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정 ‘논의 중’으로만 일관해, 분류작업 정의조차 못 내려

지난해 택배현장의 잇단 사망사고가 사상 초유에 이르면서 현 택배운영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택배기업들과 현장 택배기사들 간 노·사 주도권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 이에 대한 택배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노사 간 초유의 기 싸움에도 불구, 정부의 조정력은 무능에 가까워 뾰족한 결과물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연말연시를 맞아 폭증하는 택배물량에 더해 조만간 닥칠 2021년 첫 번째 최대 택배 성수기에 쏟아질 구정 설 택배서비스 파행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잇단 택배근로자들의 사망사고로 불거진 택배현장의 노동환경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이 노사 간 기 싸움으로 파국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번에는 택배현장 근로자들의 문제 제기에 그 동안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택배기업들과 택배기업들이 소속된 한국통합물류협회까지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당분간 노사 간 주도권 쟁탈전은 최종 소비자들의 피해로 나타날 전망이다. 양측의 엇갈린 논쟁의 이슈는 무엇인지,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점검해 봤다.

 

 ◆노사가 해석하는 택배 분류작업 정의, ‘달라도 너무 달라’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강력한 사회적 접촉을 규제하면서 급증한 택배물동량에 따라 택배 현장의 노동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만 전년대비 물량이 50% 이상 증가, 택배현장의 근로환경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좀처럼 일선 택배현장의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와 더불어 중간 조정자인 정부는 지난해 말 택배산업의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을 통해 다양한 택배노동환경 개선 노력에 나서왔다. 특히 노사정 합의기구와 별개로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과 롯데택배, 로젠택배등은 일선 택배현장의 근로상황 개선을 위해 별도의 분류인력을 점진적으로 늘리며, 다양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예상처럼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택배현장에서 느끼는 노동환경 개선효과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 현장의 추가 인력투입의 경우 건설업과 여타 산업에서 처럼 육체적 어려움에 따른 구인이 여타 서비스 산업에서 처럼 쉽지 않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인접촉 우려까지 더해 적정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택배 과로사대책위는 “애초 약속한 분류인력에 대한 노사 합의에도 불구, 인력 투입 약속을 기업들이 지키지 않고 있다”며 “모든 책임을 택배기업과 이를 조정하고 있는 정부까지 무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결국 택배산업의 사회적 합의기구 파국에 원인은 택배현장의 원활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과 더불어 노사 간 논쟁의 쟁점이 되고 있는 분류작업의 정의에 대한 양측의 줄 다리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1차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에서 택배분류작업이 택배기업의 업무로 합의했는데,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내 택배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는 “분류작업에 대해 ‘법률적으로 정리’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을 뿐 합의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합의내용을 파기했다는 노조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택배현장의 근로환경 개선이 급한 상황에도, 택배기업들과 일선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에 대한 동상이몽은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 과감한 택배정책 대안 마련 통해 노사 간 이견 좁혀야

택배기업과 일선 택배기사들 간 동상이몽이 절정에 달하면서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들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택배기업들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따라 현장의 노동환경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동료들의 죽음을 더 이상 바라만 볼 수만은 없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과로사 대책위의 합의 주장과 택배기업들의 주장에 정부 무능한 조정력이 계속 될 경우 연 초 급증하는 택배서비스 파행은 물론 조만간 다가올 구정 설 성수기에 따른 택배대란은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결국 노사 간의 기득권 싸움과 일체의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관계자들 덕분에 급증하는 택배서비스는 파행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택배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택배노조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선언에 더 이상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서비스 파행으로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이어왔지만, 노조가 만약 배송거부에 나설 경우 택배기업들 역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주장을 밝혔다. 이처럼 노사 간 쟁점이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 역시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택배서비스를 관할하는 국토부 코로나19 생활물류 긴급대응반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재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며, 대외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안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택배현장에서 논란이 된 분류작업 이슈가 나온 지 이미 한참 지났고, 이에 따른 잇단 사망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관련 내용을 논의만 하고 있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 하겠냐”며 “정부가 지금처럼 대안을 내 놓지 못하고, 논의만 길어지면 결국 최종 피해자는 택배를 이용하는 전 국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관계자는 “현 노사 간 이견차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구는 정부뿐인데, 보다 과감한 대안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택배기업들과 택배기사들 간 주도권의 핵심 쟁점인 분류작업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면 향후 택배시장은 육상운송시장의 물류대란 위협과 같이 언제든 고객을 빌미로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이고도 과감한 조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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