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지 않은 물류산업, 정확한 검진 필요

현재 물류산업은 몸의 외형적인 모습만 봐도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물류신문사에서는 검진표를 통한 진단과 함께 물류산업의 건강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

건강상태 체크에서는 물류산업의 건강은 어느 정도이며 어떠한 병을 가지고 있느냐를 물었다. 결과부터 설명하면 건강하지 않은 물류산업은 정확한 검진을 통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물류산업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무려 79.3%가 ‘건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10명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건강하다’고 답한 사람은 12.2%에 불과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8.5%를 차지했다.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6.1%로 과반수 이상이 검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입원치료가 필요하다’(9.8%)와 ‘대수술이 필요하다’(11%)는 응답도 총 20.8%였으며 ‘통원치료가 필요하다(약간의 치료로 건강해질수 있다)’는 의견이 17.1%였다. ‘치료가 필요없다’는 응답은 6.1로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응답자의 거의 대부분이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시기에 있어서도 ‘지금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88.8%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자연적으로 치유가 될 것이다’라는 응답은 11.3%로 시장논리에 의해 자연 정화될 것으로 보는 의견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 치료시기를 놓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치료시기에 있어서 ‘이미 늦었다’는 응답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만일 물류산업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산업은 악화되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태를 계속 방치한다면 산업이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치료하지 않는다’면을 묻는 질문에 ‘시간에 흐름에 따라 악화되어 쓰러질 것이다’라는 의견이 87.7%로 나타났으며 ‘자연치유로 건강해질 것이다’는 의견은 11.1%로 나타났으며 ‘바로 쓰러질 것이다’라는 의견은 1.2%로 나타났다.

건강한 업종은 ‘택배, 물류거점’건강하지 않은 업종은 ‘3PL, 육상운송’
건강하지 않은 업종과 건강한 업종을 묻는 질문에는 택배와 물류거점 시장이 가장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PL과 육상운송시장이 가장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하지 않은 영역으로 가장 많이 꼽은 업종은 3PL(26.8%)이었다. 그 뒤로 육상운송(24.4%), 해운/항공(18.3%), 택배(17.1), 물류거점(12.2%) 순으로 나타났다.

3PL과 육상운송 두 업종의 경우 공통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가 경쟁과 다단계식 운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저가 경쟁과 다단계식 운영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3PL에서는 과도한 2자 물류로 인해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응답이 많았다. 다른 의견으로는 서비스 수준이나 경험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3PL 회사가 부족하고 역할을 못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육상운송에서는 배송기사들의 임금과 처우가 10년 전과 차이가 없는 상황과 지입제로 인한 고질적인 문제들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공급과잉과 영세업체 난립, 명분 없는 화물연대 파업 등도 물류시장을 건강하게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와 반대로 가장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업종을 묻는 질문에서는 택배(29.1%)가 가장 건강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물류거점(26.6%), 해운/항공(21.5%), 3PL(11.4%), 육상운송(7.6%) 순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건강한 업종은 없다(기타 3.8%)고 답해 물류산업의 현재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택배가 가장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수요량으로 인한 성장세 지속과 잘 갖춰진 인프라,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 노력이 보인다는 점이 꼽혔으며 물류거점의 경우 늘어나는 투자와 저단가 등 과당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안정적 성장 추이가 보인다는 의견이다.

만병의 근원은 ‘저단가 경쟁’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가장 큰 문제는 저단가 경쟁(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비스 경쟁이 아닌 저단가 경쟁을 하고 있으며 이는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다단계를 조장하며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 또한 물동량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를 해야 하는 데 수익성이 낮아 재투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수주를 위한 저단가 경쟁인 만큼 최종 종사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면서 근무환경도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즉 저단가로 인해 모든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저단가 경쟁을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물류정책(18.8%)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두드러졌다. 일관적이지도 않고 효과적인 정책이 없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으며 물류산업의 발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 또한 단기적인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물류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형평성의 문제, 전문성 부족, 정책의 부재, 부족한 실행력 등도 물류정책의 문제로 지적됐다.

다른 문제는 전문성 결여(10%)로 서비스 수준이 낮은 점, 다단계구조(8.8%)로 인해 물류산업의 체력이 저하되어 최종 서비스 품질의 저하되는 것, 저단가 고품질을 요구하는 고객사의 횡포(7.5%) 등이 물류산업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주와 물류기업,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건강’해진다
물류산업이 가지고 있는 아픔은 단기간에 간단한 처방으로 완치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 더 아프고 쓰러지기 전에 정확한 검진을 통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복잡한 증세를 보이고 있는 물류산업에게 진통제 같은 단편적인 처방은 이제 소용없다.

가장 시급하게 치료해야 할 병은 무엇일까? ‘건강한 물류산업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과제’(중복응답)에 대해 상생문화 조성(36.6%)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관련법 제정(35.4%), 투명한 시장환경 조성(30.5%), 정책적 지원(인센티브 등)(29.3%) 등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업계는 저단가 경쟁이나 고착된 갑을 관계 등을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법을 제정해 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상생문화 조성, 관련법 제정 등은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물류산업의 발목을 잡는 바이러스로 남아 있는 것.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류산업의 플레이어들도 노력해야겠지만 물류기업과 연관된 화주기업(제조·유통업체)과 정부의 노력도 절실하다.

중장기적으로 건강한 물류산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정부의 역할이 강조됐다. 한진해운 사태를 보면 해운산업보다는 국내 제조, 유통 등 모든 산업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들어 범정부적인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정부 부처의 담당부서 일원화와 일관된 정책수립, 수립된 정책의 강력한 추진,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물류산업의 인식 전환,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 합리적 수준의 물류비와 다단계 방지, 전문인력양성, 3PL전환을 위한 유인책, 지입제 폐지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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