에는 조류독감으로 인한 계란수급 사태가 있었고, 의약품의 수급문제는 늘 논의가 되어
왔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콜드체인의 중요성도 커졌다. 초기에는 식품공급망의 문제였고 이제는 코로나 백신,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글로벌 온도관리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백신의 온도관리는 초기 포장부터 주사를 놓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모니터링되어야 하는데 벌써 일부 화이자의 백신이 온도 컨트롤 실패로 전량 회수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앞으로 코로나 백신을 계약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성공적으로 접종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비대면 배송도 급격히 일반화되는 추세
코로나 사태는 물류와 유통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순간적인 물류 공백상태가 발생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바로 적응하고 회복한 상태이다. 다만 검역이나 안전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물류비의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의 물류 방정식과는 많이 다르다. 반면, 이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는 벤쳐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물류의 변화가 ‘달걀’이라면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와 이에 따른 유통의 변화가 ‘닭’이다. 코로나사태 이후 그러지 않아도 급성장 추세이던 온라인 유통은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정체되어오던 오프라인과 중소유통업체, 소매점 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일상용품이나 식재료 등 소소한 제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탓에 category killer 소매점과 편의점 정도만 살아남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전통적인 유통강자들은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온라인전용 유통업체의 전방위 공격을 받고 있다. 덕분에 월마트의 온-오프라인 병행전략(클릭 앤 콜렉트: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주문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구입한 제품을 가져가는 BOPIS(Buy Online, Pick-up in-Store) 서비스)와 같은 신규 서비스의 발굴이나 방대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신선배송 시스템, 자율주행차 무인 배송 등에 대한 준비도 활발해지고 있다. 

“비대면”이라는 생소한 용어도 이젠 익숙할만큼 비대면 배송도 급격히 일반화되었다. 소비자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여들였던 힘이 가격이었으나 이젠 편의와 안전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전통적인 물류와 콜드체인의 가치 비교
코로나 이전의 물류, 혹은 공급망관리는 어떠했는가? 물류의 기본은 제품과 원자재의 원활한 소싱과 total cost의 절감이다. 생산과 판매가 글로벌화됨에 따라 국내외 물류의 통합관리, 소비자 요구에 따라 제품과 원자재를 소싱하고 가능한 한 비용절감으로 수익을 증대하는 산술식이었다. 그런데 코로나사태는 언제든 생산과 판매가 중단되어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주었다. 이로 인해 아래와 같은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 싱글소싱에서 탄력적 공급망으로
- 전략물자 및 방역제품 등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off-shoring에서 reshoring으로 변화
- JIT(Justs-in-time) 재고전략에서 안전재고를 통한 리스크관리

전통적인 물류의 가치인 통합(integration)을 통한 비용 절감과 효율 향상만으로 “콜드체인”을 논의하기 어렵다. 온도와 환경에 민감한 제품을 다루는 특성상, 그리고 제품포장 후 인수받은 순간부터 고객이 설정한 최종소비지 배송까지 온도가 “연결”되어야 하기에 <그림 1>과 같은 기본 기술 및 인프라에 훨씬 복잡하고 세밀한 물류서비스를 요구한다.

콜드체인은 인프라와 기술, 그리고 전문인력(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포장만 하더라도 엑티브 콜드체인(동력에 의한 온도조정이 가능)과 패시브 콜드체인(온도를 수송 및 유통기간 동안 유지)의 기능과 관여하는 비용 및 기술요소가 크게 다르다.

온도관리기술은 제품, 트럭, 물류센터, 창고, 용기 등 모든 요소에 적용되며 언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즉각 대응하고 검증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콜드체인은 온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한다. 제품과 포장에 대한 데이터, 수송환경 데이터, 그리고 가격과 중량/부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포장, 차량, 창고 및 유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통적인 물류와 콜드체인의 가치 비교를 단순화한 모델로 <그림 2>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림은 변동비 대비 부가가치(고정비+이윤) 비중을 공급망 참여자 간 상대적 비교를 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생산자 대비 물류업자의 이윤은 낮고 원재료비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등 변동비 비중이 높다. 대신 유통업자는 이윤은 높은 반면 높은 고정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콜드체인 기업의 경우 변동비와 고정비는 다소 높아지나 이윤이 높아지는 구조이며 이는 최근 e-commerce로 대변되는 유통기업들의 변화와 대동소이하게 된다. 즉, 전체적인 비용구조는 높아지나 이윤 역시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구조이다.


