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코로나 대응에 역할 해낸 물류센터들…확진자 발생하자 ‘코로나 온상’

잠잠해 질듯하던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난 5월 초,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또다시 집단감염으로 나타나면서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중요성에도 불구, 이태원 클럽의 비정상적인 운영에 대한 비판이 이는 이유다.

문제는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 확산 후 수도권을 관할하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 발생 후 최근에는 롯데택배 송파 물류센터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물류서비스 현장에서도 연이어 환자들이 발생하자  물류산업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달 23일 이후 다양한 뉴스 채널이나 인터넷 언론을 막론하고 물류거점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몇몇 매체에서는 물류센터를 ‘코로나 재확산의 주범’ 혹은 ‘코로나의 온상’ 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물론 확진자 발생에도 불구하고 대처에 미흡했던 쿠팡의 조치가 물류센터 발 코로나 확산을 키운 주원인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전체 물류센터를 마치 코로나19의 온상으로까지 매도하는 것은 산업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시설과 산업에 대한 비난이란 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속 고군분투한 물류센터

한 외신은 이번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두고 '코로나19가 한국 이커머스의 심장을 공격했다'고 표현했다. 다시 말하면 물류센터가 곧 이커머스의 심장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럼 전자상거래를 의미하는 이커머스는 무엇인가? 그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의 구매가 어려워 생필품의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수퍼맨처럼 국민들의 삶을 지탱해 준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이커머스였다. 그리고 이 이커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물류센터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초부터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국내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소비자들은 비대면 구매라는 안전한 경로의 구매패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는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고 이를 통해 사회적 집단감염의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실제,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물류센터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방송인 CNBC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혁신기업 50(CNBC Disruptor 50)’을 선정했는데 그 중 국내 기업으로서는 쿠팡이 유일하게 2위에 오른 것이다. CNBC 측은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주문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온라인 쇼핑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쿠팡은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더 개선된 서비스를 개선하는 혁신을 보여줬다”고 쿠팡의 선정 이유를 밝혔다. CNBC가 밝힌 쿠팡의 선정 이유 안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에 중심에 선 물류센터의 역할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공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구매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물류센터임에도 불구,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물류센터를 전염병의 온상지처럼 손가락질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에도, 물류센터는 오늘도 24시간 바뻐

물류센터는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사무직원 1명이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돼 일시 폐쇄됐던 쿠팡 고양물류센터는 이달 12일, 방역 등 후속조치 후 재가동을 시작했다. 쿠팡과 함께 확진자가 발생했던 마켓컬리 역시 빠른 방역조치 후 물류센터를 정상운영하고 있다. 비정형 화물에 대한 택배 기업인 대신정기화물 택배 역시 확진자 격리 조치 기간이 지나자 운영을 곧바로 정상화하는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빠른 방역 조치 후 곧바로 정상 가동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한 차례 큰 홍역을 앓았음에도 업체들이 발빠르게 물류센터의 정상운영에 나선 배경은 간단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온라인 거래가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택배 물량도 그에 비례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쿠팡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구매패턴에 정착에 따라 주문량이 코로나 확산 이전과 비교해 약 100만 건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마켓컬리 역시 최근에는 하루 기준 5만 건이 넘는 주문량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위협을 줄이기 위해 택배서비스를 선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쏟아지는 택배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물류센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물류센터 최적화된 ‘실질적’ 방역지침 마련해야

많은 이들이 물류센터 코로나 집단감염의 주원인으로 센터 내 방역지침을 지적한다. 현장에서 실제 근무했던 근로자에 따르면 센터 내에서의 근로자 간 거리두기는 물론 기본적인 마스크 착용 등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사 시에도 좁은 간격으로 여러 명이 붙어 앉아 감염의 위험성을 증폭시킨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에서 강조한 기본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점은 쿠팡 측의 관리소홀임에 분명하며, 추후 시정되어야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은 지난달 23일이다. 기상청의 자료를 기준으로 5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부천 지역의 낮 기온은 20도에서 최대 26도까지 올랐다.

특히 해당 기간에는 비가 오는 날이 많아 밀폐되고, 습도를 동반한 갑작스런 고온으로 체감온도는 더욱 높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 센터 내에서 실제 물류업무를 처리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더욱 높은 체감온도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10시간 이상의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물류센터 내 근로자들에게 단 한 순간도 마스크와 장갑 등 방역 도구를 벗어서는 안 된다고 강제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것일까?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물류업계 관계자는 “센터 내에서 업무 중 지속해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며 “물류센터에 최적화 되고, 실질적인 별도의 방역지침이 마련되어야 물류센터가 코로나 재확산의 주범으로 손가락질받는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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