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택배 이용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요즘, 택배는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면서 택배 차량을 발견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택배 기사님과 마주치는 일은 저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택배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수록,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컴플레인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택배기사님께 불만을 느끼셨던 상황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혹시 그렇다면 그 때 택배기사님은 어떤 상황이셨는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래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의 입장이 아닌 택배기사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 첫 번째 사례는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을 택배기사님의 엘리베이터 사용과 관련한 고객 A씨의 사례입니다. 아파트에 사는 A씨는 퇴근 후 쉬고 싶고 가족들을 보고 싶은데 집에 빨리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파트 배송 시, 택배기사가 카트를 끌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후 한 층 한 층 타고 내려오면서 차례로 배달을 하다 보니 오래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A씨가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하나밖에 없고 노후화되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오는 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는 화가 난 나머지 택배기사에게 ‘시간이 금인데 엘리베이터를 잡고 물건을 배송하면 어떡하냐’는 컴플레인을 하였습니다. 택배기사님은 주민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셨지만 사실 기사님 역시 택배 물량이 너무 많다보니 층마다 엘리베이터를 잡지 않으면 시간 내 물량을 처리하기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이렇듯 택배 이용자들이 하루에 배달해야 하는 물건의 양이 정해져 있는 택배기사님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해 많은 컴플레인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택배기사님의 고충을 잘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고객들의 컴플레인은 엘리베이터 사용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비대면 배송이 활성화되면서 집 앞에 놓아둔 택배 물품 분실 혹은 훼손과 컴플레인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컴플레인들 중 일부는 고객님들의 부주의나 오해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택배기사님들이 많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음 사례 역시 택배 기사님이 택배 물품을 분실했다는 오해로 생긴 컴플레인을 건 고객 B씨의 사례입니다.

# 고객 B씨는 택배기사에게 문 앞에 택배를 놓고 가달라고 했는데 돌아와보니 택배가 없어져 ‘내 택배가 분실되었으니 당장 찾아내라, 변상해라’라고 전화했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받고 택배기사님이 바로 돌아와 모든 층을 살펴보고 cctv를 보았음에도 택배 물품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택배기사님은 확인 차 가족분들 중 가져간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하였으나 고객 B씨는 택배기사가 자신의 가족을 의심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여 택배기사에게 크게 화를 냈습니다. 이후 택배기사님은 끝내 택배 물품을 찾지 못하여서 경찰서에 신고 접수를 하였으나 그 직후 고객 B는 누나가 가져갔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해 기사님께 ‘누나가 가져갔대요.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고객 B씨는 그저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각하고 단순한 자신의 오해 정도로 생각하였지만 택배기사님은 고객 B의 전화를 받고 곧장 하던 업무를 중단하여야 했고 그로 인해 그 날의 모든 배송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였습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들은 모두 고객 분들이 택배기사님의 기사님들이 처하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컴플레인을 한 사례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택배기사님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불편함만을 생각해서 무심코 건 컴플레인이 택배기사님의 업무에 큰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택배기사님께 정신적인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택배기사님들은 어떤 것을 가장 큰 고충으로 호소하고 있으실까요?

택배기사들의 가장 큰 고충은?
#갑질(or #배려_없는_행동) #반말 #새벽연락 #비 #일방적_의사소통
택배기사님이 선정한 가장 큰 고충은 바로 고객의 ‘갑질(or 배려 없는 행동)’입니다. 육체적 노동 강도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택배기사님들은 정신적인 고충이 더 크다고 하십니다. 휴식시간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업무환경보다 정신적인 고충이 더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택배기사님들은 택배를 고객에게 안전하게 전달하는 업무 이외에도 ‘고객관리’라는 업무를 수행하고 계십니다. 보통 고객은 자신의 택배를 배송해주는 택배기사님께 직접 전화를 하여 문의나 컴플레인을 합니다. 하지만 택배기사님이 업무관련 전화를 받을 때, ‘반말’을 사용하는 고객은 너무 당연할 정도로 많은 현실입니다. 심지어 새벽에 전화하여 거친 언행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편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무환경 상, 기사님들은 ‘비’오는 날을 가장 힘들어 하십니다. 날씨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비오는 날 배송 시간지연 등으로 인해 컴플레인이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또 주택의 경우, 비오는 날 마땅히 둘 곳이 없어 고객에게 통화를 시도합니다. 통화가 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통화에 실패하면 가장 비를 덜 맞는 곳에 택배를 두고 다음 배송지로 향하게 됩니다. 야외에 둔 택배를 수취한 고객 중, ‘비에 젖었으니 변상해라’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때, 변상은 택배기사님의 사비로 하게 됩니다.

