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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역사의 쓸모
최태성 / 다산 북스
김태완 | news@klnews.co.kr   2019년 09월 16일 (월) 10:16:16

   
 
   
 
왜 지나간 역사를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 또한 그랬으니까… 최태성 작가의 ‘역사의 쓸모’는 필자의 무지를 완전히 깨뜨려 버렸다. 특히 현재와 같은 혼란스럽고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해 버리기 너무나 쉬운 이 시대에 있어서 역사는 우리의 존재성에 대해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주춧돌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 일제치하의 근대사를 암기를 할 때 왜 그리 많은 조직, 단체, 인물들의 쉼 없는 활동들을 해서 우리를 괴롭게 하는지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토록 외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 만큼 우리의 조상들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남겨 주기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지금 대한민국이란 국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역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과 진솔한 만남이라는 것을… 이것이 역사를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라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예센은 이제 전 세계가 정보화 사회를 넘어 꿈과 이야기 등의 감성요소가 부각되는 ‘드림소사이어티’로 나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비즈니스 상에서 생산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은 상향평준화로 인해 더 이상 경쟁적 요소가 될 수 없을 것이며, 대신 상품과 서비스에 내제된 스토리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기 정체성에 기반 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체성에 기반한 자기만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역사로부터 기인한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이고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서 쓸모없다고 버려진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만들어 준 이야기인 ‘단군신화’는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또 삼국유사의 많은 내용들은 지역사회의 이야기뿐 아니라 국가 외교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김부식은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이를 무시했지만 사실은 가치가 없던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못 알아본 것이다. 생애 상당부분을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은 가장 많은 저서를 남긴 인물이다. 당시의 관점으로 보면 참으로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노력으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정약용은 끊임없이 기록을 남겼다. 정약용은 자신의 생각을 남기지 않는다면 후세에 자신은 형조에 남아있는 몇 줄의 죄목으로만 남겨진 역사의 죄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의 생각을 글로 남겨 후세에 자신이 평가받기를 원했다. 그의 부질없이 보였던 행위가 역사에서 그를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학자로 기록하고 있다.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가장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배경에 대해 많은 주장이 있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는 비전의 공유이다.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 선덕여왕은 나라의 힘을 결집시키기 위해 황룡사9층 목탑을 건설한다. 그리고 목탑을 층층마다 신라를 괴롭히던 주변국들의 이름들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이들 나라들을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고 이를 모든 백성들과 공유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편견과 관례의 타파였다. 삼국통일의 최고 수훈자는 김춘추와 김유신이다. 김춘추는 몰락한 가문의 자제이고 김유신은 한때 신라의 적국이었던 가야인이었다. 당시 골품제가 신분제의 주류였던 신라에서 이들의 등용은 파격적이었으며, 관례를 따지자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과감한 이들의 등용은 신라를 삼국통일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전의 공유와 편견 없는 인재 등용은 현 시대에도 모든 분야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신라는 열악하고 불리한 상황에서 가장 국력이 약한 나라였다. 그러나 그들이 삼국을 통일했다. 역사는 사건의 반복이다. 지금의 사건이 그 당시에도 발생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이것을 공부한다는 것은 뜬구름을 잡는 것이 아닌 실제로의 체험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3장. 한 번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부와 권력 그리고 뛰어난 머리를 지닌 법관이었던 박상진은 일제의 모든 회유를 외면하고 독립운동가의 길로 나선다. 박상진의 꿈은 그냥 법관이 아니라 공정하고 올바른 재판을 통해 사회적 정의를 구현에 대한 책임을 갖는 법관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제의 편에 섰을 경우 그러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법관의 꿈을 포기한다. 그리고 쌀가게를 열고 조선국권회복단, 대한광복회를 조직하여 무력항쟁을 주도하다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명사로 정의된 꿈을 꾼다. 판사가 되고 싶어 하고, 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떤 행동을 하는 판사,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동사로 표현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은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을 꾸어야 한다. 동사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단지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되어 어떤 일을 할 것인지가 꿈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이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일 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참으로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조선왕조실록의 현종실록에 보면 ‘예송’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예송이란 예절에 관한 이야기인데 효종과 효종비 인수왕후에 대한 계모 자의대비 간에 복상기간을 둘러싸고, 현종, 숙종대에 발생한 남인과 서인간의 논쟁이다. 당시 병자호란이 끝난 후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단지 복상기간과 절차를 두고 당시의 정치인들이 대립과 논쟁에 사용했다는 사실과 350년이 지난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역사는 수레바퀴와 같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현재 우리가 우리의 위치에서 쏟고 있는 열정과 에너지를 100년 후 후손들이 평가할 때 의미를 어떻게 부여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열정은 우리 삶의 온도이다. 현재 우리는 과연 뜨겁게 우리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는가?

모든 것은 과거에서 비롯된다. 현재는 과거의 반복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고 답을 찾아낼 수 있으며, 우리의 정체성에 기반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도 기업의 역사가 있다. 그 역사를 통해 그 기업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고객들과 공감할 때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역사는 단지 쓸모를 넘어서 반드시 곁에 두고 곱씹어 보아야하는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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