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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시발점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4
정성희 | news@klnews.co.kr   2017년 09월 19일 (화) 22:27:17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4

연해주를 러시아어로 ‘프리모르스키’라고 하는데, ‘바다와 근접했다’는 뜻이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연안 지역으로 러시아 면적의 1퍼센트도 안되지만, 남한 면적의 1.6배나 된다. 러시아 연해주의 수도는 ‘블라디보스토크’다. ‘블라디’는 ‘지배’를, ‘보스토크’은 ‘동방’을 의미하는데, 이를 더한 ‘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을 지배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연해주는 중국과 북한, 일본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마주보는 지역이기에 전략적, 지리적으로 러시아에게 중요하다. 서쪽의 상트 페테르부르크항구가 ‘유럽으로 열린 창’이고, 동쪽의 블라디보스토크는 ‘아시아로 향하는 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호드카
블라디보스토크는 원래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인들이 엉켜 살고 있었는데, 19세기 중반에 러시아인들이 시베리아를 넘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정 러시아가 1860년에 블라디보스토크를 러시아 해군항구로 지정하면서 이 항구 도시는 발전하기 시작했다.

극동함대와 해군기지가 있어 소련 시절에는 외국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었고, 내국인도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었으나 소련이 해체된 후에는 점진적으로 내국인과 외국인들에게 개방되었다. 국내 항공사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소개하면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광고 문구를 쓴 적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고작 791㎞에 지나지 않는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화물선, 컨테이너선, 게가공선, 냉동선, 포경선 등의 어업기지이며 군항이다.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작점이자 종점이어서 여행객들과 화물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처럼 블라디보스토크는 항구와 철도를 통해 사람과 화물이 모이기 때문에, 선석과 철로가 부족하고 혼잡한 편이다. 한-러 항로를 오가는 컨테이너 선사들은 주로 상항(Commercial Port)을 사용하며, 부수적으로 어업항(Fishery Port) 선석을 사용한다.

항구가 혼잡해지자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바닷가가 아닌 약간 내륙으로 들어간 곳에 터미널을 설치했는데, 항구와 가까운 내륙 터미널을 드라이포트(Dry Port)라고 부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약 2시간 반 정도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연해주 제2의 항구 도시인 ‘나호드카’가 있다. 나호드카는 벌크 화물과 수산물을 처리하는 나호드카항구 지역과 컨테이너 화물을 주로 처리하는 보스토치니 터미널로 나뉜다.

통상적으로 일반 벌크성 및 수산 화물은 나호드카항구를 사용하고, 컨테이너 화물 중에서 시베리아 철도를 사용하는 경우 보스토치니 터미널을 사용하곤 한다. 보스토치니는 ‘동쪽의’라는 의미다. 블라디보스토크항구와 나호드카항구가 혼잡하기 때문에, 나호드카의 보스토치니라는 작은 어촌에 컨테이너 전용 부두를 1990년대 후반에 설치한 것이다.

약 5만 명도 되지 않는 보스토치니항구를 포함해 나호드카는 약 30만명 정도가 거주한다. 사할린섬을 제외하고는 러시아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국제항이라고 할 수 있다.

   
 
   
 
나진과 하산을 둘러싼 국가 간 이해관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약 3시간 정도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연해주 제3의 항구 도시인 ‘자루비노’가 있다.

자루비노는 하산 지역에 속한 작은 항구다. ‘하산’은 북-중-러 국경을 접한 지역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하산을 지나 서쪽의 연안을 따라가면 북한이 나오고 동쪽의 산을 따라가면 중국이 나온다. 북한으로 가는 길은 거의 군용 차량만 돌아다니며 비포장 도로로 한적하지만, 중국 국경을 통해 오가는 화물 트럭과 여행객들이 많은 편이다.

자루비노항구는 조용하고 한적한 어촌으로 속초나 일본에서 온 선박들이 주로 중국의 훈춘, 백두산 지역으로 여행객이나 화물을 운반하기 위해 찾는다. 이 근처는 인구가 5,000명이 되지 않으며, 생태환경보호구역이라서 그런지 어선이나 군함 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차항출해(借港出海)’ 즉, 다른 나라의 항구를 빌려 태평양으로 바로 진출하고자 했는데, 중국이 사용한 항구가 바로 ‘자루비노’였다. 훈춘과 연변 지역에서 서해의 대련, 청도항구까지 육로로 가기에는 너무 멀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루비노도 좋지만 북한을 통해서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은 ‘훈춘-나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훈춘과 나진 사이 약 50km가 넘는 구간에 도로와 철로를 건설하고 나진항만에 중국 전용 부두까지 설치하면서, 중국은 러시아의 자루비노항구와 북한의 나진항만을 병행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중국이 나진을 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견제해야 했다. 연해주에는 블라디보스토크, 나호드카(-보스토치니), 자루비노 등 여유있는 항구가 있었으나 한반도와 동해안에서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도 나진까지 진출했다.

이에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나진항과 하산역까지 약 50km가 넘는 구간에 표준궤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2014년 러시아 철도청이 북한 철로를 현대화하면서 광궤를 설치하고, 나진항만에 러시아 전용 부두까지 설치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 나호드카(~보스토치니), 자루비노에 이어 나진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로 북한으로서는 나진항이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 되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석탄을 현대상선이 ‘나진~포항’을 오가며 몇 차례 운송했었다. 이렇게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운행됐으나 거듭된 남북대결 구도로 이마저도 중단됐다.

나진항은 실용적인 노선이라기 보다 정치-외교적인 노선이었다. 포스코와 같은 공기업은 북한 항구를 통해 선적할 수 있지만, 민간 기업들은 나진항 선적에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고 남-북-러 합작 사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일정량 지분을 사길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동맹국인 미국은 ‘남한이 러시아의 중재를 통하여 북한과 연결되는 것’을 주시할 것이다.

동해안 시대 맞아 러시아와 우리나라를 이어야
우리나라는 동해안 항구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인천과 평택이 서해안 시대를 맞이해 중국과 우리나라를 활발하게 연결한 것처럼, 속초와 동해가 동해안 시대를 맞이해 러시아와 우리나라를 잇도록 해야 한다.

동해안은 이제 수도권에서 2~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속초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불과 600Km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부산~블라디보스토크’를 한-러 항로의 기본 노선으로 사용하고 ‘속초~나호드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활용하려는 수도권 화물을 위한 보조 항구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동해안에 ‘광궤 레일페리’가 운영된다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보다 신속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시발점이다. 속초, 부산이 그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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