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해양수산전망대회’서 나온 올해 전망

지난 6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양창호)이 개최한 ‘2017 해양수산전망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현장에는 한진해운 사태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세계 경제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시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이번 전망대회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으며, 1부 기조 강연에는 △2017년 해외경제 전망(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본부장), △2017 국내경제와 산업전망(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7 해양수산 전망과 대응(양창호 KMI 원장) 순으로 진행됐다. 2부는 해양정책, 수산, 해운·해사, 항만·물류까지 4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24명의 전문가가 나서 18개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날 행사는 해양정책, 수산, 해운·해사, 항만·물류까지 바다와 관련된 산업의 동향과 올해 전망을 다뤘으며, 정부와 업계, 학계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전망대회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2017년 해양수산 전망과 대응(양창호 KMI 원장)

기조연설에 나선 양창호 KMI 원장은 지난해 해운·항만 시장의 주요 성과로 중장기 항만전략 수립 및 민간투자 활성화를 꼽았으며, 제3차 항만기본계획수정계획 등 중장기적인 항만 발전 전략 수립과 항만 재개발 등에 2조 원 수준의 투자를 유치한 것을 예로 들었다. 반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과 혼란, 유럽과 미주 등 주요 수출지역에서의 수출입 물류비 증가를 우려했다. 

기조연설에서는 2016년 1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발표됐는데 해운 분야는 한진해운이 압도적인 1위를, 항만은 부산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적 전망을 조사한 결과 해운 분야는 2016년과 같은 수준이라는 응답이 42.8%(마이너스 성장 38.8%)를 차지했으며, 정책 지원 미흡과 자금 부족이 최대 장애요인으로 꼽혔다고 강조했다. 항만물류 분야 역시 동일하다는 응답이 42%(마이너스 성장 39.1%)를 차지했는데, 자금 부족이 가장 큰 원인(23.1%)이었다.

양창호 원장은 올해 각 산업별 대응 과제를 제시했는데, 해운은 원양 컨테이너 선사 육성 위한 정책 발굴과 해운 정책 금융 확대 등 재건 토대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고, 항만물류에서는 비용 합리화를 위한 운영책 마련과 얼라이언스 재편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해운산업 재건 프로그램 추진, △대량 화물의 국적선사 적취율 제고, △해운-조선 상생 생태계 구축, △항만 배후도로망 재편, △스마트 물류항만 구축, △항만재개발 추진 등을 중장기 발전 방안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2017 세계해운 주요 이슈와 대응(황진회 KMI 해운산업연구실장)

황진회 실장은 올해 세계 해운시장에서 주목할 이슈로 세계 경제와 무역 동향, 선박량과 얼라이언스, 귝제 유가, 파나마 운하 등을 꼽았다.

올해 전체 선박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한 3.7%로 내다봤는데, 이 중에서도 15,000TEU 이상 선박은 34.7%, 탱커선과 벌크선(파나막스급)도 늘어날 예정이어서 대형선의 과잉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급량 조절을 통한 해운경기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서는 한국해운의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황 실장은 “한국선사는 운임이 외국선사와 같더라도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화물을 실을 수 없다고 말하는 화주들이 많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 화주뿐만 아니라 외국 화주들도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가속화된 얼라이언스 재편은 2M과 OA의 양강 체제로 굳어질 것이며, 이는 곧 동서항로에서 치열한 운임경쟁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아시아 역내 항로 운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얼라이언스 간 경쟁은 운임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황진회 실장은 지난해 7월 확장한 파나마운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미동안 항로의 선복량이 파나마운하 확장 전(2016년 4월) 대비 26%나 증가했으며, 장기적으로는 4,000TEU~1만TEU급 선박 249척 정도가 아시아 역내로 전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한·중 항로는 운임 경쟁이 일정 수준 관리되고 있으나 동남아시아 시장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경쟁 과열 문제는 국적선사들에게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해운산업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고, 국내 화물을 국적선사가 운송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근해 컨테이너 선사도 통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해운의 고수익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철저한 비용 경쟁, 적자가 발생하는 선박을 바꾸는 작업과 그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금융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