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물류의 편리함 이면에는 그들의 ‘희생’이

희생 1.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과로사
2020년 하반기, 택배기사들이 전례 없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주목의 출발점은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택배기사들의 과로로 인한 사망이 잇따르자 사회 전반적으로 택배기사들의 근로환경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세를 보이기 시작한 올 2월, 대한민국은 바뀌기 시작했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상적인 외부활동이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상품을 결제하기 시작했고 코로나의 기세가 더욱 강해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해졌다. 다행히 새벽배송, 당일배송. 심지어 몇 시간 내 배송 등 다양한 총알배송 서비스들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이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하지 않더라도 편리하게 구매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들의 수명을 녹여가며 방대한 양의 택배박스를 감당해내는 택배기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2020년, 한 해 동안만 과로사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기사의 숫자는 10명. 이들은 모두 아침 꼭두새벽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된 업무에 시달리다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주 52시간, 주 5일제와 같은 이야기는 이들에게 먼나라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들의 과도한 업무량은 조사를 통한 수치를 통해서도 나타나는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택배기사의 절반 가까운 42%가 택배물량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얼마나 될까? 놀랍지만 30분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올해 들어 택배기사들의 처우에 관한 관심이 이전에 비해 높아지면서 역사상 최초로 8월 14일을 ‘택배없는 날’로 지정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그간 택배기사들은 과로의 감옥에 갇혀있었다.

이렇듯 올 하반기 들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이어지자 국내를 대표하는 택배 3사는 연달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새벽 시간대 배송을 금지하거나, 분류를 전담으로 담당하는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됐지만 이들 대책에 따른 구체적인 시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코로나의 3차 유행 및 연말 시즌까지 겹치면서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는 우리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다시 높아지고 있다.

희생 2. 코로나에 노출된 물류산업 일꾼들
2020년, 그 어느 때보다 중요도가 높아진 ‘물류’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은 비단 택배기사들 뿐만이 아니다. 물류센터에서 몰려드는 택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날마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물류산업의 일꾼들 역시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희생하며 싸워왔다.

지난 수년간 국내택배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올 3분기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5% 이상 증가했다. 이와 같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택배 물동량이 급격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늘어난 물동량을 제한된 시간에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력이 물류센터에 투입됐고 이는 자연히 코로나 감염 위험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됐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2차 확산이 발생했는데 이 불똥이 수도권 지역의 물류센터에 튀었다. 당시 수도권을 관할하는 쿠팡 물류센터와 롯데택배 송파 물류센터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물류센터 내 방역 지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와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물류센터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야 했다. 지난 5월 말, 사무직원 1명이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돼 일시 폐쇄됐던 쿠팡 고양물류센터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다음 달 중순에 방역 등 후속조치 후 빠르게 재가동을 시작했다. 쿠팡과 함께 확진자가 발생했던 마켓컬리 역시 빠른 방역조치 후 물류센터를 정상가동했다. 비정형 화물에 대한 택배 기업인 대신정기화물택배 역시 확진자 격리 조치 기간이 지나자 운영을 곧바로 정상화하는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빠른 방역 조치 후 곧바로 정상 가동에 돌입했다.

코로나로 인해 한 차례 큰 홍역을 앓았음에도 업체들이 발 빠르게 물류센터의 정상운영에 나선 배경은 간단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온라인 거래가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택배 물량도 그에 비례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쿠팡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구매패턴에 정착에 따라 주문량이 코로나 확산 이전과 비교해 약 100만 건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마켓컬리 역시 최근에는 하루 기준 5만 건이 넘는 주문량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위협을 줄이기 위해 택배서비스를 선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쏟아지는 택배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코로나로부터의 위험을 무릅쓰고 업무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현재 코로나19는 지난 5월 당시의 2차 확산보다도 더 거대하고 무서운 기세로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 위협은 물류센터의 노동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잠시 피해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물류센터에서 고군분투하며 희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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