소비자와 기업 가치패턴의 변화가 콜드체인 시장 성장 촉발
<그림 3>은 농가에서(From Farm) 식탁까지(To Fork) 식품콜드체인의 가치구조를 표현한 것이다. 핵심가치는 생산에서 공급망을 통해 소비로 연결되면서 실현되지만 우수농산물관리(Good Agricultural Practice), 우수생산관리(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식품안전관리(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정부 및 민간 유기농 인증 등을 통해 식품콜드체인 공급망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수유통관리(Good Distribution Practice)나 다양한 서비스, 기술 및 마케팅 요소가 추가되어 가치를 더 차별화시킬 수 있다.

IBM은 물류의 벨류체인이 소비자경험과 마케팅, 유통과 연계되어 조직화, 공생적, 컨택스트적, 인지적 특성을 갖는 비즈니스 모델인 E2E(Everyone-to-Everyone) 경제로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하였다. 소비자들은 이제 이미 제작된 제품에서 고르는 수동적 소비에서 원하는 제품을 요구하고 추구하는 능동적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본인들이 소비하는 물류서비스의 가치를 비용과 속도에서 안전과 품질로 재평가하고 있다. 또 기업은 사회, 문화 및 인류학적 변화, 환경문제, 경제성장, 4차산업 활성화, 산업인프라 축적 등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성장을 추구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이런 소비자와 기업 가치패턴의 변화가 콜드체인으로 활성화된 기술과 서비스의 가치를 더 높이고 관련 시장 성장을 촉발할 것이다.


‘설치물류’처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중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온라인 식료품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신선도 확인 불가(63%), 배송도중 변질(38%)이라고 한다. 반면, 유럽과 미국의 식품유통의 경우 냉장/냉동유통이 90%에 이르고 예냉보관이나 저장은 100% 수준이다. 또, 생산된 식품의 원자재 배송보다는 대부분 1, 2차 가공하여 배송하므로 물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문제도 크게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 콜드체인시장규모는 약 15조 원으로 이중 식품이 8조, 바이오 및 의약품이 3조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국내 물류시장규모(약 130조 원)에 비하여 크게 낮은 상태이며 역설적으로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콜드체인은 기본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기본 인프라에는 물적 인프라 뿐만 아니라 표준, 인증, 교육 등 소프트 인프라도 중요하다. 최근 일본 정부는 소량보냉배송 국제표준인 ISO 23412을 야마토운수, 일본표준협회 주도로 개발하고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 표준의 내용은 야마토운수의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하는 수송네트워크, 작업 지시서, 서비스 점검과 개선, 직원 교육 등으로 인증모델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콜드체인분야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활동하고 있으나 일부 연구기관과 기업의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의 중장기 성장전략 하에 관련 표준을 개발하고 인증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콜드체인은 사전에 충분히 교육받고 지식을 갖춘 인력이 제공하는 고품위 물류서비스 및 프로세스이다. 문서 작성부터 창고나 통관 등 정확한 콜드체인 물류활동에는 우수한 코디네이션이 필요하다. 콜드체인물류를 비교하자면 설치물류(냉장고, TV 등을 배송하면서 설치서비스까지 진행)와 비교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최근 전자기기들이 스마트화되면서 설치물류는 단순 전자제품 배송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어려울 수 있는 사용법을 설명하고 제품에 대한 사용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기존 물류에 부가서비스를 연결하여 제품 만족도와 부가가치를 높이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인력양성과 기술정보 제공 등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콜드체인시장 성장을 위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어느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콜드체인 물류의 역사를 아시나요?

콜드체인을 물류 용도로 상업적으로 사용한 것은 1851년 영국의 Dr.John Gorrie가 에어컨디셔닝 시스템 및 냉장장치를 발명하면서이다.

1867년에 미국에서 최초로 냉장차량을 발명되었다. 1888년 플로리다 오렌지가 처음 뉴욕시장에 진출하고, 이어서 자메이카 바나나 23,000주가 영국에 도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냉각팬이 달린 차량은 1949년 미국의 Fred Jones에 의해서이며 1950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의약품 수송에 콜드체인을 적용하기 시작했으니 실질적인 콜드체인 물류의 역사는 70년 정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Dr.John Gorrie가 개발한 오리지널 제빙기 모델(사진: 플로리다 대학교 고리 박물관)
 ▲냉각팬이 달린 차량을 개발한 Fred Jones(사진: Minnesota Historical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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