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화 통한 운영비용 최적화 노사 뼈 깎는 숨은 노력 있어

매년 지속적인 소비자 물가상승에도 불구, 지난 30여 년 동안 줄 곳 가격을 인하해 온 업종이 있다. 성장만 거듭해온 대한민국 택배산업은 가격부문에서만 유독 지난 30여 년간 인상률을 거꾸로 유지, 여타 업종의 인상률과 비교해 지금의 가격을 어떻게 유지해 올 수 있었는지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오직 고객 편의성만을 우선해 뼈를 깎는 운영 합리화에 총력을 기울여 온 택배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가격을 인하하며, 어떤 방법으로 지금의 경쟁력을 이뤄냈을까?

표면상으론 택배기업들과 택배영업소들 간의 치열한 시장경쟁이 주 원인이지만, 이 때문에 일선 배송기사들의 노동력에 비해 책정된 택배비가 낮았고, 육상운송시장처럼 파업 혹은 운송거부 등의 운임 인상요구에 나선 노동단체도 없었던 덕분이다.

여기다 택배 기업들은 치열한 생존을 위해 운영합리화와 뼈를 깎는 비용절감 노력과 더해 대형화 및 최적화 솔루션 찾기 위한 꾸준한 대단위 투자도 택배가격 하향화에 대표적 원인들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택배가격을 낮추는데 기여해 온 일선 택배근로자들의 노고와 택배기업들의 쏟은 열정. 그리고 한계점에 도달한 택배가격 점검을 통해 택배현장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봤다.

 ◆생존경쟁이 부른 가격인하, 끝없는 택배기업들의 ‘운영 합리화’도 한 몫

30여 년 지속적으로 가격을 낮춰 온 택배시장은 급기야 코로나19와 맞물려 폭증하는 물동량에 따라 그 동안 감춰왔던 부작용들을 속속 들어내고 있다. 2~3km 배송거리에 불구, 치킨 한 마리의 배달가격은 4천원. 이처럼 2020년 이륜차를 이용한 식음료 배달은 배송시간 20여분에 거리 5Km 내외의 지역을 포인트(음식점) 투 포인트(최종 소비자) 형태로 중간에 별도의 과정 없이 단순 배달서비스 제공에도 4천원 가량을 지불한다.

반면 여전히 2020년 평균 택배가격은 2,500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물론 1996년 택배가 전국망을 갖추고 대규모 터미널을 마련함과 동시에 IT시스템을 접목해 첫 서비스를 제공할 당시 보통의 택배 평균가격은 4,155원에 달했다. 지금 가격으로 치면 6천원을 훌쩍 넘을 가격일 터다.

하지만 초창기 서비스 가격은 그 다음해 4,733원으로 오른 이후 매년 하락해 2000년 들어 3,654원까지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인다. 당시 폭발적인 물량증가를 보이면서 택배 1개당 평균가격은 2005년 들어 3천 원대를 밑으로 내려가 급기야 2,961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 지난 2018년 2,229원으로 최저점을 지난 뒤 2019년 2,269원으로 소폭 인상됐다.

이처럼 기묘한 택배가격의 하향세는 급기야 2020년 현재 택배현장에서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끊이지 않는 배송현장에서의 사망과 터미널 분류작업에서의 인사사고 등 사회문제로 까지 확산되고 대통령까지 우려를 피력하는 핫한 문제가 됐다.

문제는 서비스 최적화을 위해 꽁꽁 눌러온 싸구려 택배가격이 임계점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는 지금의 택배가격에 만족하고 있을까? 현재 이륜차를 통한 식음료 배달료가 4천원 안팎에 형성되어 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현재의 평균가격에서 30% 가량은 인상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사실 30여 년 가까이 택배가격 하향세의 근본 원인은 2000년 이후 우후죽순 신규 시장에 진입한 다양한 택배기업들의 무한 시장경쟁 때문이다. 여기다 직영운영체제 없이 배송 네트워크를 별도의 프렌차이즈로 구성하다보니 일선 영업소 역시 택배가격을 낮춰 뺏고 뺏기는 시장으로 전락시켰다.

그 결과 대한민국 유통시장의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은 싸고 편리한 택배 덕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고, 일반 소비자들 역시 어디서도 누리지 못한 저렴하고 편리한 생활물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도움 하나 없이 말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기득하기 까지 한 업종이 바로 택배산업이다.

한편 택배기업들은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내 몰려 셀 수도 없는 기업들이 도산과 인수합병에 내몰렸다. 수많은 대기업 산하 택배기업들조차도 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고 퇴출, 여기 소속된 일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는 몸살을 겪었으며, 이런 지옥의 경쟁에서 생존한 택배기업들은 프로선수 중에 최고 선수들로 남게 됐다.

무한 경쟁을 30여 년 거친 덕분에 지금의 가격경쟁력과 서비스 체계 모두를 갖춘 셈이지만, 이런 무모한 경쟁은 결국 지금 택배산업에게 보이지 않는 내상을 입혔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서서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노동환경 개선이 '정답' 아니야, 가격 인상만이 문제 풀 수 있어

일찍부터 택배서비스를 선보인 일본의 경우 지난해 개당 택배가격을 7천원 가량으로 인상과 동시에 평균 시급도 2만원(한화)까지 올렸다. 이는 택배현장 최 일선에서 배송 인력구하기가 싼 택배가격에서 얻는 임금으론 불가능했기 때문. 국내 상황과 유사한 형국이다.

미국과 유럽 역시 택배가격은 7천원~1만원 내외 가격대를 갖고 있다. 반면 성장세를 이어온 것을 제외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한 국내 택배기업들은 뾰족한 실익 없이 외형 성장과 천문학적 투자비용만 쏟으며 정책적, 재무적 도움 없이 바보처럼 시장경쟁을 이어왔다. 이렇게 최종 시장을 선점하긴 했지만, 택배사업을 통해 큰 수익을 얻지 못한 ‘빚 좋은 개살구’ 꼴이다.

이 때문에 내 택배산업은 현대아산그룹(현대택배), 신세계그룹(세덱스택배), 동원그룹(동원택배), KG그룹(KG택배) 등의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조차 택배사업에서 백기를 들고 사업을 포기 했다.

한편 코로나19에 따라 폭증하는 물량을 적기 배송하기 위한 택배기업들의 노력은 점차 한계를 맞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택배근로자들의 하루 배송물량은 150여개 안팎이었지만, 최근 신선 식자재 새벽배송,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택배시스템 자동화와 효율화로 배송물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택배물량이 증가하면서 화물을 분류하는 택배 허브센터 하드웨어는 포화상태를 맞고 있다. 일선 배송 인력구인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당장 물량은 폭증하는데 반해 이를 배송할 근로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1인당 배송 물량은 과도한 노동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으로 귀결되고 있다.

현재의 택배시장의 파국은 결국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택배산업 스스로 지난 30여 년 꽁꽁 묶어 논 값싼 택배가격이 주원인이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현재의 저가 택배가격은 택배기업과 영업소 등이 스스로 만든 족쇄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택배기업, 최종 택배서비스 수혜를 받고 있는 유통업계와 소비자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라며 “단순하게 근로시간을 줄이고, 분류인력을 추가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닌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해결 방안을 찾을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제 택배기업들의 투자여력도 한계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손 놓고 혜택만 누렸던 정부가 이제라도 시장에 적극 참여해 단순 노동 감축카드와 택배기업들의 양보만을 강요하지 말고, 택배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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