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논란만 가중, 이해 당사자 간 의견 달라 쉽지 않아

최근 산업시장의 트렌드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행복을 누리는 것을 우선시 하면서 생활물류 현장에서도 주 5일 근무제 시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 현장에도 속속 주 5일 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생활물류 대표 업종인 택배현장의 경우 주 5일 근무에서 제외돼 수년째 논란을 이어오고 있다. 당장 지난달 우정노조는 전면 파업결정으로 시장을 위협했다 철회, 그 중재안으로 기존 토요일 배송을 대신할 위탁 택배원 750명 등 900여 명의 인력 증원과 당장 내년부터 농어촌 지역을 우선해 주 5일제 근무 시행키로 하는 항목을 넣어 협상을 마무리했다. 따라서 조만간 전체 택배시장에도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택배서비스의 현실과 이상에서 나타나는 편차, 그리고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모두 달라 주 5일 근무시행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 과연 택배시장에서 다시 논의를 재개한 주 5일 근무제는 내년 택배 물류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또 현실화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생활물류서비스 대표 업종인 택배시장에 주 5일 근무제 도입 논의 최초 시점부터 현재까지, 또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향후 도입여부 및 시기를 꼼꼼히 전망해 봤다.

택배 주5일 근무 첫 도입, 2014년 우정노조

국내 택배서비스 시장에서 주 5일 근무 도입 논의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02년 금융권을 시작으로 2011년 전체 산업군에서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택배서비스 사업자들 역시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 기관인 우정사업본부 우체국택배는 지난 2014년 ‘토요일 집배 폐지’와 함께 주 5일제 근무를 전격 시행에 나섰다. 공공기관이 제일먼저 총대를 멘 셈이다. 이후 택배서비스 주 5일 근무는 민간 택배사들도 하나둘씩 시행을 고민, 본격적인 시행을 적극 고려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국내 택배기업 대부분이 가입되어 있던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회 회의에서도 택배시장의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당시 논쟁에 중심에 서 있던 민간 택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택배서비스의 주 5일 근무 도입에 대한 각각의 의견은 찬성 90%, 반대가 10% 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주 5일제 도입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찬성 쪽의 90%가 반대쪽 10%보다 취급 물동량이 작아 선듯 주 5일 근무시행에 나서지 못한 점이다. 결국 물동량의 불균형은 당시도, 지금도 택배시장에 주 5일 근무 도입의 최대 난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당시 10%의 반대 입장이었던 CJ대한통운의 반대 명분은 ‘고객은 토요일도 택배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만큼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택배를 토요일에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였다. 택배서비스가 사업자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편에서 고객이 원하면 토요일 배송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던 셈이다. 백화점을 비롯해 유통업체 등 서비스업종의 업에 본질 역시 고객을 우선해야 하는 만큼 택배서비스 역시 끊김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택배업 주 5일 근무 시행의 발목을 잡았던 셈이다.

'주 5일 근무' 택배사 한 곳만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

택배근로자들의 주 5일 근무 시행 논의가 시작되자 관계자들은 ‘전체 택배기업이 주 5일 근무제를 함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그러는 걸까?

H택배 이 모 차장은 “택배현장에서 주 5일 근무 시행이 여전히 논란꺼리로 남게 된 배경은 15여 개 택배기업들 중 어느 한곳만 시행할 경우, 후 폭풍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C택배 김 모 부장은 “지난 2014년 우체국택배가 전격적으로 주 5일 근무를 시행했지만, 이후 자사 물동량의 약 30%가 경쟁사인 민간 택배사들에게 빼앗기면서 허겁지겁 토요일 근무를 재개했었다”며 “올해 우정노조의 파업 철회 주요 조건이 주 5일 근무지만, 우체국택배 홀로 주 5일 근무를 재개할 경우 2014년과 같은 물량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정노조의 주 5일 근무 도입 여부는 단순 시행 여부를 떠나 자체적으로 물량 감소를 감수하던지, 토요일 대체 배송인력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태생적 난제를 가지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 같은 선택은 비단 우체국택배뿐 아니라 모든 택배기업들이 당면한 난제다.

앞서 설명한 대로 택배시장에서 주 5일 근무는 우체국택배가 가장 먼저 시행했지만, 몇 개월 만에 멈춰진지 5년 만에 다시 주 5일 근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시장은 또다시 이 제도 시행 여부를 놓고 거센 논란이다. 모든 택배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정사업본부의 주 5일 택배서비스가 주 6일로 회귀한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택배시장의 주 5일 근무 도입은 물리적인 양면의 칼날 같은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따라서 만약 택배서비스 시장에서 주 5일 근무를 시행하려면 정부의 법적 시행령을 통해 강제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획일화된 방안은 가장 나쁜 선택이란 지적이다. 그럼 차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전체 택배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통합물류협회 택배산업분과위원회에서 전 택배 기업들의 합의를 얻어 주 5일 근무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 역시 전체 물동량의 50%에 육박하는 CJ대한통운이 반대해 자율적 합의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시영 아주대 물류대학원 겸임교수는 “최종 방안은 현 배송근로자 외 추가 토요일 배송에 나설 수 있는 대체 근로자를 확보해 주 7일 중 순환해서 5일만 근무할 수 있는 근로방식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휴가와 주 5일 근무 등 휴식이 있는 근로 환경을 만드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택배시장 관계자들, 주 5일 근무시행 관련 ‘동상이몽’

