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확정 ... 선박건조 지원, 상생펀드 조성

정부는 지난 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한진해운 파산 이후 흔들리고 있는 국내 해운물류업계에서는 ‘우리 해운업에 다시 봄날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싹트고 있다.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서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벌크선 140척과 컨테이너선 60척 등 선박 200척 이상의 발주를 지원키로 했다. 신규 선박 발주에는 공적자금 3조 원 등 8조 원이 투입된다.

또한 화주들의 국적 선사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운임 우대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선사와 조선소, 화주가 함께 투자해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 펀드도 만들기로 했다. 원유와 가스 같은 전략 화물의 운송 때 국적선사를 우선 이용하는 ‘한국형 화물우선적취 방안’도 추진된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발표되자 해운업계는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선주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해운산업 재건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세계에 선포했다”며 “연관산업 간 공생적인 산업생태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상선과 SM상선 역시 정부의 계획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One mega carrier 육성 및 상호협조 시스템 이뤄져야”
앞서 지난 4일에는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설훈 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선주협회가 후원하는 ‘해운산업 발전방안’ 국회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설훈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해양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 나서서 해양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며 “해운업체들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위축된 원양 컨테이너 선대 보강과 선사 경영안정 방안 모색 등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기존의 정부 의존도에서 탈피해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재 선주협회장은 해운산업 조기 재건을 위해 △선복량 200만 TEU 이상의 원양컨테이너 선사 육성 △선박금융시스템 효율적 재편 △한국해양진흥공사 재원 추가 확보 △국적선사에 대한 지원 비중 확대(현재 10%에서 50%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한국해운산업 재건대책’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해상물동량 10억 톤, 무역규모 1조 달러, 컨테이너 처리량 1,600만 TEU, 조선 1위, 해운 5위임에도 불구하고 산업간 상생보다는 각자도생한 결과 해운과 조선산업의 위기가 왔다”고 말했다.

또 김영무 부회장은 “원양 2개사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채권회수에 몰두했으며, 특히 채권단은 해운업 구조조정 3대원칙(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얼라이언스 가입)을 정하고 한진해운과 현대에게 강요한 결과 한진해운은 퇴출, 현대상선은 2M과 불공정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해양금융종합센터, 해양보증보험을 설립했지만 위기극복에는 미흡했고 정부는 국적선사보다 해외선사 지원함으로써 국적선사의 경쟁력은 약화됐다”고 덧붙였다. 김영무 부회장에 따르면 실제로 2008년 이후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실적을 보면 해외 124억 달러, 국적선사 25억 달러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덴마크의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42억 달러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해운업계가 2 Super mega carriers + 1 mega carrier로 재편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일본 정기 3사(NYK,K-LINE,MOL)의 경우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위기감 고조로 통합했으며 이로 인해 연간 약 1,100억 엔(1.2조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무 부회장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내외 적극적인 M&A를 통해 One mega carrier를 육성하고, 2~3개 Regional Meega Carrier로 재편해 역할분담과 함께 상호협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안정적 화물확보 추진을 위해 원양 컨테이너선사 적취율을 현재의 12%에서 50%로 상향 추진하고, 전략물자 국적선 적취율을 51%에서 100%로 확대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김영무 부회장은 “선박금융시스템도 재편해 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을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확대하고 정책금융기관의 국적선사 선박금융 비중은 10%에서 50%로 확대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선박의 대형화, 환경규제에 대응 및 적극적인 정부역할 강조
주제 발표 후 이뤄진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한국해운주식회사라는 통합 국적 정기선사를 구성해 선사 경영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정기선사가 하나로 뭉치는 ‘코리아 ONE-Team’을 구성하고 여기에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이상식 현대상선 상무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글로벌 대형 해운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근해선사와 전략적인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2020년 환경규제 시점에 맞게 최대한 선대를 확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영석 계명대 교수는 “해운산업의 기반이 없으면 무역대국의 타이틀도 없어진다. 해운재건의 전제조건은 선박의 대형화이며 원가경쟁력을 통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사와 해양진흥공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서로 간의 리스크관리 체계를 만들어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된다”고 말을 이었다.

“1990년대 중반 미주라인 적취율이 50%에 육박했다. 50%를 달성한 과거이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국적선 적취율 50%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해운시황에 따른 국가 간 공조체제를 갖춰야 한다. 민간분야이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런 시도만으로도 각국이 자율적으로 선박발주량 조절 등 상생할 수 있는 구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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