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직원 1,000명 정규직 고용하는 것이 목표”

 
서른 한 살, 청년 CEO가 이끄는 작은 물류기업의 행보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두손컴퍼니(대표 박찬재)는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것을 이념으로 삼은 기업이다. 첫 사업으로 헌책방을 열었던 두손컴퍼니는 지금은 물류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체로 성장했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서비스 품질은 대형 물류기업 못지않은 두손컴퍼니는 최근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제조기업들을 위한 물류브랜드 ‘품고’, 크라우드펀딩 개설자를 위한 ‘두윙’ 서비스 등을 론칭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9월부터 본사와 물류센터를 경기도 남양주시로 확대 이전하면서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두손컴퍼니를 설립한 박찬재 대표이사를 만났다.

 
대학 동아리에서 출발한 사회적 기업
2011년 서울역에서 지내던 노숙인들에게 강제퇴거가 집행되는 일이 있었다.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이 사건은 평범한 대학생이던 박찬재 대표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두손컴퍼니를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노숙인의 강제퇴거를 다룬 기사를 보니 화가 나더라. 누구나 사회에서 열심히 일했더라도 경제적인 실패를 겪으면 노숙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이들이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취급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참여형 대학교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에서 활동하고 있던 박찬재 대표는 노숙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도울 방법을 찾았다. 동아리 내에서 많은 의견들이 제시됐는데,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고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박찬재 대표는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두손컴퍼니를 세웠다. 학벌이나 금전적 기반이 없는 이들도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직원은 박찬재 대표까지 2명이 전부였고,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해 지원되는 단출한 공동 사무실 한켠이 일터였다.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은 헌책방이었고, 가구 재활용과 폐휴대폰 수거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지만, 수익이 너무 낮다보니 오래가지 못했다. 돈벌이보다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면서 시장조사나 상품개발에 신경을 쓰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종이옷걸이와 컵홀더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면서 사정이 나아졌지만 본래 목적이었던 일자리 창출은 더디기만 했다.

“창업할 때부터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회사인 마리몬드와 친분이 있었다. 하루는 마리몬드 사무실에 놀러갔는데, 우연히 직원들이 직접 상품을 포장하는 것을 봤다. 문득 상품 포장이야말로 두 손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니 두손컴퍼니에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상품 포장일을 맡기면 마리몬드는 본업에 더 충실할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마리몬드는 상품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택배업체와 배송계약을 체결하기에는 물량이 부족한 탓에 직원들이 직접 배송업무를 병행해야 했다. 두손컴퍼니는 마리몬드의 상품 포장과 보관, 배송까지 담당하기로 했다.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감이 생긴 순간이었다.

 
온라인셀러 전문 ‘품고’, 크라우드펀딩은 ‘두윙’
종이옷걸이와 판촉물을 만들던 두손컴퍼니는 순식간에 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물류를 전혀 모르던 상황에서 시작한 일이라 오배송 같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직원들의 열정과 주변의 도움으로 서비스 품질을 조금씩 개선시켰다. 적은 물량도 처리해준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소규모 기업들, 스타트업들이 상품을 맡기기 시작했다. 공간이 부족해지자 선반과 랙을 들였고, 효율을 높이려 WMS와 바코드 스캐너도 갖췄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올해 두손컴퍼니는 온라인 셀러를 위한 물류대행브랜드 품고(Poomgo)와 크라우드펀딩 전문 배송서비스 두윙(Do-Wing)을 론칭할 정도로 성장했다. 수고를 덜어준다는 뜻과 ‘品’을 더한 ‘품’, 창고의 ‘고’ 또는 ‘Go’의 의미를 붙인 품고는 상품의 보관은 물론 재고 관리, 상품 분류와 포장, 배송 출고, 교환과 반품 등 다양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

두손컴퍼니는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적정 수준의 재고관리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재고 관리와 물류 운영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컨설팅도 지원하고, 고객사별로 WMS 권한을 부여해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재고와 입출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분기마다 제공되는 물류현황 보고서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품고는 어떤 제품이든 단 1건이라도 주문받은 상품을 당일 출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입점된 온라인 판매처별 현황 분석이나 적정 재고에 대한 관리, 컨설팅도 가능하다. 꽤나 힘든 작업으로 분류되는 의류 반품처리도 품고의 직원들이 직접 두 손으로 세심하게 취급하고 있다.”