택배시장 주 5일 근무 시행과 관련, 물류신문은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각각 취합해 봤다. 제일 먼저 택배기업들과 택배의뢰 주요 화주고객, 그리고 직접 택배를 수령 받는 소비자와 마지막으로 최종 고객접점의 배송 근로자들의 의견들을 지속적으로 청취했다. 결과는 택배서비스와 가장 밀접한 전자상거래 관련 유통업체와 일선 택배배송 근로자, 택배기업 관계자들의 생각이 모두 달라 전형적인 ‘동상이몽’ 현상을 보였다.

우선 택배기업 본사 임원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주 5일 근무 시행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 5일 근무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전반적으로 최종 소비자들의 주말 휴무에 대한 이해도가 기대이상으로 높아져야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택배기업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택배서비스 최종 수용자인 고객들이 토요일 배송 불가에도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주 5일 근무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 국내 한 방송사에서 조사한 ‘택배서비스 주 5일 배송’에 대한 의견은 95% 소비자들이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였다. 따라서 택배기업들이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전제조건으로 내 놓은 소비자들의 의견은 주 5일 근무 시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택배서비스가 직접 매출로 이어지는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중소e-commerce 50개 사업자에게 주5일제 근무 시행 의견을 물어본 결과 이들의 입장은 66:34로, 66%의 사업주는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반면 34%는 고객 불편과 더불어 매출 하락을 우려,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찬성 사업자 의견들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꼭 주말에 상품을 받아야 하나?’, ‘택배배송 근로자의 삶의 질도 배려해야 한다’, ‘택배업의 경우 노동 강도가 강한 만큼 주말은 충분한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등의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반대 의견은 ‘고객이 상품을 늦게 받아 불편할 수 있다’, ‘택배서비스의 장점은 신속성과 정시성인 만큼 주말이라도 배송해야 한다’, ‘중소 온라인 쇼핑몰은 고객배송이 가장 중요한 만큼 토요일 배송은 꼭 이뤄져야 한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처럼 택배서비스가 부재할 경우 당장 매출과 배송차질을 받는 사업자들도 있어 택배업의 주 5일 근무 반대 쪽 사업자들의 불만을 줄일수 있는 대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배송 추가비용지불, 근로자 80% 주5일 찬성

택배업종 주 5일 근무에 따른 배송 차질에 대한 대안들 가운데 가장 많은 방안으로는 ‘모두가 쉬는 토요일 배송을 받으려면 추가 배송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 ‘정부가 정책적으로 택배업의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를 이뤘다.

주 5일 근무 반대쪽 사업자들 역시 대안으로 ‘추가 배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가 많았다. 따라서 만약 주 5일 근무 시행이 이뤄지면 꼭 토요일 배송을 받아야 할 경우 추가 배송비용을 지불하거나, 대체 배송업체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면 일선 택배배송 근로자들은 어떤 의견들이 나왔을까? 이들의 주 5일 근무제 시행여부 역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찬성 쪽 의견이 많았다. 10에 2명을 제외하면 약 80%의 근로자들은 택배업 주 5일 근무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택배근로자 김영식(가명)씨는 “1년 365일 쉬는 날은 일요일 52일과 15일의 법정공휴일을 제외하면 1년 365일 중 298일은 쉬지 못한다”며 “여름휴가를 꿈도 꾸지 못하고, 초등학교 아이들과 1박 2일 물놀이를 해 본지도 얼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상위 5%의 고소득 배송근로자들의 경우 토요일 근무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선 택배근로자들은 “일부 물량이 많은 택배근로자들의 경우 대체 인력을 통해 배송에 나선다”며 “택배기업들이 주 5일 근무를 꺼려한다면 새로 입법된 생활물류발전법에 시행령을 넣더라도 택배현장의 근로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배송근로자들은 “토요일의 경우 평일 대비 운영 효율이 30% 수준에 불과한 만큼 굳이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고, 오피스 빌딩 밀집지역은 대부분 주 5일제 근무를 해 픽업 물량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화요일에 집중되는 물동량 분산을 위해서라도 주 5일제 근무 확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택배현장의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위한 각각의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교수는 “택배배송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가 다른 업종 근무자들에 비해 너무 높은 만큼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한편 택배기업과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 역시 눈앞의 이익에서 벗어나 파트너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주 5일 근무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루아침에 유통 물류시장에 주 5일 근무제를 획일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택배업종의 주 5일 근무를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전체 시장 관계자들이 의견을 통해 무엇이 최선인가에 대한 솔직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배송근로자는 “택배현장에 주 5일 근무도입에 대해 안 된다는 이유를 찾기보다 가능한 방법을 찾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택배기업의 서비스 우선주의만 고려하면 절대 불가능한 만큼 실현 가능한 대안 마련이 주 5일 근무 정책에 제일 우선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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