이처럼 택배기사님은 고객관리라는 업무 중, 감정노동을 동시에 수행하게 됩니다. 감정노동자는 ‘상대방인 소비자가 친절함과 보살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동자의 외모와 표정을 관리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압하거나 실제 감정과 다른(조직이 요구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노동’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택배기사님은 반말이나 거친 언행 혹은 부당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 채 응대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개인사업자이다 보니 응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회사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도 미비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감정노동 원인 분석 설문 중 ‘고객 응대를 하면서 과다하고 부당한 요구로 스트레스가 심하다’라고 응답한 감정노동자는 전체의 3분의 2였습니다. 또 응답자의 50%는 ‘감정노동으로 인한 마음의 손상이 크며, 감정이 회복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출처 : 고대 정신이학과 윤호경 교수팀(2019년 3월), ‘회복탄력성이 감정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상호작용’) 앞서 언급했듯이 택배기사님은 육제적인 노동과 감정노동을 동시에 수행하십니다. 감정노동자의 44%가 우울감을 느낄 정도로 감정노동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기사님이 업무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가족과 동료들입니다. 업무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까 하더라도 가족이 아른거려서 다시 힘을 얻고 업무를 지속합니다. 또 힘들 때, 함께 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 같은 동료들이 있기에 힘을 냅니다. 각자의 업무라 동료애가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취재현장에서 본 택배기사님들은 끈끈한 동료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택배를 전해주시는 택배기사님은 한 가정의 아빠이자 엄마 그리고 삼촌이자 아들이기도 합니다. 동등한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고 비오는 날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라면 사전 연락을 통해 의사전달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배려가 택배기사님의 업무 중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글, 정지은(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부 졸업), 윤예나(건국대학교 4학년 국제무역학과), 이수지(서울여자대학교 4학년 경영학과)

택배 기사의 온&오프

택배기사 “ON” : 서울 동남권물류단지에 위치한 대리점에서는 ‘버티자!’라는 말이 인사다. 아침 6시에 출근해 동료들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보다 ‘버티자!’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넨다. 분류작업 후, 반품송장을 나누어 가진다. 그후, 분류한 택배의 송장을 스캐너로 스캔하며 트럭에 싣는다. 동시에 각 택배마다 마카로 주소를 보기 편하게 크게 적는다. 상차를 할 때는 택배의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가장 먼저 갈 곳을 가장 늦게 적재한다. 상차가 끝나면 배송을 시작한다. 배송업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차량의 라디오는 계속해서 ON상태이다. 시간을 볼 시간도 없다 보니, 라디오를 통해 시간을 짐작한다고 한다. 오늘은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 가을 날씨라 일하기 좋은 날씨였다. 배송 시, 택배기사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에 택배기사와 동승한 주민 중,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택배기사는 수레바퀴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을 많이 받아 사비로 무소음 바퀴를 달기도 했다. 또 택배기사가 한 번에 엘리베이터를 여러 층 누르고 사용하는 것을 주민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여러 번 탔다 내렸다 한다. 계단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수레가 있기 때문에 계단으로 통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그래서 3개를 배송함에도 불구하고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한편 단지 내에 택배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는 TV속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았으나 실제로 단지 밖에 정차를 하고 배송하는 곳이 다수 존재했다.
택배 수취 방식이 문 앞 보관과 같이 직접 수령이 아닌 경우, 택배기사는 배달완료 한 사진을 찍는다. 이는 물품 분실이나 포장 훼손이 발생할 경우, 택배기사의 과실이 아닌 배달 후 이루어 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이후 고객에게 배송완료 메시지를 발송한다. 배송을 할 때, 신선식품과 더불어 특히 신경 쓰는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출산용품이다. 다른 것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최대한 조심히, 당일배송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배송 시, 블루투스 이어폰은 택배기사와 한 몸이다. 배송업무 중에도 계속해서 고객들에게 전화가 온다. 택배가 언제 오는 지, 반품 할 물건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문의하기 위해서다. 숨을 몰아쉬며 땀을 흠뻑 흘림에도 택배기사는 배송업무를 하는 동시에 쉴 틈 없이 고객과 전화한다. 하지만 정작 택배기사는 자신의 식사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하루에 배송해야 하는 물량이 있다 보니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끔 빵이나 가족이 싸준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대체한다. 또 시간이 생명인 택배기사에게 화장실은 최대한 미루는 것 중 하나이다. 화장실을 갈 경우, 배송권역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배송이 끝나면 거래처에 방문하여 택배를 수거한다. 택배를 수거하는 업무 이외에도 포장과 같은 거래처의 일을 돕기도 한다. 트럭을 가득 채우고 나면 다시 센터로 복귀하여 하차작업을 진행한다. 하차작업은 보통 혼자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 하차를 한 후, 다른 거래처에 방문하여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모든 업무가 끝나고 센터로 복귀한 후, 업무를 마치면 대략 저녁 7-8시이다. 몸은 힘들지만,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벌 수 있다는 것에서 기쁨을 얻는다.

택배기사 “OFF” :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아내가 반겨준다. 사실 업무 중에도 아내와 짧게 전화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5살, 7살 아이들이다 보니 퇴근 후 잘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한다. 하지만 휴일 오후가 되면, 평일에 놀아주지 못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보통 아이들과 공원 나들이 가거나 마트에 장을 보러간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신다. 모두가 그러겠지만, 가족에서 힘을 얻는 모습이 보였다. 기사님께 작은 바람이 있다면, 택배 수수료가 200원만 더 올라서 기존 물량의 3/4만 처리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하셨다. 삶의 원동력이 가족이시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을 소망하시는 것 같다. 한편 아이들은 아빠를 보기 위해 저녁을 기다렸다가 아빠와 함께 놀기도 한다. 퇴근 후, 가족들이 반겨주는 집은 따뜻해 보인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아빠를 ‘택배기사’로 생각한다. 기사님은 그것이 좋다고 하신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택배기사라는 직업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고맙고 다행이라고 느낀다.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사랑해’와 같은 애정표현도 자주 하신다. 사랑이 넘치는 이 가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그는 한 가정의 아빠이자 남편이자 택배기사이다.
글. 정지은(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부 졸업), 김종현(중앙대학교 3학년 국제물류학과)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