두윙은 배송업무에 부담을 느끼는 크라우드펀딩 개설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만든 서비스다. 이들은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들에게 상품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물량 규모나 발송 횟수가 적다보니 배송비를 절감하기 어렵다.

두윙은 소량의 상품도 깔끔하게 배송할 수 있다. 고객은 두윙 웹페이지에 접속해 엑셀로 만든 후원자 리스트를 업로드하고, 원하는 배송 부자재와 일정만 고르면 두윙이 알아서 배송해준다. 두손컴퍼니는 상품 종류에 따라 분류하고, 입고 확인서를 제공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제품의 생산시기와 물량 등을 고려하되 빠르게 일괄로 배송해야 한다. 두윙은 바코드를 스캔하는 동시에 출고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 즉 상품 보관이 필요없는 크로스도킹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2년 만에 창고 크기 25배 커져
2015년 18평에서 시작했던 두손컴퍼니의 물류사업은 이듬해 150평으로 확대됐고, 물량도 2015년 5만 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20만 건으로 대폭 성장했다. 하루 1건도 저렴하게 배송해주는 두손컴퍼니의 서비스에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물류업무를 맡겼기 때문이다.

창고 공간이 부족해지자 두손컴퍼니는 9월 경기도 남양주시로 둥지를 옮겼다. 새로 마련한 물류센터는 450평 규모로 선반, 랙, 지게차 등이 구비됐다. 대기업의 첨단 물류센터와 달리 자동화설비도 부족하고, 랙이 빽빽하게 채워진 것도 아니지만 물류센터 크기가 2년 만에 25배나 늘어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물동량도 2년 간 8배 가량 늘어났는데 현재 두손컴퍼니가 취급하는 품목은 1만 5,000여종이나 된다.

“이전한 물류센터도 시간이 지나면 공간이 부족해질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곳으로 이사갈 계획은 없다. 우리의 전략은 남양주로 이전한 품고 1센터의 운영노하우와 IT기술을 패키지로 묶어 제2센터, 제3센터처럼 작은 물류센터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소제조업체들은 대형 물류센터가 필요하지 않다. 대신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나의 물류센터를 크게 만드는 것보다 작은 물류센터를 곳곳에 두면 그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도울 수 있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품고센터의 운영노하우를 모듈화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두손컴퍼니는 해외배송서비스도 제공한다. 신속한 배송은 물론 화물추적이나 관세, 통관에 대한 이슈들도 상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두손컴퍼니는 20개국에 상품을 보내고 있다.

 
‘물류’는 삶의 질 향상시키는 ‘열쇠’
두손컴퍼니는 스스로 미션을 ‘일자리를 통한 빈곤 퇴치’로 설정하고, ‘두손’으로 일하는 사람을 회사운영의 최상위 가치로 두어 핸디맨(Handyman이라고 부른다.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는 두손컴퍼니의 신념이자 자랑이며, ‘핸디맨’은 기업의 정체성으로 여긴다.

취약계층 직원들은 이러한 가치를 통해 다른 직원들처럼 존중받는다. 다른 직원이라는 구분이 불필요한 곳이 두손컴퍼니의 현장이다. 취약계층 직원들의 채용은 주로 복지기관 등의 추천으로 이루어지며, 수습기간(2주)에 업무를 익힌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보람도 있다. 두손컴퍼니에서 일자리를 찾은 뒤 삶의 질이 높아지거나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늘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멀어졌던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는 두손드림자활지원시스템을 만들어 지역사회와 협력해 취약계층 직원들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내 치과와 협력해서 치료비의 50%를 지원하거나, 채무 관련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팀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운영진 중에는 미션에 공감해서 들어온 이들도 많은데 일 자체가 힘들고, 실수 하나가 치명적일 때도 있어 긴장해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

박찬재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큰 회사의 대표, 물류업계에서 이름난 경영자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저 두손컴퍼니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앞만 보고 달려갈 참이다. 목표를 물으니 ‘취약계층 직원 1,000명 고용 달성”이라고 말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이 우리의 고객이자 영업 대상이다. 작지만 항상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와 함께 가고 싶다. 나와 두손컴퍼니에게 물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구이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열쇠다. 아직 회사 규모가 작아 취약계층 직원들이 많지 않지만, 조금씩 일자리를 늘려가면서 함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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